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사시사(四時詞)

子夜歌 十首 (자야가 십수) - 申欽 (신흠)

-수헌- 2023. 3. 18. 11:59

子夜歌 十首   자야가 십수      申欽 신흠 

 

以君白玉鞭 이군백옥편

임께서는 백옥 채찍을 가지고

換我黃金釧 환아황금천

나의 황금 팔찌와 바꾸자는데

遲回不肯言 지회불긍언

머뭇거리며 말도 하지 못하고

惹羞還遮面 야수환차면

부끄러워 얼굴 가리며 돌아섰네

 

少居西湖上 소거서호상

젊었을 땐 서호 가에 살았었는데

西湖十里荷 서호십리하

서호는 십리가 온통 연밭이었지요

貪看花結子 탐간화결자

꽃피고 맺은 열매만 탐하여 볼 뿐

本不採蓮花 본불채련화

본래 연꽃은 따는 게 아니랍니다

 

桐花落已盡 동화락이진

오동나무 꽃은 이미 다 떨어졌고

桑葉亦欲老 상엽역욕로

뽕나무 잎새 또한 시들어 가는데

如何薄倖郞 여하박행랑

어이하여 정이 박한 낭군께서는

長在襄陽道 장재양양도

오랫동안 양양 길에만 계시나요

 

鏡中有孤鸞 경중유고란

거울 속에 외로운 난새가 있어

與我還作雙 여아환작쌍

나와 더불어 짝을 이루었는데

不似兩鳧鷖 불사량부예

닮지 않은 두 오리와 갈매기가

相對睡秋江 상대수추강

추강에서 마주하며 조는 듯하네

 

桂棹十丈長 계도십장장

열 길 되는 계수나무 노를 가지고

量此太湖深 양차태호심

이 태호의 물 깊이를 헤아려 보네

莫道太湖深 막도태호심

태호가 깊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爭如戀郞心 쟁여련랑심

어찌 낭군 그리는 마음만 할까요

 

生憎苧羅女 생증저라녀

저라산의 여인에 미움이 이는 것은

不爲吳王死 불위오왕사

오 왕을 위하여 죽지를 아니하고

姑蘇臺尙存 고소대상존

고소대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도

却逐鴟夷子 각축치이자

치이자를 따라가버렸기 때문이네

 

滿地紅氍毹 만지홍구유

땅에는 붉은 융단이 가득 깔리고

盈觴紫流霞 영상자류하

잔에는 붉은 노을이 넘쳐흐르네

當鑪勸郞飮 당로권랑음

화로 앞에서 낭군께 술을 권하니

郞自喜微酡 낭자희미타

낭군이 불그레 취하여 즐거워하네

 

休言天上月 휴언천상월

천상의 달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盈則必有虧 영칙필유휴

달은 차면 반드시 이지러지니까

願作地中山 원작지중산

바라건대 땅 위의 산이 되리라

地拆山不移 지탁산불이

땅은 갈라져도 산은 옮기지 않으니

 

釵頭金鳳凰 채두금봉황

머리에 봉황 금비녀를 꽂고

敲落蘭缸燼 고락란항신

등잔심의 불똥을 떨어뜨리니

燈火何太熹 등화하태희

등잔불이 어찌나 크게 성한지

明日有芳信 명일유방신

내일은 좋은 소식이 있겠구나

 

江潮自有信 강조자유신

강의 조수는 절로 때가 있지만

布帆自生風 포범자생풍

돛을 펼치니 절로 바람이 이네

須從白門下 수종백문하

모름지기 백문 아래로 따라가서

還泊牛渚東 환박우저동

우저 동쪽에 돌아가 정박해야지

 

※桂棹(계도) : 계수나무로 만든 긴 노를 말한다. 초사(楚辭) 구가(九歌)․상군(湘君)에 ‘계수나무로 만든 긴 노를 젓는데 또 난초로 만든 짧은 노가 있네, 얼음을 깨며 가니 또 눈이 내려 쌓이는구나. [桂棹兮蘭枻, 斲冰兮積雪 ]’라는 구절이 있다.

 

※苧羅女(저라녀) :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인 월나라의 서시(西施)를 말한다. 서시가 저라산에서 땔 나무를 팔았던 적이 있어 이렇게 표현했다.

 

※鴟夷子(치이자) : 치이자(鴟夷子)는 춘추 시대 월왕(越王) 구천(句踐)의 모신(謀臣)인 범려(范蠡)를 말한다. 범려(范蠡)가 오나라가 멸망한 뒤 서시(西施)와 함께 월나라를 떠날 때 치이자피(鴟夷子皮)로 이름을 고친 데서 온 말이다. 이 여섯 번째 시는 춘추 시대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회계(會稽)에서 크게 패하였을 적에 그의 모신(謀臣) 범려(范蠡)가 서시를 취하여 오왕(吳王)에게 바치고 위기를 면하였는데, 오왕은 서시를 위해 고소대(姑蘇臺)를 짓고 그의 미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다가 마침내 월나라에 멸망당하자 자결하였는데, 서시는 오왕을 따라 죽지 않고 다시 범려를 따라갔다는 고사를 이야기한다..

 

※白門(백문) : 남경(南京)에 있는 지명으로, 금릉(金陵)을 달리 부른 말이다.

 

※牛渚(우저) : 역시 남경에 있는 못[淵] 이름. 일설에 이백(李白)이 술에 취하여 강물 속의 달을 잡으려다 강물에 빠진 장소가 이곳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