蓬萊 楊士彦 詩와 글씨

丘山驛亭次趙石磵韻 (구산역정차조석간운) 外 -楊士彦 (양사언)

-수헌- 2023. 9. 11. 16:08

丘山驛亭次趙石磵韻 구산역정차조석간운  

구산 역참에서 조석간의 시에 차운하여

 

日暮郵亭强倒巵 일모우정강도치

해 저문 역참에서 억지로 잔을 기울이니

路分南北欲歸時 노분남북욕귀시

돌아가려 하는 길은 남북으로 갈려 있네

長相思處長相見 장상사처장상견

오랫동안 그리던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니

誰恨人間有別離 수한인간유별리

그 누가 인간에 있는 이별을 한탄하리

 

※趙石磵(조석간) : 고려후기 밀직제학, 서해도 관찰사, 첨서밀직사사 등을 역임한 문신인 趙云仡(조운흘). 석간(石磵)은 그의 호이다.

 

 

次一行韻 차일행운  

일행선사의 시에 차운하여

 

綠水靑山白足僧 녹수청산백족승

녹수청산의 백족스님처럼

楚天吳雪往來曾 초천오설왕래증

일찍이 초나라 오나라를 다녔는데

淸虛如問蓬萊客 청허여문봉래객

청허대사께서 봉래객을 찾으시니

千里相思日轉增 천리상사일전증

천리 밖에서 그리움만 날로 더하네

 

※白足僧(백족승) : 세속의 더러움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수도승(修道僧)을 말한다. 위(魏) 나라의 승려 담시(曇始)는 발이 얼굴보다도 깨끗했는데 흙탕물을 걸어가도 발이 전혀 더러워지지 않았으므로 백족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렸다는 일화가 전해 온다.

 

※淸虛(청허) :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1520~1604). 호는 청허(淸虛)이고, 서산(西山)인 묘향산에 오래 머물렀으므로 서산대사(西山大師)라고 한다.

 

※蓬萊客(봉래객) : 이 시를 지은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 본인을 말한다. 양사언(楊士彦)은 사상적으로 유교적 관점을 가지면서도 불교와 도교에도 관심을 가져 서산대사(西山大師)와 같은 승려는 물론 남사고(南師古) 이지함(李之涵) 같은 인물과도 친밀한 교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