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草衣茶 外 (초의차 외) - 覺岸 (각안)

-수헌- 2024. 4. 13. 16:10

草衣茶   초의차     覺岸   각안  

穀雨初晴日 곡우초청일

곡우에 날이 개이기 시작하는데

黃芽葉未開 황아엽미개

노란 싹 잎은 아직 펴지 않았네

空鐺精炒出 공당정초출

빈 솥에다 정성스레 잘 덖어서

密室好乾來 밀실호건내

밀실에서 아주 잘 말려내었구나

栢斗方圓印 백두방원인

잣나무 상자에 방원인을 찍어서

竹皮苞裹裁 죽피포과재

대껍질 잘라서 잘 꾸려 싼 다음

嚴藏防外氣 엄장방외기

외기를 단단히 막아 잘 간수하니

一椀滿香回 일완만향회

찻잔에 향기가 가득 감도는구나

 

 

茶藥說   다약설     覺岸   각안 

차가 약이라는 이야기.

 

一椀腹心小安 일완복심소안

첫 잔 마시니 뱃속이 조금 편안해지고

二椀精神爽塏 이완정신상개

둘째 잔 마시니 정신이 맑아지는구나

三四椀渾身流汗 삼사완혼신류한

서너 잔을 마시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淸風吹骨 청풍취골

뼈에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는 듯하여

快然若未始有病者也 쾌연약미시유병자야

비로소 병이 없었던 사람처럼 상쾌하구나

 

 

茶具銘   다구명     覺岸   각안  

다구에 새기다

 

生涯淸閑 생애청한

일생 청아하고 한가함은

數斗茶芽 수두다아

두어 말 찻잎 덕분이네

設苦窳爐 설고유로

찌그러진 화로를 늘어놓고

載文武火 재문무화

약하고 강한 불을 지폈네

瓦罐列右 와관열우

다관은 오른쪽에 벌리고

瓷盌在左 자완재좌

찻잔은 왼쪽에다 두었네

惟茶是務 유차시무

오직 차에만 힘쓸 뿐이니

何物誘我 하물유아

무엇이 나를 유혹하겠는가

 

*각안(覺岸, 1820~1896) : 조선후기 동사열전, 범해선사유고 등을 저술한 승려. 법호는 범해(梵海), 자는 환여(幻如), 자호는 두륜산인구계(頭輪山人九階). 각안(覺岸)은 법명이다. 경주 최 씨이며 속명(俗名)은 어언(魚堰), 또는 초언(超堰)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