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懷 二首 (추회 이수) - 申欽 (신흠)

-수헌- 2024. 11. 5. 11:34

秋懷 二首 추회 이수 申欽 신흠  

가을의 회포 두수

 

冏冏月吐巘 경경월토헌

산봉우리에서 밝은 달이 떠오르고

咽咽蛬吟礎 열열공음초

주춧돌의 귀뚜라미는 목이 메이고

摵摵葉響柯 색색엽향가

앙상한 가지에 나뭇잎 떨어지는데

嗈嗈雁呌侶 옹옹안규려

기러기는 울면서 짝을 부르는구나

天地互陰陽 천지호음양

천지의 음양이 서로 번갈아 들어

居然見秋序 거연견추서

어느덧 절서가 가을을 만나는구나

商音一何肅 상음일하숙

가을 소리는 어찌 그리 엄숙하여

萬物歸摧沮 만물귀최저

만물을 막고 꺾어 돌아가게 하나

幽人自多感 유인자다감

은거하는 이 절로 느낌이 많아서

念此嘿不語차묵불어

이를 생각하며 말없이 입을 닫네

蟹梁水初落 해량수초락

게 잡는 여울에 물이 막 마르고

稻苗霜始下 도묘상시하

벼 이삭에 서리가 처음 내리니

瓜收蔓空懸 과수만공현

오이 거둔 뒤 덩굴만 걸려있고

豆肥萁已赭 두비기이자

콩이 여물어 콩깍지는 벌어졌네

燦燦籬菊華 찬찬리국화

울밑의 국화는 찬란하게 빛나고

團團園栗顆 단단원율과

동산의 밤알은 둥글게 여물었네

雅志在丘壑 아지재구학

평소 품은 뜻은 산수에 있었는데

投老坐坎軻 투노좌감가

늙어서 뜻을 못 이뤄 답답하구나

達者安所遇 달자안소우

깨우치면 편안함을 만난다는데

文罔亦奚挫 문망역해좌

문망 또한 어찌 꺾을 수 있을까

衆醉守孤醒 중취수고성

모두 취한 세상에 홀로 깨어서

高吟還寡和 고음환과화

높이 읊어도 창화할 이 없구나

杖屨日來往 장구일래왕

날마다 지팡이 끌고 왕래하면서

琴書聊整暇 금서료정가

한가롭게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時登高樓望 시등고루망

때로 높은 누에 올라 바라보면

海日光相射 해일광상사

바다 위 태양이 날 비추어 주네

勺水世自多 작수세자다

세상에 작은 재주가 절로 많아도

根塵吾已謝 근진오이사

나는 근진을 이미 떨쳐버렸으나

興來氣豪橫 흥래기호횡

흥이 일어서 기개가 호탕해지면

長謠足悲詑 장요족비이

천박함이 슬퍼서 길게 노래하네

 

※坎軻(감가) : 길이 험하여 다니기 힘듦. 일이 뜻대로 안 되어 마음이 답답함.

※文罔(문망) : 필화(筆禍)에 걸림을 뜻하며, 법망(法網)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勺水世自多(작수세자다) : 작수(勺水)는 한 국자의 물이란 뜻으로, 아주 작은 재주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세상이 스스로 나의 작은 재주를 많다고 해도’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根塵吾已謝(근진오이사) : 근진(根塵)은 불가(佛家)의 용어로써 사람을 미혹시키는 여섯 가지의 근원이 되는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육근(六根)과 여섯 가지의 욕정인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의 육진(六塵)을 말한다. 이는 물욕(物欲)을 떨쳐버렸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