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시(漢詩)

詠山鳥 十八首 (영산조 십팔수) - 李應禧 (이응희)

-수헌- 2026. 6. 9. 11:42

詠山鳥 十八首   영산조 십팔수     李應禧   이응희  

산새 소리를 읊다. 십팔수

丙戌暮春病中聞山中群鳥各異其鳴有百般聲連絡不止感懷仍題

병술모춘병중문산중군조각이기명유백반성련락부지감회잉제

병술년 늦봄에 와병하던 중 산중에서 새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로 끊임없이 우는 것을 듣고 감회가 일어서 적다.

 

黃鳥 黃鸎 황조 황앵

황조 꾀꼬리

 

綠鬢黃衣鳥 녹빈황의조

푸른 머리털에 노란 옷 입은 새는

前身入敎坊 전신입교방

전생에는 교방의 기생이었나 보다

猶能傳歌曲 유능전가곡

여전히 가곡을 저리도 잘 불러서

開口作笙簧 개구작생황

입만 열면 생황 소리를 내는구나

 

鼎小 杜鵑 정소 두견

소쩍새 두견이

 

旌目途中死 정목도중사

정목이 길가는 도중에 굶어 죽어서

精魂化作禽 정혼화작금

죽은 혼백이 변하여 새가 되었구나

祈豐呼鼎小 기풍호정소

풍년을 기원하며 솥이 적다 외치며

夜夜激哀音 야야격애음

밤마다 애절한 소리로 울어대는구나

 

熟刀 俗名熟刀鳥 숙도 속명숙도조

쏙독새 속명은 숙도조이다.

 

孝子供甘旨 효자공감지

효자가 맛있는 음식을 올려서

爺孃奉至誠 야양봉지성

지성으로 부모를 봉양하였는데

餘魂應化鳥 여혼응화조

그 넋이 변화해 새가 되었으니

長作扣刀聲 장작구도성

늘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내네

 

嘔浴 俗名嘔浴鳥 구욕 속명구욕조

구욕 속명은 구욕조이다.

 

於陵吐鶃鶃 어릉토예예

오릉은 거위의 고기를 토해내어

千載播高名 천재파고명

천추에 높은 명성을 떨쳤었는데

山禽慕其義 산금모기의

산새가 그의 의로움을 사모하여

亦作嘔吐聲 역작구토성

또한 토해내는 소리를 내는구나

 

呼蘆 鳥聲呼蘆稷粥 호로 조성호로직죽

직박구리 새소리가 ‘호로피죽’이라 외치는 듯하다.

 

養舅貧無粟 양구빈무속

가난해 시아버지 봉양할 곡식이 없어

盤中粥與饘 반중죽여전

소반 위에는 멀건 죽과 미음뿐이었지

當年孝婦恨 당년효부한

그 당시 효부의 한 맺힌 마음을

千載鳥能傳 천재조능전

천년 뒤 새가 잘 전해 주는구나

 

不得 鳥聲不得不得 부득 조성부득부득

부득 새소리가 ‘부득부득’이라 외치는 듯하다.

 

昔有屈平者 석유굴평자

옛날에 굴평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生前不得君 생전부득군

생전에 임금의 사랑을 못 받았었네

爾聲聞不得 이성문부득

네 소리가 부득이라 들리는 듯하니

應是屈平魂 응시굴평혼

아마도 굴평의 넋인가 보다

 

燻燻 鳥聲燻燻 훈훈 조성훈훈

훈훈 새소리가 ‘훈훈’이라 하는 듯하다.  

