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七月望日處暑雨 (칠월망일처서우)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3. 8. 19. 15:18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더니 장마 끝난 뒤에는 불볕더위가 또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처서(處暑)가 다가오니 이젠 여름도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처서(處暑)는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인데, 양력으로는 8월 22일이나 23일경에 들고, 음력으로는 7월 보름인 백중일을 전후해서 든다. 올해는 윤이월이 든 관계로 음력 7월 8일이 처서(處暑)이다. 이 무렵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김매기도 끝나 농가에서는 한가한 때이다. 또 이 무렵은 벼이삭이 패고 익어가는 시기여서 날씨도 매우 중요하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한다.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는 말이 있는데, 옛 시인의 시에도 이를 걱정하고 있다.

 

七月望日處暑雨   칠월망일처서우      李敏求 이민구  

7월 보름이자 처서에 비가 내리다

 

首秋餞餘暑 수추전여서

초가을의 늦더위를 보내 주려고

涼氣颯以至 량기삽이지

서늘한 기운이 바람 타고 왔구나

雖無滿輪月 수무만륜월

비록 보름달은 볼 수가 없다지만

風雨滌炎熾 풍우척염치

비바람이 불볕더위 씻어주는구나

灑然乘一快 쇄연승일쾌

한바탕 뿌리고 나니 상쾌해져서

亦足醒我睡 역족성아수

또한 내 잠을 깨우기에 충분하네

重陰塞兩儀 중음새량의

짙은 어둠이 천지간을 갈라놓고

濁流包大地 탁류포대지

흙탕물이 흘러 대지를 뒤 덮었네

山泉舊濡軌 산천구유궤

예부터 길만 적시던 산골 샘물은

漱壑注滂濞 수학주방비

골짝을 훑으며 콸콸 흘러내리네

況望鄕路阻 황망향로조

더구나 시골을 보니 길이 막히고

關河渺橫潰 관하묘횡궤

산하도 아득히 가로 무너졌구나

咫尺欹灘渡 지척의탄도

지척이 기울어 여울나루 되었으니

何由有羽翅 하유유우시

무슨 수로 날개를 얻을 수 있을까

農家訴嗸嗸 농가소오오

농부들이 슬픈 소리로 하소연하고

田畝臥滯穗 전무와체수

논에는 곡식들이 잠겨 쓰러졌구나

旱澇莽相仍 한로망상잉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계속되니

慘惔高穹意 참담고궁의

하늘의 뜻이 매우 참담하기만 하네

悲歌激危涕 비가격위체

슬피 노래하니 눈물이 흘러내려

欲止已雙墜 욕지이쌍추

그치려 해도 이미 두 줄기로 떨어지네

 

※兩儀(양의) : 역학에서, 양과 음 또는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이민구(李敏求,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또는 관해(觀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