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卽事 만추즉사 成運 성운
늦가을에 즉흥으로 읊다.
野外蒼山晩 야외창산만
들판 밖의 푸른 산에 해가 저무니
棲鴉接翅歸 서아접시귀
갈까마귀 보금자리 찾아 돌아오네
草蟲先夜唱 초충선야창
밤 되기 전에 풀벌레가 울어대고
霜葉不風飛 상엽불풍비
서리 내린 낙엽 바람에 날리지 않네
病婢慵烹粥 병비용팽죽
병든 계집종 게으르게 죽을 끓이고
寒妻困挽衣 한처곤만의
가난한 아내 겨울옷 장만에 지쳤네
近間多虎豹 근간다호표
근래에 범들이 자주 나온다 하여
日在掩柴扉 일재엄시비
대낮에도 사립문을 닫고 지낸다네
晩秋書事 만추서사 成運 성운
늦가을에 눈앞의 일을 쓰다
僻居身與世相違 벽거신여세상위
외진 곳에 살다 보니 세상과 멀어지고
抱病多年客自稀 포병다연객자희
병이 든 여러 해 동안 찾는 이 드무네
敗葉衰荷經雨側 패엽쇠하경우측
말라 시든 연잎은 비를 맞아 기울었고
逸翰新雁拂雲飛 일한신안불운비
첫 기러기 글씨 쓰며 구름 헤치고 나네
剉松催釀治風酒 좌송최양치풍주
소나무를 꺾어서 서둘러 치풍주를 빚고
彈絮先裁禦臘衣 탄서선재어랍의
솜을 타서 추위 막을 옷을 미리 짓네
囊篋久知無儲物 낭협구지무저물
궤짝에 쌓인 물건 없는 줄 예부터 아니
不須當夜掩柴扉 불수당야엄시비
구태여 밤에 사립문 닫을 필요가 없겠네
※逸翰(일한) : 빼어난 문장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기러기가 열 지어 나는 모습이 글씨를 쓴 것과 같다는 표현이다.
※治風酒(치풍주) : 풍기를 다스리는 데 쓰는 술. 풍기(風氣)는 신경의 고장으로 생기는 온갖 병의 총칭으로 풍질(風疾) 또는 풍병(風病)이라고도 한다.
※囊篋(낭협) : 서적이나 문고 귀한 물건 등을 넣어두던 상자나 궤짝을 말한다. 서적을 가리키기도 한다.
*성운(成運, 1497~1579년) : 조선 전기 대곡집을 저술한 학자. 자는 건숙(健叔), 호는 대곡(大谷). 1531년(중종 26) 진사에 합격하였으나, 성운의 형이 을사사화로 화를 입자 보은 속리산에 은거하고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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