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歲暮 (세모) - 李穡 (이색)

-수헌- 2025. 1. 3. 16:44

歲暮   세모     李穡   이색  

歲暮心彌壯 세모심미장

세밑에 마음은 더욱 비장해지고

天陰骨更酸 천음골갱산

날이 흐리니 온몸이 시큰거리니

丹田久蕪穢 단전구무예

단전이 오랫동안 황폐해져서

白晝懶衣冠 백주나의관

대낮에도 의관을 갖추지 못하네

詩酒三生樂 시주삼생락

시와 술은 삼생에 즐기는 낙인데

雲山四面寬 운산사면관

사면에 운산이 너그럽게 펼쳤네

微吟抱眞素 미음포진소

조용히 읊으며 소탈함을 지니니

深谷翳芝蘭 심곡예지란

깊은 골짝이 지란을 가리는구나

 

※三生(삼생) : 불가(佛家)에서 전생(前生), 금생(今生), 후생(後生)을 통틀어서 하는 말이다.

※雲山四面寬(운산사면관) : 구름과 산이 사면에 너그럽게 펼쳤다는 것은 좋은 시의 소재가 되는 자연 풍경이 사방에 널렸다는 의미인 듯

※芝蘭(지란) : 지란(芝蘭)은 향초(香草)인 지초(芝草)와 난초(蘭草)를 아울러 말한 것으로, 이는 선인(善人)에 비유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지란은 깊은 숲 속에 나는데, 사람이 없다 하여 향기를 풍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芝蘭生於深林 不以無人而不芳]’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군자(君子)의 굳은 지조(志操)를 비유한다.

 

 

歲暮   세모     李穡   이색  

歲暮江山靜 세모강산정

세모가 되니 강산은 정적에 쌓였는데

吾生齒髮疏 오생치발소

이 몸은 치아와 머리털이 성글어지네

乞歸謀已熟 걸귀모이숙

귀향을 청할 계획은 이미 무르익어도

療病術皆虛 요병술개허

병을 고치게 할 방법은 아무것도 없네

塵滿陳蕃榻 진만진번탑

진번의 걸상은 먼지만 쌓여 펼쳐있고

天低諸葛廬 천저제갈려

제갈량의 초가는 하늘 속에 있구나

幽懷竟未已 유회경미이

가슴속 품은 뜻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長嘯幾時舒 장소기시서

언제쯤 길게 휘파람 풀어 볼 수 있을까

 

※塵滿陳蕃榻(진만진번탑) : 후한(後漢)의 진번(陳蕃)은 현인 서치(徐穉)가 찾아올 때마다 그를 위해 특별히 걸상을 내려놓고 환담을 하다가 그가 가고 나면 걸상을 다시 걸어 놓았다는 고사가 있다. 이는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없다는 말이다.

※天低諸葛廬(천저제갈려) : 후한(後漢) 말 제갈량(諸葛亮)이 은거하는 초가를 유비(劉備)가 삼고초려(三顧草廬) 했다는 고사가 있는데, 현자의 초가를 찾아갈 수도 없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