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景 춘경 金三宜堂 김삼의당
봄 경치
思君夜不寐 사군야불매
임 생각에 밤잠도 들지 못하였는데
爲誰對朝鏡 위수대조경
누구를 위해 아침에 거울을 대하나
小園桃李花 소원도리화
조그만 동산의 복숭아꽃 자두꽃은
又送一年景 우송일년경
또다시 한 해의 경치를 보내는구나
深院春將晩 심원춘장만
봄이 저물어 가는 깊숙한 정원에
人間睡意矇 인간수의몽
사람들이 몽롱하게 졸고 있다가
綺窓花影裏 기창화영리
꽃 그림자 비친 창이 아름다워서
一枕鳥聲中 일침조성중
새들 노래 가운데 잠시 누워보네
睡起搴珠箔 수기건주박
자다 일어나 구슬 주렴을 걷으니
當簷燕子斜 당첨연자사
비스듬한 처마의 제비를 마주하고
東園花幾許 동원화기허
동쪽 뜰에 꽃은 얼마나 피었는지
春在老桃槎 춘재로도차
늙은 복숭아 가지에도 봄이 왔네
何處春歸盡 하처춘귀진
봄이 어디로 모두 돌아가는지
東園一夜風 동원일야풍
동쪽 뜰엔 밤 새 바람이 부니
羅衣窓外出 나의창외출
비단옷 입고서 창밖으로 나가
閑拾落來紅 한습락래홍
떨어진 붉은 꽃 주워 돌아오네
門外三楊柳 문외삼양류
문밖에 세 그루의 수양버들은
枝上春風多 지상춘풍다
가지 위로 봄바람이 불어오니
下枝拂樽酒 하지불준주
아래 가지가 술통에 흔들리는데
何人動別歌 하인동별가
어느 누가 이별가에 흔들리는가
好音來何處 호음래하처
좋은 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지
綿綿又蠻蠻 면면우만만
면면 또 만만 새소리가 들리네
東風玉窓外 동풍옥창외
옥창 밖에는 봄바람이 불어오고
黃鳥在花間 황조재화간
꽃나무 사이로 꾀꼬리 우는구나
黃鳥一聲裏 황조일성리
꾀꼬리가 한 번 지저귀는 가운데
春日萬家閑 춘일만가한
봄날의 모든 집들이 한가롭구나
佳人捲羅幕 가인권라막
미인이 비단 휘장을 말아 올리니
芳草滿前山 방초만전산
꽃다운 풀들이 앞산에 가득하네
門外道路長 문외도로장
문밖에는 도로가 길게 뻗쳐있고
路傍楊柳綠 노방양류록
길가 수양버들은 푸르기만 한데
白馬啼蕭蕭 백마제소소
흰말이 쓸쓸히 울어대는 걸 보니
誰家又送客 수가우송객
어느 집에서 또 손님을 보내는가
※綿綿又蠻蠻(면면우만만) : 면만(綿蠻)은 왕균(王筠)의 詩에서 ‘여름새가 면만하게 운다. [夏鳥鳴綿蠻].’라고 하였고, 위응물(韋應物)의 詩에는 ‘면면만만하고 우는 새소리가 마치 정이 있는 것 같다. [綿綿蠻蠻如有情].’ 라고 하였으니, 사람들은 새소리를 면만(綿蠻)으로 표현한 듯하다.
*김삼의당(金三宜堂, 1769∼1823) :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났으며 당호는 삼의당(三宜堂)이다. 같은 해, 같은 날, 같은 동네에서 출생하여 같은 마을에 살던 담락당(湛樂堂) 하립(河笠,1769∼1830)과 혼인하여 남원, 진안 등지의 시골에서만 살았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여류 시인은 허난설헌(許蘭雪軒)이나 신사임당(申師任堂)처럼 당당한 사대부 명문 출신이거나, 황진이(黃眞伊), 이매창(李梅窓)처럼 기생 출신이 문명(文名)을 날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김삼의당은 벽촌의 평범한 아녀자인 것이 상당히 이채로우며, 그 때문에 좋은 시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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