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怨春曲 (원춘곡) - 成俔 (성현)

-수헌- 2023. 4. 6. 16:26

怨春曲 원춘곡      成俔 성현  

봄을 한탄하는 곡

 

夭桃半纈雨廉纖 요도반힐우렴섬

복사꽃은 반쯤 피고 이슬비는 내리는데

吳姬睡罷褰珠簾 오희수파건주렴

오희는 잠에서 깨어 주렴을 걷어 올리네

羅袖新裁翠雲薄 나수신재취운박

새로 지은 비단옷은 푸른 구름처럼 엷고

螺鬟掠削遙山尖 나환약삭요산첨

단정히 빗은 머리는 먼 산처럼 뾰족하네

香閨十載閒不出 향규십재한불출

십 년을 한가로이 규방에서 나오지 않고

無限憂懷托瑤瑟 무한우회탁요슬

한없는 근심 걱정을 비파에만 의지했는데

夢斷江堧音信少 몽단강연음신소

꿈을 깨고 나니 강가의 소식은 아니 오고

春風吹度關山月 춘풍취도관산월

봄바람만 불어와서 관산의 달을 지나가네

獺髓初調白玉腮 달수초조백옥시

백옥 같은 뺨에다 비로소 달수를 바르고는

無言恐被花相猜 무언공피화상시

꽃이 시샘 할까봐 두려워 말없이 있는데

一雙黃鳥忽飛來 일쌍황조홀비래

어디선가 한 쌍의 꾀꼬리가 홀연히 날아와

和我絃上聲聲哀 화아현상성성애

내 비파 줄의 서러운 소리마다 화답하네

 

※吳姬(오희) : 춘추 시대에 특히 오월(吳越) 지방에 미인이 많았던 데서 전하여 미인을 가리킨다.

 

※關山月(관산월) : 관산월(關山月)은 본디 악부(樂府) 횡취곡(橫吹曲)의 이름으로, 그 가사(歌詞)는 남북조(南北朝) 이래 문인들이 많이 지었는데, 흔히 변새를 지키는 사병(士兵)들이 오래도록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여 서로의 이별을 슬퍼하는 정경을 담고 있다.

 

※獺髓(달수) : 달수(獺髓)는 수달의 골수란 뜻으로, 생채기를 낫게 하는 명약이라 한다. 습유기(拾遺記)에 의하면, 오(吳) 나라의 손화(孫和)가 일찍이 수정여의(水精如意)를 가지고 춤을 추다가 등부인(鄧夫人)의 뺨을 다치게 해 피가 철철 흘러서 아래옷을 다 적셨는데, 태의(太醫)가 말하기를 ‘흰 수달의 골수를 구하여 옥과 호박 가루에 섞어서 얼굴에 바르면 상처를 흔적 없이 치유할 수 있다.〔得白獺髓 雜玉與琥珀屑 當滅此痕〕’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고운 얼굴을 더 곱게 치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