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久雨傷稼 二 (구우상가 2) - 丁若鏞 (정약용)

-수헌- 2023. 7. 12. 15:47

久雨傷稼 二   구우상가 2     丁若鏞 정약용  

오랜 비에 심어 놓은 곡식이 상하다.

次韻東坡久旱甚雨之作三首 奉示淞翁 차운동파구한심우지작삼수 봉시송옹

동파의 구한심우의 시 세 수를 차운하여 송옹에게 받들어 보이다

 

去歲西山拾瓦礫 거세서산습와력

지난해에 서산에서 깨진 기와를 주워다가

砌作蔘園高九尺 체작삼원고구척

인삼 밭에 아홉 자 높이 계단을 만들었네

挖取山骨如去乙 알취산골여거을

산에 묻힌 바위를 캐다 거친 면을 다듬고

剪裁稜角皆循墨 전재릉각개순묵

먹줄에 맞춰 모서리를 모두 잘라 내었네

 

作事平生惡鹵莽 작사평생오노망

평소에 일을 할 때는 거친 것을 싫어하고

褊性由來好端直 편성유래호단직

좁은 성품으로 단정하고 곧음을 좋아하여

探究銳鈍句股弦 탐구예둔고두현

예리함과 둔함 구고현을 찾아 연구하고

地平水平因可測 지평수평인가측

이로써 지평과 수평을 측량할 수 있었네

 

防齮須將匾石圍 방기수장편석위

어긋남을 막으려 납작한 돌로 에워싸고

滲濕別用麤砂隔 습삼별용추사격

습기 빼내려 거친 모래로 사이를 채웠네

隔水看工倍勞疲 격수간공배로피

물 건너 공사감독에 곱으로 피로하여도

小舠往來如梭織 소도왕래여사직

작은 거룻배로 베틀 북처럼 왕래하였네

 

暑天淫淫苦多雨 서천음음고다우

무더운 날씨 괴로운데 비까지 많이 내려

身著蓑衣脚乘屐 신착사의각승극

도롱이를 걸치고 발에 나막신을 신었네

要亦消閑送餘光 요역소한송여광

요컨대 남은 생을 한가히 소일하며 보내니

未必貪得心俱溺 미필탐득심구닉

탐욕을 얻고자 마음까지 그르친 건 아니네

 

冬暄春寒値今年 동훤춘한치금년

금년 겨울은 따뜻하다 추운 봄을 만나서

早芽凍死嗟可憐 조아동사차가련

일찍 난 싹 얼어 죽어 가련하여 탄식하네

三椏五葉誰復見 삼아오엽수부견

세 갈래 다섯 잎사귀를 누가 다시 볼까

根培子種都無全 근배자종도무전

뿌리도 씨종자도 모두 온전한 게 없구나

 

福分涼薄愧隣里 복분량박괴린리

나눌 복이 변변치 못해 이웃에 부끄러우나

利窟打破餘林泉 이굴타파여림천

이익 낼 생각을 버리니 산천이 여유롭구나

以時空亭來酌酒 이시공정래작주

때맞추어 빈 정자에 돌아와서 술을 따르니

已誤華燈聽算錢 이오화등청산전

이미 등불아래 돈 세는 소리 듣기는 글렀네

 

勑種桃花三百樹 내종도화삼백수

복숭아 꽃나무 삼백 그루를 심어 위로하며

與作仇池一洞天 여작구지일동천

더불어 경치 좋은 곳에다 구지를 만들리라

日高酣眠呼不起 일고감면호불기

늦도록 달게 자며 불러도 일어나지 않으면

猶勝曳履趨花甎 유승예리추화전

꽃 벽돌에 신발 끌고 달리는 것보다 나으리

 

※鹵莽(노망) : 성질이나 재질이 무디고 거침, 행동이 단순하고 무딤. 일을 허술하게 함.

 

※句股弦(구고현) : 원래 구고현(句股弦)이란 직각삼각형의 세 변을 말하는데, 옛날 구고법(句股法)은 구고전(句股田;삼각형의 전지)을 측량하여, 그 넓이를 산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餘光(여광) : 해나 달이 진 뒤의 남은 빛, 남겨 놓은 은덕. 여기서는 남은 여생을 의미한 듯.

 

※三椏(삼아) : 삼아오엽(三椏五葉), 즉 세 갈레 줄기에 다섯 모난 잎의 인삼(人蔘)을 말함.

 

※利窟(이굴) : 잇구멍, 이끗(이익이 생길만한 기회나 실마리.

 

※仇池(구지) : 감숙성(甘肅省)에 있는 산 이름, 산속에 99개의 샘[泉]이 있는 등 경치가 좋아 도원경(桃源境)과 같다는 이야기가 소동파의 화도화원(和桃花源)이라는 시의 서문에 있다.

 

※洞天(동천) : 하늘에 잇닿은 곳, 신선이 사는 곳, 산과 내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花甎(화전) : 꽃무늬를 새겨 만든 벽돌. 한림원(翰林院)에 화전을 깔았기에 한림원을 의미한다. 당(唐) 나라 때 한림원이 있는 북청(北廳) 앞의 섬돌을 화전으로 장식하였는데, 겨울에는 해 그림자가 화전의 다섯 번째 계단에 이르렀을 때 입직하였다 한다. 따라서 바쁘게 한림원에 입직하는 것보다 낫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