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處世訓 (처세훈) - 奇正鎭 (기정진)

-수헌- 2024. 7. 27. 17:23

처세(處世)란 말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가는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좋은 의미로 처세를 잘한다는 것은 남에게 욕먹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을 말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처세술(處世術)이 좋다고 하면 ‘야비 비열 협잡 아첨 비굴’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처세훈(處世訓)은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을 말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이나 철학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처세훈(處世訓)이나 인생훈(人生訓)이 전해 오는데, 오늘은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선생의 처세훈(處世訓)을 쓰면서 그 뜻을 새겨 본다.

 

處世訓   처세훈     奇正鎭   기정진

 

處世柔爲貴 처세유위귀

세상을 살아감에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기라

剛强是禍基 강강시화기

강하고 억센 것은 도리어 화근이 되느니라

發言常欲訥 발언상욕눌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천천히 하려고 애쓰며

臨事當如痴 임사당여치

매사에 임할 때에는 어리석은 듯이 행하라

急地尙思緩 급지상사완

급한 경우에는 오히려 천천히 생각해 보며

安時不忘危 안시불망위

편안한 때에도 위태로웠던 때를 잊지 말라

一生從此計 일생종차계

평생동안 이런 계획을 잘 실행해 나간다면

眞個好男兒 진개호남아

진실로 호남아라 하리라.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 1798~1879) 선생은 조선 후기의 학자로, 율곡 이이(栗谷 李珥), 퇴계 이황(退溪 李滉), 화담 서경덕(花潭 徐敬德), 한주 이진상(寒洲 李震相), 녹문 임성주(鹿門 任聖周) 등과 함께 조선 성리학(性理學)의 6대가(大家)로 불리는 분이다.

그의 학문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거나 어느 학파에 연원을 둔 것이 아니라, 송대(宋代)의 정호(程顥) 정이(程頤) 주희(朱熹) 등의 성리학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통해 이황(李滉) 이이(李珥) 이후 계속되어 온 주리(主理) 주기(主氣)의 논쟁을 극복하고, 이일분수(理一分殊)의 이론에 의한 독창적인 이(理)의 철학 체계를 수립하였다 한다.

선생은 1831년 사마시에 장원으로 합격하였으나 평생을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낙향하여 후진 양성에 주력하여 그의 문인(門人)이 6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선생의 처세훈을 새겨 보면, 실행하기 어려운 것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요즈음 인사들의 언행(言行)을 보면 무슨 일이 그리 급한지 모르겠고,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막말과 강대강(强對强)으로 대치만 일삼으니, 처세훈의 교훈은 망각하고 소위(所謂) 처세술「處世術」에만 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