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七言絶句(칠언절구)

次一行韻 (차일행운) 外

-수헌- 2025. 1. 26. 15:24

次一行韻  차일행운  

일행 선사의 시에 차운하여

 

綠水靑山白足僧 녹수청산백족승

녹수청산의 백족 스님처럼

楚天吳雪往來曾 초천오설왕래증

일찍이 초나라 오나라를 다녔는데

淸虛如問蓬萊客 청허여문봉래객

청허 대사께서 봉래객을 찾으시니

千里相思日轉增 천리상사일전증

천리 밖에서 그리움만 날로 더하네

 

※白足僧(백족승) : 세속의 더러움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수도승(修道僧)을 말한다. 위(魏) 나라의 승려 담시(曇始)는 발이 얼굴보다도 깨끗했는데 흙탕물을 걸어가도 발이 전혀 더러워지지 않았으므로 백족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렸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淸虛(청허) :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1520~1604). 호는 청허(淸虛)이고, 서산(西山)인 묘향산에 오래 머물렀으므로 서산대사(西山大師)라고 한다.

※蓬萊客(봉래객) : 이 시를 지은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 본인을 말한다. 양사언(楊士彦)은 사상적으로 유교적 관점을 가지면서도 불교와 도교에도 관심을 가져 서산대사(西山大師)와 같은 승려는 물론 남사고(南師古) 이지함(李之涵) 같은 인물과도 친밀한 교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鏡湖 次宋進士韻 四首  경호차송진사운 4수

경포호. 송진사의 시를 차운하여 4수  

1

江城花落雨初歇 강성화락우초헐

강성에 꽃은 지고 비로소 비 개이니

露葉烟枝滿綠淸 노엽연지만록청

안개 낀 가지 젖은 잎은 맑고 푸르네

遊人催發泛湖棹 유인최발범호도

나그네는 배 띄워 떠나기를 재촉하니

風送欸乃何處聲 풍송애내하처성

바람 속 노 젓는 소리 어디에서 나는가

2

烟輕霧細越羅裙 연경무세월라군

부드러운 안개를 치마처럼 펼쳐 두르고

一笑眞傾下蔡軍 일소진경하채군

한번 웃으면 하채군이 진실로 넘어지네

更步生塵波上襪 경보생진파상말

버선발로 물 위를 먼지 일으키며 걸으며

莫敎飜作楚臺雲 막교번작초대운

초대 위에 나부끼는 구름은 되지 말게

3

碧海水從雲漢北 벽해수종운한수

푸른 바닷물 은하수 따라 북쪽에 닿고

蓬萊山入鏡湖東 봉래산입경호동

봉래산은 경포호 동쪽으로 들어왔네

湖東江岸板橋闊 호동강안판교활

호수 동쪽 강 언덕의 널다리는 넓어

鯨蹴晩波生夕風 경축만파생석풍

고래가 물결을 차니 저녁 바람이 이네

4

湖上桐花落鏡臺 호상동화락경대

호수 위 오동 꽃잎 경포대에 떨어지고

綠陰濃處水烟開 녹음농처수연개

녹음 짙은 곳에 물안개가 펼쳐졌네

湖心暮色起西嶺 호심모색기서령

서산에 생긴 저녁 빛 호수를 물들이고

擬弄月簫歸去來 의롱월소귀거래

오가는 피리 소리 달 희롱하는 듯하네

 

※下蔡(하채) : 고을 이름. 호색(好色)하기로 이름난 등도자(登徒子)가 부인을 하채에 두고 미색에 도취되어 헤어날 줄을 몰랐다 하여 호색하는 사람을 하채에 미혹한다고 한다.

※步生塵波上襪(보생진파상말) : 파상말(波上襪)은 물 위를 걷는 버선이라는 뜻으로, 능파선자(凌波仙子)라는 물의 여신이 물 위를 사뿐사뿐 걷는 것을 표현하였다. 보생진(步生塵)은 위(魏) 나라 조식(曺植)이 낙수(洛水)의 신녀인 복비(宓妃)를 두고 지은 낙신부(洛神賦)에서 ‘물결을 타고 사뿐사뿐 걸으니 비단 버선에 먼지가 난다. [凌波微步 羅襪生塵]’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물 위의 신녀처럼 살면서’라고 이해된다.

