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樓와 密陽

次季任密陽嶺南樓和朴昌世詩 (차계임밀양영남루화박창세시) - 李滉 (이황)

-수헌- 2024. 6. 11. 15:23

次季任密陽嶺南樓和朴昌世詩 二十二韻   차계임밀양영남루화박창세시 이십이운     李滉   이황

계임이 박창세의 밀양 영남루에 화답한 시를 차운하여.  

 

乙未南遊嶺海秋 을미남우령해추

을미년 가을에 남쪽 영해를 유람할 때

曾攀危檻眺雄州 증반위함조웅주

높은 난간 올라 웅대한 고을 바라보니

紛綸世事千回轉 분륜세사천회전

헝클어진 세상사는 수천 번을 변화해도

合沓天星兩匝周 합답천성량답주

겹친 하늘의 별은 주위를 짝지어 도네

 

夢化浪尋三島月 몽화랑심삼도월

꿈속에서 삼신산의 달을 찾아 유랑하며

詩疆空憶萬家侯 시강공억만가후

시에서나마 만호 제후를 헛되이 꿈꾸니

病纏瘴水寧天意 병전장수녕천의

장수에서 병에 묶임은 정녕 하늘 뜻인가

詞賁滕王定鬼謀 사분등왕정귀모

등왕각의 대단한 글은 귀신의 지략인가

 

舊說一琴隨隻鶴 구설일금수척학

옛말에 거문고마다 학 한 마리 따랐다는데

今聞長笛倚高樓 금문장적의고루

지금 누각에 높이 기대 긴 피리소리 들으며

風雲入筆驅神變 풍운입필구신변

풍운이 든 붓을 몰아가니 신비롭게 변화하고

海岳披眸豁遠幽 해악피모할원유

멀리 아득히 열린 바다와 산에 눈을 펼쳤네

 

鄂渚烟光荊樹外 악저연광형수외

악저의 아지랑이 형주의 숲 밖에서 빛나고

長沙秋色楚江頭 장사추색초강두

초강의 머리에는 장사의 가을빛이 있구나

霞觴艷海羞麟鳳 하상염해수린봉

고운 바다의 하상은 봉황과 기린에 드리니

仙樂轟天詠瑟璆 선악굉천영슬구

선악이 하늘 울리고 옥 거문고로 노래하네

 

弔古自成歌激烈 조고자성가격렬

옛날을 생각하니 노래가 절로 격렬해지고

傷今尤覺語悲遒 상금우각어비주

지금 말씀을 깨달으니 슬퍼져 마음 상하네

風斤妙質逢宜少 풍근묘질봉의소

풍근 같은 묘한 재주는 만나기가 어려운데

白雪希音和豈稠 백설희음화기조

어찌 백설 같은 희음에 화답함이 많을까

 

山澤臞形眞自笑 산택구형진자소

산택에서 여위어진 몸에 진정 스스로 웃으며

皇華佳什謬當酬 황화가십류당수

사신이 지은 좋은 시에 대해 잘못 화답했네

携來夜屋虹光貫 휴래야옥홍광관

가지고 오니 밤중에도 집에 무지개가 꽂히고

讀罷晨窓瑞色浮 독파신창서색부

독서를 마친 새벽 창에 상서로운 빛 떠있네

 

熟路四方馳駿駕 숙로사방치준가

사방 익숙한 길에 준마로 수레가 치달리듯

洪流千里送颿舟 홍류천리송범주

큰 물 흐르는 천 리에 돛 단 배를 보내네

煙花滿目啼黃鳥 연화만목제황조

눈에 가득한 봄철의 경치에 꾀꼬리가 울고

雲雨垂空舞翠虯 운우수공무취규

하늘에 드리운 비구름에 푸른 교룡이 춤추네

 

達士離塵淸似蛻 달사리진청사세

속세를 떠난 달사는 허물 벗은 듯 깨끗하고

凡夫徇俗窘如囚 범부순속군여수

세속을 자랑하는 범부는 죄수처럼 군색하네

觀風有愛留棠茇 관풍유애류당발

사랑으로 풍속을 살피며 감당나무에 머물고

食力何尤付橘洲 식력하우부귤주

먹고 살 힘이 있는데 어찌 귤주에 의지할까

 

