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順陵途中 次朴建之 (순릉도중 차박건지) 外 -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4. 9. 9. 16:38

順陵途中 次朴建之 순릉도중 차박건지  

순릉 가는 도중 박건지를 차운하여

 

烏几靑年學聖賢 오궤청년학성현

오궤의 젊은이가 성현을 공부하려고

朅來高詠矞雲篇 걸래고영율운편

율운시편 크게 읊으며 떠나가는구나

窮途忽發歸歟興 궁도홀발귀여흥

길이 막히니 돌연 돌아갈 생각이 일어

長憶蓬窻醉後眠 장억봉창취후면

오랜 봉창 생각에 취하여 잠이 들었네

 

※順陵(순릉) : 조선 성종의 정비인 공혜왕후의 능. 파주에 있다.

 

※朅來(걸래) : 가다. 어찌 오지 아니하느냐?. 떠나다.

 

※矞雲篇(율운편) : 율운(矞雲)은 삼색구름을 말한다. 오색구름은 경운(慶雲)이라 하는데, 모두 상서로움을 의미한다. 편(篇)은 완결된 시문(時文)이란 뜻이 있으니 상서로움을 갈구하는 시문을 의미한다.

 

※蓬窻(봉창) : 쑥이 무성하거나 쑥대로 얽은 창문이라는 뜻으로 고향의 허름한 집을 말한다.

 

 

三山雪觀 삼산설관 

삼산의 눈구경

 

天意應嫌紫翠峯 천의응혐자취봉

하늘 생각이 푸른 봉우리를 싫어하여

六花開出玉芙蓉 육화개출옥부용

눈꽃을 아름다운 연꽃처럼 피웠구나

孤雲亦匪無心者 고운역비무심자

외로운 구름 또한 무심하지 아니해서

還向孱顔盡日籠 환향잔안진일롱

하루 종일 험준한 산을 덮어 가렸네

 

六花(육화) : 눈의 결정이 여섯 모로 된 꽃과 같이 생겼다는 뜻으로, ‘눈’을 달리 이르는 말.

 

孱顔(잔안) : 산이 험준한 모양. 험악한 바위.

 

 

次觀頤道人贈法達韻 차관이도인증법달운  

이도인이 법달에게 주는 것을 보고 차운하다.

 

道士淸詩起法僧 도사청시기법승

도사가 맑은 시로써 법승의 흥을 일으키니

珠琪璀粲滿溪藤 주기최찬만계등

찬란한 옥구슬이 개울가 등나무에 가득하네

三吟欲和才還盡 삼음욕화재환진

재주 다하고 돌아오고 싶어 세 번을 읊으며

挑了禪房一夜燈 도료선방일야등

한밤 선방의 등불심지를 돋우어 밝히는구나

 

※頤道人(이도인) :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서예가인 宋寅(송인, 1516~1584)을 말한다. 자는 명중(明仲), 호는 이암(頤庵) 녹피옹(鹿皮翁).

 

※法達(법달) : 조선 전기의 승려. 선조(宣祖) 때의 문신인 양사언(楊士彦)ㆍ송인(宋寅) 등과 교유함.

 

※道士淸詩起法僧(도사청시기법승) : 도사(道士)는 이암(頤庵) 송인(宋寅)을, 법승(法僧)은 승려 법달(法達)을 말한다. 흥기 시킨다는 것은 공자(孔子)가 시경(詩經)을 가지고 문답한 자하(子夏=商)를 칭찬하여, ‘나를 흥기 시키는 자는 상(商)이로구나. 비로소 더불어 시를 말할 만하구나. [起予者 商也 始可與言詩已矣]’ 한 데서 인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