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村居四節用牧隱韻 (촌거사절용목은운) - 李稷 (이직)

-수헌- 2025. 3. 13. 16:14

村居四節用牧隱韻   촌거사절용목은운     李稷   이직 

시골의 사계절을 목은의 운을 사용하여 읊다

 

春   봄

和柔懶困氣浮空 화유나곤기부공

온화하고 나른한 기운이 허공에 떠다니니

萬物生成大化中 만물생성대화중

큰 변화의 가운데 만물이 만들어지는구나

寂寞山村看更僻 적막산촌간경벽

다시 봐도 후미지고 적막한 산골 마을에

杏花開遍倚東風 행화개편의동풍

살구꽃만 봄바람에 의지해 두루 피어났네

 

夏   여름

火傘張炎蔽大空 화산장염폐대공

불볕 태양이 하늘을 뒤덮어 더위를 펼치니

幾人愁殺在爐中 기인수살재노중

화롯불 속같은 더위에 시름겨운 이 몇인가

堪誇樹密溪深處 감과수밀계심처

빽빽한 나무와 깊은 시내가 자랑할 만하여

赤足當流滿面風 족적당류만 면풍

만면에 바람맞으며 맨발로 물에 들어가리

 

秋   가을

滿山紅樹欲焚空 만산홍수욕분공

하늘을 태우는 듯한 온 산의 붉은 단풍에

山下人家錦繡中 산하인가금수중

산 아래 인가가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네

笑殺心悲搖落客 소살심비요낙객

나그네가 요락을 슬퍼하며 웃어넘기지만

何如大熱與淸風 하여대열여청풍

어찌 큰 무더위와 시원한 바람이 같을까

 

冬   겨울

慘慘雲凝雪滿空 참참운응설만공

구름이 끼고 눈발이 하늘 가득 애처로우니

悠揚萬鶴舞庭中 유양만학무정중

뜰에서 춤추던 만학이 아득히 나는 듯하네

人間富貴誰如我 인간부귀수여아

인간 세상의 부귀를 누가 나만큼 누렸으리

玉樹瓊林倚晚風 옥수경림의만풍

옥 같은 숲 속에서 저녁 바람에 기대어 본다

 

※火傘(화산) : 이글거리는 태양을 의미한다.

※搖落(요락) : 늦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짐.

 

*이직(李稷, 1362~1431) : 조선전기 이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우정(虞庭), 호는 형재(亨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