至敎幾人承化雨 지교기인승화우

지극한 가르침에 몇 사람이나 교화를 받았나

浮名唯我去懸疣 부명유아거현우

헛된 명성에 오직 나만 혹을 달고 가는구나

涼涼獨見交如漆 양량독현교여칠

맑고 독창적 견해로 옻칠 같이 사귀었고

落落休論得若丘 낙락휴론득약구

대범하게 논쟁 마치니 얻은 게 언덕과 같네

 

荏苒光陰嗟易失 임염광음차이실

덧없이 가는 세월에 쉬이 잃음을 한탄하며

回環倚伏莽難求 회한의복망난구

돌고 도는 의복은 우거져 찾기가 어렵구나

悲傷觸事嬰深抱 비상촉사영심포

아픈 일을 당하면 아이처럼 깊이 안아주듯

感慨因公記壯遊 감개인공기장유

공의 장쾌한 유람을 기억하니 감개하구나

 

安得樓居同吐納 안득루거동토납

어찌 높은 집에 살며 신선의 술법을 함께하여

仍看羽化脫喧啾 인간우화탈훤추

그래서 신선이 되어 시끄러운 세상 벗어날까

浮游汗漫出六合 부휴한만출륙합

탐탁지 않게 등한히 떠돌며 천지 사방 나아가

臥閱蓬萊淸淺流 와열봉래청천류

누워서 봉래산 맑고 얕게 흐르는 물을 보리라

 

※季任(계임) : 조선 중기 경상도관찰사를 역임한 조사수(趙士秀, 1502-1558)의 자, 호는 송강(松岡). 퇴계(退溪)가 그의 만사(輓詞)를 지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昌世(창세) : 조선 전기 담양부사, 순천부사, 나주목사 등을 역임한 문신 박상(朴祥, 1474-1530)의 자. 호는 눌재(訥齋).

 

※弔古(조고) : 옛날을 생각하다.

 

※風斤妙質(풍근묘질) : 風斤(풍근)은 바람소리 나는 도끼질이라는 뜻이다. 춘추 시대 초(楚) 나라 영(郢) 땅의 사람이 백토를 코끝에 매미 날개만큼 엷게 바르고 장석(匠石)이라는 대목에게 깎으라 하니, 장석(匠石)이 바람을 내며 도끼를 휘둘러 백토만을 깎고 코는 상하지 않았다. 영(郢) 사람도 선 채로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송나라 임금이 그 말을 듣고 ‘과인에게도 해보라’ 하니 장석(匠石)이 말하기를 ‘지금은 신의 질(質)이 죽은 지 오래되어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묘질(妙質)은 뛰어난 소질을 의미하나, 전하여 서로 믿고 잘 통하는 상대, 즉 지기(知己)를 뜻한다,

 

※希音(희음) : 기묘(奇妙)한 소리를 말하는데, 시문(詩文)이나 언담(言談)이 고상하고 뛰어난 것을 비유한다.

 

※皇華(황화) : 중국 사신의 높임말.

 

※佳什(가십) : 아름답게 잘 지은 시가.

 

※煙花(연화) : 봄날의 경치, 춘경.

 

※達士(달사) : 이치(理致)에 밝고 사물에 통달하여 얽매어 지내지 아니하는 사람.

 

※棠茇(당발) : 주(周) 나라의 명신 소백(召伯)이 고을을 순행하면서 초막으로 삼아 선정을 펼쳤던 감당(甘棠)나무 아래를 말함.

 

※觀風(관풍) : 관풍찰속(觀風察俗), 풍속을 자세히 살펴봄.

 

※食力(식력) : 자신의 힘으로 생활함, 백성의 조세에 의존함, 양식과 인력.

 

※化雨(화우) : 교화가 사람에게 미치는 것을 때맞추어 오는 비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荏苒(임염) :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 차츰차츰 세월이 지나감.

 

※倚伏(의복) : 노자(老子)에 나오는 화복의복(禍福倚伏)에서 온 말로 화는 복 옆에 기대어 있고, 복은 화 속에 엎드려있다는 뜻.

 

※吐納(토납) : 입으로 묵은 기운을 내뿜고 코로 새로운 기운을 들이마시는 신선이 되기를 배우는 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