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苦熱吟 (고열음) - 釋圓鑑 (석원감)

-수헌- 2023. 8. 8. 12:01

苦熱吟   고열음     釋圓鑑   석원감

혹독한 더위

 

有地盡炎赫 유지진염혁

지상엔 온통 불볕더위가 기승인데

無階奔廣寒 무계분광한

광한전으로 달아날 사다리가 없네

瀑川思雪岳 폭천사설악

설악산의 폭포와 내가 그리워지고

風穴憶氷巒 풍혈억빙만

얼음산의 바람구멍이 생각나는구나

<本朝雪岳有瀑川 冰山有風穴 본조설악유폭천 빙산유풍혈

우리나라 설악산에 폭포가 있고 빙산에 바람구멍이 있다.>

 

未學乘飆列 미학승표렬

열자의 바람 타기는 배우지 못하고

空希愛華潘 공희애화반

공연히 반랑의 화산 사랑만 동경하네

何當酷吏去 하당혹리거

어떻게 하면 혹리가 물러가게 하고

得與故人歡 득여고인환

고인과 함께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廣寒(광한) : 광한전(廣寒殿). 선녀 항아(姮娥)가 산다고 한다고 하는 달 속에 있는 상상 속의 궁전.

 

※乘飆列(승표열) : 열자(列子)는 전국 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가(道家) 사상가이다. 이름은 어구(禦寇). 본명 그대로 열어구(列禦寇)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자(莊子)의 내용에 열자(列子)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는 내용이 나온다.

 

※空希愛華潘(공희애화반) : 반(潘)은 송나라 시인 반랑(潘閬)을 말하는데, 반랑(潘閬)이 화산(華山)의 삼봉(三峯)이 너무 좋아하여, ‘언젠가는 여기로 집을 옮겨 살고 싶네. [終擬移家向此居]’라고 하였다.

 

※何當酷吏去(하당혹리거) : 혹리(酷吏)는 혹독한 관리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혹독한 더위[苦熱]에 비유하였다. 후주(後周)의 재상(宰相) 범질(范質)이 벼슬하기 전 여름에 부채에다 ‘큰 더위에 혹리가 가고, 맑은 바람에 고인이 온다[大暑去酷吏 淸風來故人].’라고 쓴 고사에서 인용하였다.

 

*석원감(釋圓鑑,1226~1292) : 고려 때의 국사(國師)인 충지(沖止), 속명(俗名)은 위원개(魏元凱). 처음 법명(法名)은 법환(法桓)이었으나 뒤에 충지(沖止)로 하였으며, 자호를 복암(宓庵)이라 하였다. 시호는 원감국사(圓鑑國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