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七夕 詩 (칠석 시) - 女流詩人(여류시인) 들

-수헌- 2023. 8. 18. 10:28

七夕   칠석     李玉峰 이옥봉 

無窮會合豈秋思 무궁회합기추사

끝없이 만나는데 어찌 가을을 그리워할까

不比浮生有離別 불비부생유이별

떠도는 인생의 이별과 비교할 수 없구나

天上却成朝暮會 천상각성조모회

하늘에선 도리어 아침저녁으로 만나는데

人間漫作一年期 인간만작일년기

사람들은 일 년 만에 만난다고 하는구나

 

七夕   칠석     李玉峰 이옥봉

烟霄微月澹長空 연소미월담장공

아득히 높은 하늘에 희미한 달 걸리고

銀漢秋期萬古同 은한추기만고동

은하에서의 가을 기약은 한결같은데

幾許歡情與離恨 기허환정여이한

기쁜 정과 서러운 이별은 얼마만인가

年年幷在此宵中 년년병재차소중

해마다 이 날 밤에는 함께 있구나

 

*이옥봉(李玉峰,?~1592) : 조선시대 유명한 여류시인. 옥봉은 그녀의 호이고 이름은 숙원(淑媛)이라 한다. 그녀의 시는 가림세고 부록(嘉林世稿 附錄)에 옥봉집(玉峰集)이라 하여 32편이 전하고 있다. 선조 때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李逢)의 서녀이다. 남명 조식의 문인인 운강(雲江) 조원(趙瑗)이 문장으로 이름났다는 말을 듣고 자청하여 그의 소실이 되었다.

 

七夕   칠석     小蘭香 소란향  

南北文章分手地 남북문장분수지

문인들이 남북으로 헤어지는 곳에서

漢陽兒女送眸時 한양아녀송모시

한양의 여인들이 추파를 보낼 때에

搖搖風帆無情去 요요풍범무정거

돛단배 흔들리며 무정하게 떠나는데

人影波光與月移 인영파광여월이

물빛 속 사람 그림자 달과 함께 떠나네

 

※分手(분수) : 헤어지다. 이별하다. 관계를 끊다.

 

*소란향(小蘭香, ? ~ ? ) : 조선시대의 기녀. 자세한 행적은 알려지지 않는다.

 

 

和七夕韻   화칠석운     蓮喜 연희  

河橋牛女重逢夕 하교우녀중봉석

은하 다리에서 견우직녀 저녁에 다시 만나

玉洞郞娘恨別時 옥동랑낭한별시

헤어질 때는 옥동의 남녀가 한스럽구나

若使人間無此日 약사인간무차일

만약 인간 세상에 이런 날이 없었더라면

百年相對不相移 백년상대불상이

백 년을 서로 마주하며 헤어지지 않았으리

 

※玉洞(옥동) : 옥으로 된 골짜기로 신선이 사는 곳을 이른다. 또는 은자(隱者)가 사는 곳을 이르기도 한다.

 

*이 시의 작자 연희(蓮喜)는 기생도 아니고, 위의 시 칠석을 쓴 기생 소란향(小蘭香)의 노비(奴婢)였다 한다. 기녀의 노비(奴婢) 신분으로 이렇게 운자(韻字)를 맞추어 시를 창작할 수 있는 재능이 놀랍다.

 

 

七夕   칠석     元繡香閣 원수향각  

烏鵲晨頭集絳河 오작신두집강하

까막까치 꼭두새벽에 은하수에 모여서

勉敎珠履涉淸波 면교주리섭청파

직녀가 맑은 물 건너도록 다리를 놓네

一年一點相思淚 일년일점상사루

일 년에 한 방울 상사의 눈물 흘리니

滴下人間雨脚多 적하인간우각다

인간 세상에 떨어져 많은 비가 내리네

 

※絳河(강하) : 은하수의 다른 이름.

 

※珠履(주리) : 구슬로 화려하게 장식한 신발이란 뜻이나, 여기서는 아름다운 직녀를 의미한다.

 

*원수향각(元繡香閣) : 생몰연대 미상의 조선시대 여류시인, 기생으로 자세한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이 시가 실려 전한다.

 

 

江樓七夕 강루칠석 金雲楚 김운초  

칠석날 강가 누각에서

 

漁歌一曲四山空 어가일곡사산공

사방 산은 공허한데 고기잡이 노래 들리니

不忍醒過此夜中 불인성과차야중

이 밤중에 차마 깨어서는 지날 수 없구나

何事鷄聲天欲曙 하사계성천욕서

닭은 무슨 일로 울어 날이 새려고 하니

相看脉脉去怱怱 상간맥맥거총총

서로 마주 바라보며 바쁘게 떠나는구나

 

*김운초(金雲楚,1800~1857) : 조선시대 여류시인. 본명은 김부용(金芙蓉). 운초(雲楚)는 그녀의 자이다. 본래 평안도 성천의 기생이었는데, 이조, 호조, 예조, 병조의 판서를 역임한 김이양(金履陽.1775~1845)의 소실이 되어 여생을 보내면서 300여 수의 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