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溟大師의 충절과 詩

己丑橫罹逆獄 (기축횡리역옥) 外 - 四溟大師 (사명대사)

-수헌- 2023. 2. 9. 15:16

己丑年(기축년;1589년, 선조 22)에 정여립(鄭汝立)이 왕위에 오른다는 역모(逆謀)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역모에 가담한 무업(無業)이라는 요승이 서산대사(西山大師)와 사명대사(四溟大師)가 자신과 함께 역모에 가담하였다고 주장하여 강릉부에 투옥되었다가 강릉부 선비들의 상소로 풀려난 사건이 있었다. 이때 사명대사가 강릉부에서 석방되고 지은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己丑橫罹逆獄 기축횡리역옥     四溟大師  

기축년 뜻밖의 재앙으로 옥에 갇히다

 

娥媚山頂鹿 아연산정록

아미산 위에 살던 사슴이

擒下就轅門 금하취원문

사로 잡혀 원문에 내려왔네

解綱放還去 해강방환거

그물이 풀려 놓여 돌아오니

千山萬樹雲 천산만수운

천산만수에 구름이 끼었네

 

※橫罹(횡리) : 뜻밖의 재앙을 당하다.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역모에 연루된 것은 향로봉에 올라가 지은 다음의 시 때문이었다.

 

登香爐峯 등향로봉    西山大師 

향로봉에 올라

 

萬國都城如蟻蛭 만국도성여의질

온 나라의 도성은 개미의 둑과 같고

千家豪傑等醯鷄 천가호걸등혜계

천가의 호걸들은 초파리와 같구나

一窓明月清虛枕 일창명월청허침

창밖의 밝은 달이 청허의 베개에 비치고

無限松風韻不齊 무한송풍운불제

끝없이 부는 솔바람은 운이 고르지 않네

 

그런데 사명대사(四溟大師)의 강릉부에 잡혀서 내려가며 [檎下江陵]라는 시를 보면, 서산대사(西山大師)가 향로봉에서 지은 위의 시를 사명대사도 가지고 있었는데, 요승 무업(無業)이 사명대사를 찾아와서 사명대사를 속이고 이 시를 베껴 가서 서산대사를 정여립(鄭汝立)의 역모사건에 연루되었다고 무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檎下江陵 금하강릉     四溟大師 

강릉부에 잡혀서 내려가며

 

一入煙霞多歲月 일입연하다세월

안개와 노을 속에 많은 세월 살았지만

不知今歲是何年 부지금세시하년

올해는 어찌 된 해인지 알 수가 없구나

僧來請寫勸文去 승래청사권문거

중이 와서 권선문 베껴 가기를 원하니

誰料人間有異緣 수료인간유이연

누가 인연이 다른 인간인 줄 알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