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畫四時山水八幅 (화사시산수팔폭)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3. 9. 16. 17:10

畫四時山水八幅   화사시산수팔폭     李敏求   이민구  

사계절의 산수를 그린 여덟 폭 그림

 

寂歷雙松陰 적력쌍송음

두 소나무 그늘에서 평온하게 지내며

脫巾便偃仰 탈건편언앙

두건을 벗고 편안히 멋대로 사는구나

巖居復川觀 암거부천관

바위틈에 살며 다시 냇물도 바라보니

意薄秦丞相 의박진승상

진나라 승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구나

 

2

溪柳搖風細 계류요풍세

냇가 버들은 작은 바람에 흔들리고

林花隱霧重 임화은무중

숲 속 꽃은 짙은 안개 속에 숨었구나

輕衫赴春社 경삼부춘사

가벼운 옷차림으로 춘사에 나가는데

更度幾靑峯 경도기청봉

푸른 봉우리를 몇 개나 지나야 하나

 

3

靑厓群樹靡 청애군수미

푸른 언덕에는 나무들이 쓰러지고

風雨一溪虛 풍우일계허

비바람에 한가닥 시내도 비었구나

爲問垂綸客 위문수륜객

낚싯줄 드리운 사람에게 묻노니

觀魚勝得魚 관어승득어

고기 구경이 잡는 것보다 나은가

 

4

萬木俱零葉 만목구령엽

모든 나무들이 함께 잎을 떨구고

商聲入五絃 상성입오현

오현금에 가을 소리 들어오는구나

無人會幽意 무인회유의

그윽한 뜻으로 모이는 사람이 없어

目送雁飛天 목송안비천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만 바라보네

 

5

一葦涉秋水 일위섭추수

갈대배 하나로 가을 강물 건너가니

水禽驚暗翔 수금경암상

물새들 놀라 어둠 속으로 날아가네

前期在極浦 전기재극포

만날 약속이 포구 끝에 있어서

乘月過橫塘 승월과횡당

달빛에 올라서 횡당을 지나노라

 

6

日去採山木 일거채산목

날마다 산에 나무하러 가서

不辭風雪行 불사풍설행

눈보라에도 마다 않고 가네

誰知任世道 수지임세도

세도의 책임을 누가 알리오

未似束薪輕 미사속신경

땔나무 묶음처럼 가볍지 않음을

 

7

酒氣晩猶濃 주기만유농

술기운은 저녁에도 오히려 짙고

江心夜更熱 강심야경열

강 복판은 밤에도 더욱 뜨겁네

隣舟吹篴兒 린주취적아

옆의 배에서 피리 부는 아이는

試弄關山月 시롱관산월

관산의 달을 희롱하려 하는구나

 

8

雪下剡溪寒 설하섬계한

눈 내린 섬계는 차갑기만 한데

山川同一白 산천동일백

산천이 모두 하나 같이 희구나

應知篷底人 응지봉저인

응당 알겠네 배 안의 사람들은

不辨船頭鶴 불변선두학

뱃머리의 학을 분별 못할 줄을

 

※偃仰(언앙) : 누웠다 일어났다 한다는 뜻으로, 일상생활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이르는 말.

 

※巖居復川觀 意薄秦丞相(암거부천관 의박진승상) : 초야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살면서 높은 지위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범저(范雎)가 진(秦) 나라에서 큰 공을 세워 승상(丞相)에까지 올랐는데, 채택(蔡澤)이 찾아와 이제 그만 물러날 것을 권하며 ‘그대는 어찌하여 지금 승상의 인장을 풀어 현자에게 양보하고, 물러나 산속에 거처하며 냇물을 감상하려 하지 않는가.〔君何不以此時歸相印 讓賢者而授之 退而巖居川觀.〕’라고 하자, 이를 따랐다는 고사가 전한다.

 

※春社(춘사) : 입춘(立春) 이후 다섯 번째 무일(戊日)을 춘사일이라고 하는데, 이날 토지신(土地神)에게 제사하여 풍년을 기원했다고 한다.

 

※橫塘(횡당) : 남경(南京)의 서남쪽 강어귀의 둑 이름,

 

※剡溪(섬계) : 중국의 절강성에 있는 물 이름이다. 진(晉) 나라 왕휘지(王徽之)가 눈 내린 밤에 친구 대규(戴逵)를 갑자기 보고 싶어서 산음에서 배를 저어 섬계에 있는 그의 집 앞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고사가 전한다. 여기서는 그림 속의 시내를 가리킨다.

 

※篷底(봉저) ; 배속, 배밑, 봉창.

 

*이민구(李敏求,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또는 관해(觀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