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蝸牛角上(와우각상)

-수헌- 2024. 4. 19. 22:40

蝸牛角上(와우각상)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달팽이 뿔 위라는 뜻인데 채근담(菜根譚) 후집에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石火光中 爭長競短 幾何光陰

석화광중 쟁장경단 기하광음

부싯돌에서 튄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 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蝸牛角上 較雌論雄 許大世界

와우각상 교자론웅 허대세계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 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그 어원은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 나온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 나라 혜왕(惠王)과 제(齊) 나라 위왕(威王)이 우호조약을 맺었는데 제(齊) 나라가 일방적으로 조약(條約)을 어겼다. 화가 난 위 혜왕(魏惠王)이 제 위왕(齊威王)에 대한 보복을 대신들과 논의했는데, 혜왕(惠王)은 재상(宰相) 혜자(惠子)가 추천한 대진인(戴晉人)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진인(戴晉人)은 이렇게 말했다. ‘전하, 달팽이의 왼쪽 촉각에 촉씨(觸氏)가, 오른쪽 촉각 위에는 만 씨(蠻氏)가 나라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 두 나라는 영토싸움을 되풀이하고 있었는데, 죽은 자가 수만(數萬)을 헤아리고, 15일에 걸친 격전(激戰) 후에야 겨우 군대를 철수했다고 합니다. 그 나라들 속에 위(魏) 나라가 있고 그 안에 도읍이 있고, 또 그 안에 전하(殿下)가 살고 계십니다. 이렇듯 우주의 무궁(無窮)함에 비한다면, 전하와 달팽이 촉각(觸角) 위의 국왕(國王)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대진인(戴晉人)의 말을 듣고 혜왕(惠王)은 제(齊) 나라와 싸울 마음이 없어졌다 한다.​

 

당(唐) 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대주(對酒)라는 시에서 위의 고사를 인용하여 이렇게 읊었다.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로 다투는가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

부싯돌 불빛 같은 순간에 이 몸 맡겼네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부귀하든 가난하든 즐거움은 잠깐인데

不開口笑是痴人 부개구소시치인

입 벌려 웃지 못하는 사람이 어리석지

 

와각지쟁(蝸角之爭)의 의미는 무궁한 우주에서 찰나에 불과한 인간의 삶에서 굳이 서로 다툴 이유가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그렇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또한 그렇다. 국내에만 한정하더라도 정부와 의사들의 다툼이 그렇고 여당과 야당의 다툼이 또 그렇다.

이제 총선도 끝났으니 우리 정치인들도 위의 위 혜왕(魏惠王)처럼 달팽이 뿔 위의 싸움[蝸角之爭]을 그만두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