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踏靑歌 (답청가) - 金宗直 (김종직)

-수헌- 2024. 4. 8. 17:14

踏靑歌   답청가     金宗直   김종직 

轅門春色濃如酒 원문춘색농여주

군문의 봄빛이 마치 술처럼 농후하여

細草茸茸連海口 세초용용련해구

부드러운 봄풀이 바닷가에 이어졌네

元戎修禊集賓佐 원융수계집빈좌

원수가 수계하러 빈좌들을 소집하니

正是落花寒食後 정시락화한식후

한식 지난 후 꽃 떨어질 때 되었구나

雕鞍駿馬魴魚津 조안준마방어진

안장에 조각한 준마가 방어진에 모여

踏靑盡日歌狸首 답청진일가리수

하루 종일 답청하며 이수를 노래하네

坐中決拾更有誰 좌중결습경유수

좌중에서 결습한 사람은 또 누구인가

鹽浦將軍高鬱守 염포장군고울수

고울의 원님인 염포진의 장군이구나

是時風恬海不動 시시풍념해불동

때는 바람 순하고 파도도 일지 않아

兩兩搖舟見蜑叟 량량요주견단수

둘씩 짝지어 배 젓는 단수들이 보이고

鰒魚蛤蜊滿笭箵 복어합리만령성

전복이랑 조개가 대바구니에 가득하니

南烹便飫還思嘔 남팽편어환사구

남녘요리 실컷 먹어 오히려 토할 것 같네

時催紅袖舞回風 시최홍수무회풍

때로 회오리바람에 붉은 옷소매 춤추고

攏撚況有興奴手 농년황유흥노수

비파 타는 기법에 흥노의 솜씨가 있구나

醉中諧笑沸海底 취중해소비해저

취중의 담소하는 소리 바닷속을 뒤집고

紫鳳飛翥黿鼉吼 자봉비저원타후

봉황이 날고 자라 악어가 우는 듯하구나

人生宇內眞蘧廬 인생우내진거려

인생에 세상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니

朝爲少年夕老醜 조위소년석로추

아침의 소년이 저녁엔 추하게 늙는구나

靑春且可窮歡娛 청춘차가궁환오

젊었을 때 또한 즐거움을 모두 누려야지

何用辛勤啗三臼 하용신근담삼구

어찌 고생스레 거친 음식만 먹어야 하나

況逢太平邊事少 황봉태평변사소

더구나 태평시대 만나 변방 일도 적어서

幕中嘿嘿顔不厚 막중묵묵안불후

막중에 조용히 있어도 부끄럽지 않으니

不如傾海添金罇 불여경해첨금준

바닷물 기울여서 금 술잔에 가득 채워서

塵土胸懷堪抖擻 진토흉회감두수

가슴속 흙먼지를 씻어버리면 좋겠구나

 

※元戎修禊集賓佐(원융수계집빈좌) : 원융(元戎)은 군에서 최고 사령관 원수(元帥)를 말하고, 빈좌(賓佐)는 감사(監司) 수사(水使) 등을 수행하는 비장(裨將)을 말한다.

 

※狸首(이수) : 고대의 분실된 시의 편명으로, 활을 쏠 적에 행하는 의식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決拾(결습) : 결(決)은 활을 쏠 때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끼는 짐승 뼈로 만든 깍지이고, 습(拾)은 활줄이 스치는 것을 막기 위해 왼팔에 차는 가죽 토시를 말한다.

 

※高鬱(고울) : 고울(高鬱)은 영천(永川)의 옛 지명이다.

 

※蜑叟(단수) : 해인(海人)과 같은 뜻으로, 어부(漁父)를 말한다.

 

※紅袖(홍수) : 옛 군복의 붉은 소매.

 

※攏撚況有興奴手(농년황유흥노수) : 농년(攏撚)은 비파를 타는 기법을 말하고, 흥노(興奴)는 당(唐) 나라 때 비파(琵琶)를 잘 타기로 유명했던 배흥노(裵興奴)를 말한다.

 

※蘧廬(거려) : 임시로 엮은 초막으로 인생길에 잠깐 머물다 가는 이 세상을 말함. 전하여 지금의 여관이란 말과 같다. 장자(莊子) 천운(天運)에 ‘인의는 선왕의 거려이다. [仁義 先王之蘧廬.]’라는 말이 있다.

 

※三臼(삼구) : 삼구(三臼)는 매끼 거친 음식을 찧어서 먹어야 하는 가난한 사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