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月二十三日處暑 洪判尹宅 拈唐律韻共賦 時淸風適至甚快 尹愭
칠월이십삼일처서 홍판윤댁 념당률운공부 시청풍적지심쾌 윤기
7월 23일 처서에 홍 판윤 댁에서 당시의 운을 따서 함께 읊다. 이때 마침 맑은 바람이 불어와서 매우 상쾌했다.
背郭堂高爽氣新 배곽당고상기신
성 밖 높은 집의 기운이 새로워서 상쾌하고
蒼林礙日隔紅塵 창림애일격홍진
푸른 숲이 해를 가려 홍진 세상과 떨어졌네
愁城忽破憑歡伯 수성홀파빙환백
술에 의지하니 괴로운 처지도 문득 사라지고
酷吏纔過見故人 혹리재과견고인
가을바람 불어와 비로소 무더위가 사라지네
空使壯心羞白髮 공사장심수백발
젊은 마음에 부질없이 흰머리가 부끄러워서
任敎才子樂靑春 임교재자악청춘
재주 있는 젊은이 청춘을 즐기도록 맡겨두네
淸閒富貴難兼得 청한부귀난겸득
청한과 부귀를 한꺼번에 얻기는 어려우니
不必揚雄賦逐貧 불필양웅부축빈
양웅의 가난을 좇아 축빈부 읊을 필요 없네
※愁城(수성) : 근심되고 고통스러운 지경. 괴로운 처지.
※歡伯(환백) : 환백(歡伯)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어른이라는 뜻으로 술의 별칭이다.
※酷吏(혹리), 故人(고인) : 酷吏(혹리)는 무더위를 혹독한 관리에 비유하였고, 故人(고인)은 가을바람을 반가운 옛 친구에 비유하였다. 두목(杜牧)의 시 초가을〔早秋〕에 ‘혹독한 관리 같던 무더위 물러가고, 반가운 옛 친구 같은 가을바람 찾아왔네.〔大熱去酷吏 淸風來故人〕’라고 한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축빈부(逐貧賦) : 한(漢) 나라의 양웅(揚雄)이 지은 문장으로 양웅(揚雄)이 숭산 옆 벽지에 홀로 은거하여 가난에 시달리며 지낼 때 지은 부이다.
七月處暑朝起遣興 칠월처서조기견흥 趙絅 조경
칠월 처서 아침에 일어나 흥을 풀다
山中困溽暑 산중곤욕서
산속에서도 무더위가 괴로워서
每日起侵晨 매일기침신
날마다 새벽 일찍 일어났더니
疏竹送涼韻 소죽송량운
성긴 대는 시원한 소리 보내오고
脩篁絶俗塵 수황절속진
긴 대는 속세의 먼지를 끊는구나
階庭多種藥 계정다종약
계단 앞뜰에 약재 많이 심었더니
僮僕莫言貧 동복막언빈
아이도 나도 가난하다 말하지 않네
漸覺機心盡 점각기심진
기심이 없어짐을 점차 깨닫게 되니
看看鳥雀馴 간간조작순
길들어 가는 새들이 간간이 보이네
※機心(기심) : 기회를 엿보아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
※看看鳥雀馴(간간조작순) : 두보(杜甫)의 남린(南鄰)이라는 시에 ‘금리 선생은 오각건을 쓰고, 동산에서 토란과 밤을 거두니 전혀 가난하지 않네. 빈객을 자주 보니 아이들도 기뻐하고, 뜰에서 먹이 쪼는 새들은 길이 들었네.〔錦里先生烏角巾, 園收芋栗不全貧. 慣看賓客兒童喜, 得食堦除鳥雀馴.〕’라는 구절이 있는데, 두보의 이 시는 두보의 이웃으로 은자(隱者)처럼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사는 금리 선생을 보고 지었다 한다. 용주(龍洲) 조경(趙絅)은 두보의 이 시를 인용하여 금리 선생의 평온한 삶을 동경하는 듯하다.
*조경(趙絅,1586~1669) : 조선시대 대제학, 형조판서, 회양 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일장(日章), 호는 용주(龍洲) 주봉(柱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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