전원시(田園詩)

田家卽事 戊申 (전가즉사 무신) - 洪汝河 (홍여하)

-수헌- 2025. 9. 24. 11:05

田家卽事 戊申   전가즉사 무신     洪汝河   홍여하  

 

櫟皮覆屋鎭雲根 역피복옥진운근

상수리 껍질 덮은 집이 운근에 자리하여

松揷疏籬棘擁門 송삽소리극옹문

성근 소나무 울타리가 사립문을 안았네

數畝石田耕未了 수무석전경미료

몇 이랑의 자갈밭도 다 갈지를 못했으니

他年活計付兒孫 타년활계부아손

내년 살아갈 계획은 아이들에게 맡겨야지

 

社酒村燈樂歲豐 사주촌등낙세풍

사일주 마시고 등불 밝혀 풍년을 즐기니

呼嗚擊缶凍梨紅 호오격부동이홍

질장구 치며 노래하는 노인 얼굴이 붉네

名垂萬古知安用 명수만고지안용

만고에 이름을 남긴들 무슨 소용 있으랴

腐朽還甘草木同 부후환감초목동

썩어버리면 도리어 초목처럼 될 터인데

 

函牛泣豆味堪餐 함우읍두미감찬

큰 솥에다 먹음직스럽게 콩을 삶아서

兩手翻翻揉作團 양수번번유작단

두 손으로 뒤집고 주물러 둥글게 만드네

鋪席曬乾黃鶴卵 포석쇄건황학란

자리 펴고 햇볕에 말리니 황학알 같더니

瀉盆和漬水晶寒 사분화지수정한

동이에 물 부어 담그니 수정처럼 맑구나

 

※雲根(운근) : 구름의 뿌리란 의미로 벼랑이나 바윗돌을 뜻하는 시어(詩語)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충주 고을은 삼협 안에 있어서, 마을 인가가 운근 아래 모여 있네. [忠州三峽內 井邑聚雲根]’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오악(五岳)의 구름이 바위에 부딪혀 일어나기 때문에 구름의 뿌리라고 한다.’ 하였다.

※社酒(사주) : 사주(社酒)는 춘추분을 전후한 사일(社日)에 마을 단위로 토지신(土地神)에 제사를 지내고 모여서 마시던 술을 말한다.

※呼嗚擊缶凍梨紅(호오격부동이홍) : 호오(呼嗚)는 ‘오오’ 하며 시를 읊조리거나 노래하는 소리를 형용한 말이다. 이사(李斯)의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에, ‘항아리와 질장구를 두드리고 쟁을 타고 넓적다리를 치면서 오오하고 노래하여 귀와 눈을 유쾌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진 나라의 음악이다. 〔夫擊甕叩缶 彈箏搏髀而歌呼嗚嗚 快耳目者 眞秦聲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동리(凍梨)는 언 배라는 뜻으로 노년의 검버섯 핀 얼굴을 말한다.

※函牛(함우) : 소 한 마리를 삶을 수 있을 만큼 큰 솥을 말한다.

 

*홍여하(洪汝河, 1620~1674) : 조선후기 경성판관, 병조좌랑, 사간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원(百源), 호는 목재(木齋) 산택재(山澤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