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雨 [가을비]

-수헌- 2022. 8. 31. 15:52

秋雨 추우     徐居正 서거정

 

秋雨連三日 추우련삼일

가을비가 삼 일을 연이어 내리니

乾坤萬里陰 건곤만리음

천지간의 온 세상이 축축하구나

飛騰前日夢 비등전일몽

날아오른 건 전 날의 꿈속이었고

去住此時心 거주차시심

가고 머무름은 지금의 심정이구나

謾作鷦鷯賦 만작초료부

부질없이 초료부를 짓는가 하면

空悲蟋蟀唫 공비실솔금

공연히 귀뚜라미 울음이 슬퍼지네

柴桑松菊在 시상송국재

시상에는 소나무와 국화가 있으니

寧憶兩疏金 영억양소금

편안히 양소의 금을 생각하는구나

 

※鷦鷯賦(초료부) : 진(晉) 나라 때의 문인 장화(張華)가 지은 부(賦)인데, 초료는 뱁새를 가리킨 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鼴鼠飮河 不過滿腹〕’라고 하였는데, 초료부 또한 장자의 말처럼 자기 분수에 만족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서술하였다.

柴桑松菊在(시상송국재) : 시상은 현명(縣名)인데,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고향이다. 도잠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은 황폐해졌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데서 이 구절을 표현하였다.

※兩疏金(양소금) : 양소(兩疏)는 한 선제(漢宣帝) 때의 태자태부(太子太傅) 소광(疏廣)과 그의 조카인 태자소부(太子少傅) 소수(疏受)를 같이 일컫는 말이다. 소광이 병을 핑계로 상소하여 사직하고 조카 소수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천자는 황금 20근을, 태자는 50근을 각각 하사하였는데 그들은 이 금을 친지나 친구들을 불러 잔치하는데 다 쓰고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한다.

 

 

秋雨 추우      蔡濟恭 채제공

 

秋空已澄碧 추공이징벽

가을 하늘은 이미 푸르고 맑아야 하는데

此雨頗非時 차우파비시

이 비는 참으로 때가 아니구나

細滴塘心見 세적당심견

못에 떨어지는 가는 빗방울을 보니

寒聲葉上知 한성엽상지

잎 위에 찬 소리 들림을 알겠네

江平舍人石 강평사인석

강은 사인석 곁을 편평히 흐르고

雲罨朴公祠 운엄박공사

구름은 박공의 사당을 뒤덮었네

田父煩愁思 전부번수사

농부들이 답답하고 시름에 겨운 건

天陰黍熟遲 천음서숙지

날씨가 흐려 곡식이 더디 익기 때문이네

 

*채제공(蔡濟恭,1720~1799) : 조선 후기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

 

 

秋雨 추우      張維  장유

 

秋雨晚廉纎 추우만렴섬

저녁나절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輕寒侵薄縑 경한침박겸

가벼운 한기가 얇은 이불에 스며드네

應催菊花發 응최국화발

응당 국화꽃 피라고 재촉하면서

故逐暮雲添 고축모운첨

저녁 구름을 좇아서 더 내리는구나

草浥虫聲苦 초읍충성고

풀들은 젖고 벌레들은 괴로워 울고

天長雁翅沾 천장안시첨

먼 하늘 기러기 날개도 젖었으리라

今宵枕上聽 금소침상청

오늘 밤엔 베갯머리에서 듣겠구나

殘滴灑踈簷 잔적쇄소첨

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장유(張維,1587~1638) : 조선시대 좌부빈객,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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