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次韻摩詰田園樂 (차운마힐전원락) - 曺兢燮 (조긍섭)

-수헌- 2023. 9. 9. 22:44

次韻摩詰田園樂 五首 第二首以下 爲四時吟 차운마힐전원락 오수 제이수이하 위사시음 曺兢燮 조긍섭  

마힐의 전원의 즐거움에 차운하다 5수 제2수 이하는 사계절 정취를 읊었다

 

洞裡泉甘石古 동리천감석고

골짜기 안 돌로 된 오랜 샘물은 달고

村頭山斷溪斜 촌두산단계사

마을 앞엔 시내가 흘러 산이 끊겼네

一路人烟處處 일로인연처처

길가의 인가 곳곳에 연기가 피어나니

四時風物家家 사시풍물가가

사계절 풍물은 집집마다 고르구나

 

雪盡微風乍暖 설진미풍사난

눈이 녹자 미풍이 불어 문득 따스하고

氷輕遠水猶寒 빙경원수유한

얼음 녹아도 먼 데 물은 오히려 차갑네

耕罷烟隨野饁 경파연수야엽

들밥 짓는 연기 따라 밭갈이를 끝내고

醉歸花滿山冠 취귀화만산관

꽃이 가득한 산마루를 취하여 돌아오네

 

小雨黃梅近村 소우황매근촌

조금 내린 비에 인근 마을 매실이 익고

斜陽綠草平原 사양록초평원

기우는 햇살에 평원의 풀들이 푸르구나

日長雙燕歸院 일장쌍연귀원

긴 낮에 제비 두 마리 집으로 돌아가고

夜靜群蛙動門 야정군와동문

고요한 밤 개구리들 소리 문에 요란하네

 

滿地黃雲白露 만지황운백로

누런 곡식과 흰 이슬이 땅에 가득하고

連天碧水蒼烟 연천벽수창연

푸른 물 푸른 연기가 하늘에 닿았는데

寒花九日同醉 한화구일동취

중양절에 늦가을 국화와 함께 취하여

好月中宵獨眠 호월중소독면

달빛 좋은 한밤중에 홀로 잠들었네

 

手索來編蓋葦 수색래편개위

손에 새끼 꼬아 지붕 덮을 이엉 엮고

腰鎌去斫薪松 요겸거작신송

허리에 낫 차고 가서 땔감을 자르네

江寒野老猶釣 강한야로유조

강은 추원도 노인은 오히려 낚시하고

水凍山家不舂 수동산가불용

물이 얼어 산가에선 방아를 못 찧네

 

※摩詰(마힐) : 마힐(摩詰)은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자이다. 관직이 상서 우승(尙書右丞)에 이르러 왕우승(王右丞)이라고도 하며 시서화(詩書畫)에 두루 능했다.

 

※黃雲(황운) : 누렇게 익은 벼나 보리를 표현하는 시어(詩語).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이 동진화숙유제안원(同陳和叔遊齊安院)이라는 시에서 ‘흰 눈 같은 고치 짓자 뽕은 다시 파래지고, 누런 구름 베어내니 벼는 정히 푸르구나.〔繅成白雪桑重綠 割盡黃雲稻正靑〕’라고 표현하였다.

 

※寒花(한화) : 늦가을이나 겨울에 핀 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중양절에 핀 국화를 의미한다.

 

*조긍섭(曺兢燮,1873~1933) : 일제강점기 암서집, 심재집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중근(仲謹), 호는 심재(深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