※楚臺(초대) : 초(楚) 나라 무산(巫山)에 있는 양대(陽臺)를 말한다. 초회왕(楚懷王)이 고당(高唐)에서 낮잠을 잘 때 한 여인이 찾아와 하룻밤을 잤는데, 아침에 떠나면서 “저는 아침이면 구름이 되고, 저녁이면 비가 되는데, 아침이면 양대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한다.

 

 

沙丘臺望 北海諸嶠  사구대망 북해제교  

사구대에서 북해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며

在安邊鶴浦北渚 제안변학포북저

안변은 학포 북쪽 물가에 있다.

 

金玉樓臺拂紫煙 금옥누대불자연

금옥 누대에는 붉은 안개가 피어나고

鳳麟洲渚下羣仙 봉린주저하군선

봉황 기린이 신선들과 물가에 내려오니

青山亦厭人間世 청산역염인간세

청산도 또한 인간 세상을 싫어하여

飛入滄溟萬里天 비입창명만리천

푸른 바다 먼 하늘로 날아드는구나

 

 

贈天然  증천연  

천연에게 주다

 

藏眞惠遠太顚師 장진혜원태전사

장진과 혜원법사 태전선사와

李白淵明韓退之 이백연명한퇴지

이태백과 도연명과 한퇴지는

等是當年方外友 등시당년방외우

당년에 세속을 초월하던 벗일 텐데

詎論心跡兩參差 거론심적양참차

어찌 속마음 논함에 두셋이 다른가

 

※藏眞(장진) : 중국 당(唐) 나라의 서예가인 회소(懷素;725~785). 원래는 승려로, 자(字는) 장진(藏眞). 일찍이 불문에 들어갔으며 술을 좋아해서 만취가 되면 흥에 못 이겨 붓을 종횡으로 놀려 연면체(連綿體)의 초서, 즉 광초(狂草)를 잘 썼다고 한다.

※惠遠(혜원) : 중국 정토종(淨土宗)의 초조(初祖)인 동진(東晋) 때의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를 말한다,

※太顚(태전) : 韓愈(한유)와 동시대 중국 변방 조주(潮州) 지역의 고승인 태전선사(太顚禪師, 732~824). 유학(儒學)의 거두이며 조주자사(潮州刺史)인 한유(韓愈)가 태전선사를 타락시켜 불교가 하찮은 것임을 밝히려고, 젊고 예쁜 홍련(紅蓮)이라는 기생에게 태전선사를 100일 내에 파계(破戒) 시키라는 명을 내렸으나 오히려 홍련이 감화되고, 태전선사가 홍련에게 써준 게송에 한유도 감화되어 불자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李白淵明韓退之(이백연명한퇴지) : 이백(李白, 701~762)은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자는 태백(太白), 연명(淵明)은 동진(東晋) 때의 시인 도잠(陶潛, 365~427)의 자이며, 퇴지(退之)는 당나라 때의 시인 한유(韓愈, 768~824)의 자이다.

※方外(방외) : 세속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

※心跡(심적) : 속마음, 본심, 속심.

 

 

半月山彈琴  반월산탄금 

반월산에서 거문고를 타며

半月山在鑑湖邊 琴亦有狀半月 而名之者

반월산재감호변 금역유상반월 이명지자

반월산은 감호 가에 있는데 거문고 역시 모습이 반달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半月山頭半月琴 반월산두반월금

반월산 위에서 반월금을 타노라니

水晶樓閣紫煙深 수정누각자연심

수정 누각에 붉은 안개 자욱한데

陽春白雪無人和 양춘백설무인화

양춘 백설곡에 화답하는 이 없고

碧海長天萬里心 벽해장천만리심

푸른 바다 먼 하늘에 마음만 멀리 가네

<一作夜夜心 일작야야심

다른 작품에는 야야심으로 지었다.>

 

※양춘백설곡(陽春白雪曲) : 양춘곡(陽春曲)과 백설곡(白雪曲). 중국 초(楚)나라 때의 2대 명곡으로, 내용이 너무도 고상하여 창화(唱和: 가락을 잘 맞추어 부름)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진다. 전하여 상대방의 시문을 높여 이르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