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七夕賦 (칠석부) - 金麟厚 (김인후)

-수헌- 2023. 8. 16. 11:20

七夕賦   칠석부      金麟厚   김인후  

 

秋風颯以夕起 추풍삽이석기

저녁이 되니 소슬한 가을바람 일고

玉宇廓其崢嶸 옥우곽기쟁영

옥우는 높이 가파르게 둘러 있는데

瞻雲漢之昭回 첨운한지소회

밝게 돌아가는 은하수를 바라보니

感佳節之載名 감가절지재명

이름난 좋은 계절임을 느끼겠구나

念良匹之好會 념량필지호회

좋은 낭군과 좋은 만남을 생각하며

結幽期於歲晩 결유기어세만

저물녘의 그윽한 만남을 기약하고

披雲裳之陸離 피운상지륙리

아름다운 구름치마를 떨쳐입고서

駕蒼龍之蜿蜿 가창룡지완완

푸른 용을 타고 꿈틀거리며 가네

 

望天津而驟驅 망천진이취구

하늘 나루터를 바라보며 달려가서

云余濟乎靈橋 운여제호령교

나는 신령한 다리를 건너가려네

喜前途之漸邇 희전도지점이

앞길이 점차 가까워지니 즐겁고

欣美人之我邀 흔미인지아요

임이 나를 기다리시니 기쁘구나

露凝華於桂殿 노응화어계전

이슬은 계수궁전에 엉기어 빛나고

夜淸泠而無寐 야청령이무매

밤은 맑고 서늘하여 잠들지 않네

接仙裾而容與 접선거이용여

신선의 옷자락 접하니 편안해지고

輸百端於一二 수백단어일이

한 두 마디에 온갖 시름 사라지네

 

愁芳華之易歇 수방화지역헐

고운 꽃은 쉬이 시들어 근심스럽고

恨別離之多時 한별리지다시

이별은 자주 와서 한스럽구나

悵相對而歔欷 창상대이허희

마주 보고 탄식하며 슬퍼하면서

怨望舒之西馳 원망서지서치

서족으로 달리는 달을 원망하네

天鷄搏翼而催晨 천계박익이최신

천계가 날개 치며 새벽을 재촉하니

羌不可乎久稽 강불가호구계

날이 밝아 오래 머물 수가 없구나

怊惝怳以永懷 초창황이영회

오래도록 사모하며 맥없이 슬퍼하니

心嬋媛而魂迷 심선원이혼미

아리따운 모습에 마음이 혼미하네

 

臨淸風兮不忍別 림청풍혜불인별

맑은 바람맞으며 차마 이별 못하니

渙雙涕兮横迸 환쌍체혜횡병

두 눈에 눈물이 흘러 흩어지는구나

雲蒼茫兮海色騰 운창망혜해색등

구름은 빛나는 바다에 아득히 오르고

目眇眇兮路脩敻 목묘묘혜로수형

바라보니 길은 멀고 멀어 아득하구나

思靈脩兮去莫留 사령수혜거막류

임을 생각하면 가지 말아야 하지만

日復日兮增余悲 일부일혜증여비

날이 갈수록 내 슬픔만 더해가는구나

金梭倦而莫御 금사권이막어

베틀 북 돌리기에 지쳐 가지 않는다면

牛自飮兮河之湄 우자음혜하지미

임이 은하수 물가에서 홀로 마시겠네

 

還三百之有期 환삼백지유기

다시 삼백여일을 기약하였으니

保貞盟而不渝 보정맹이불투

약속은 변함없이 굳게 지켜야지

荷皇天之厚德 하황천지후덕

옥황상제의 두터운 은덕을 입어서

尙時月之屢徂 상시월지루조

세월도 또한 빨리 흘러가겠지

況天長而地久 황천장이지구

하물며 하늘과 땅은 무궁할 것이니

亦會合之多辰 역회합지다진

또한 다시 만날 기회도 많으리라

彼遠戍之思婦 피원수지사부

멀리 수자리 간 남편 기다리는 아내와

及絶域之放臣 급절역지방신

저 땅 끝으로 내어 쫓긴 신하 같구나

 

哀良人之不返 애량인지불반

임이 돌아오지 않음을 슬퍼하고

泣君王之永絶 읍군왕지영절

군왕과 영절하여 눈물 흘리나

死遺恨而吞聲 사유한이탄성

죽어서도 한이 되어 울음 삼키니

夫豈此乎一列 부기차호일렬

지아비는 어찌 이리 하나같은지

願天孫與河鼓 원천손여하고

직녀와 함께 견우에게 바라노니

莫怊悵於久別 막초창어구별

오래 헤어진다고 슬퍼하지 마오

仰蒼穹兮遼迥 앙창궁혜료형

저 멀리 푸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佇塵寰之喧卑 저진환지훤비

속세에서도 기다리는 사람 있다네

 

事悠悠而莫渉 사유유이막섭

일이 황당하여 이룰 수가 없는데

誰此會之能窺 수차회지능규

누가 이 만남을 엿볼 수가 있을까

怪乘槎兮何人 괴승사혜하인

어떤 사람이 괴이하게 뗏목을 타고

獨遡流而浪觀 독소류이랑관

홀로 물결 거슬러가며 바라보는가

終茫茫兮莫辨 종망망혜막변

끝내는 망망하여 분별할 수 없으니

吾將置之於眞贋之間也 오장치지어진안지간야

내 장차 이 이야기를 참과 거짓 사이에 두리라.

 

※玉宇(옥우) : 천제가 있는 곳. 천제(天帝)가 사는 궁전.

 

※陸離(육리) : 서로 뒤섞이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뜻.

 

※靈橋(영교) : 신령의 다리란 뜻이나 여기서는 까막까치가 놓은 오작교를 의미한다.

 

※容與(용여) : 태도나 마음이 태연하고 여유가 있음.

 

※百端(백단) : 여러 가지 일의 실마리. 여러 가지 일.

 

※望舒(망서) : 달을 위해 수레를 모는 선인(仙人)을 말하는데 보통 달을 의미한다.

 

※荷皇天(하황천) : 황천(皇天)은 옥황상제를 말하고, 하(荷)는 은혜를 입다는 뜻이 있다.

 

※天孫, 河鼓(천손, 하고) : 천손(天孫)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를 말하고, 하고(河鼓)는 견우성의 다른 이름이다.

 

※塵寰(진환) : 마음에 고통을 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더럽혀진 세계. 속세간.

 

*김인후(金麟厚,1510~1560) : 조선전기 세자시강원 설서, 홍문관부수찬, 제술관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河西) 담재(湛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