 

上帝布陽德 상제포양덕

상제가 따뜻한 은덕을 베풀어서

山中鳥使歸 산중조사귀

산속의 새를 사신으로 보냈구나

燻燻聲不輟 훈훈성불철

훈훈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으니

春物各生輝 춘물각생휘

봄날의 만물이 저마다 생기를 띠네

 

疎棄攝 소기섭

鳥聲疎棄攝世傳人家新妻與舊妻同杵新妻將舊妻嬰兒投之臼中而走舊妻擧砧力盡氣竭呼急而死化爲此鳥云爾

조성소기섭세전인가신처여구처동저신처장구처영아투지구중이주구처거침력진기갈호급이사화위차조운이

새소리가 ‘소기섭’이라 하는 듯하다. 세상에 전하는 이야기에, 새로 온 작은마누라가 큰마누라와 디딜방아를 찧다가 작은마누라가 큰마누라의 어린 아기를 방아 절구 속에 던져 넣고 도망갔다. 큰마누라가 방앗공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밟고 있다가 기력이 다하여 도와달라고 급히 소리치다가 죽어서 이 새가 되었다고 한다.

 

力盡砧將落 역진침장락

힘이 다해 방앗공이 떨어지려고 하니

嬰兒命必亡 영아명필망

어린 아기는 틀림없이 죽게 되겠구나

驚魂飜作鳥 경혼번작조

놀란 넋이 변하여 새가 되었으니

安得不遑忙 안득불황망

어찌 늘 황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林間疎棄攝 임간소기섭

숲 속에서 소기섭 새가

春至日來鳴 춘지일래명

봄이 되어 날마다 울어대니

未解心中事 미해심중사

속마음은 잘 알지 못하겠고

唯聞急難聲 유문급난성

다급히 우는 소리만 들리네

 

布穀 포곡

뻐꾸기

 

布穀催春種 포곡최춘종

뻐꾸기가 씨 뿌리기를 재촉하니

田家春正濃 전가춘정농

농가에 바야흐로 봄이 한창인데

人而不如鳥 인이불여조

사람이 저 새만도 못하여서

遊手惰明農 유수타명농

농사에 게으르게 손을 놀리네

 

神農旣已歿 신농기이몰

신농씨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로

千載無明農 천재무명농

천고에 농사일을 밝힌 이 없는데

山禽知布穀 산금지포곡

산새가 곡식 씨 뿌릴 줄 안다니

却是追神農 각시추신농

도리어 신농씨의 뒤를 잇는구나

 

願死 鳥聲願死 원사 조성원사

주걱새. 새소리가 원사라 하는 듯하다.

 

百鳥皆求生 백조개구생

온갖 새들이 모두 살려고 하는데

爾何長願死 이하장원사

너는 어찌 늘 죽고 싶어 하는가

昭君遠別魂 소군원별혼

멀리 떠나갔던 왕소군의 넋이

托爾啼千祀 탁이제천사

네게 깃들어 오랜 세월 우나 보다

 

山鳩 산구

산비둘기

 

鞠躬勞王事 국궁노왕사

왕사에 몸을 굽혀 수고한다는 건

曾聞諸葛公 증문제갈공

일찍이 제갈량에 대해 들었는데

鳩鳴今近似 구명금근사

지금 비둘기 울음소리가 비슷하니

再拜鞠吾躬 재배국오궁

내 몸을 굽혀서 재배하노라

 

胡逃 鳥聲胡逃 호도 조성호도

오랑캐가 도망간다. 새소리가 ‘호도’라 하는 듯하다.

 

有鳥鳴胡逃 유조명호도

오랑캐 도망간다고 우는 새 있으니

胡逃眞可樂 호도진가락

오랑캐가 도망간다면 참 좋겠구나

今年若胡逃 금년약호도

올해 만약 오랑캐가 도망을 간다면

家國當恢復 가국당회복

우리 국운이 당연히 회복될 터인데

 

啄木 탁목

딱따구리

 

啄木攀空樹 탁목반공수

딱따구리가 빈 나무에 매달려서

長年啄蠹蟲 장년탁두충

오랜 세월 벌레를 쪼아 먹으니

要將汝利觜 요장여이자

너의 날카로운 부리를 가져다가

還啄蠹君蟲 환탁두군충

임금님 좀먹는 벌레를 쪼았으면

 

絳幘頗知道 강책파지도

머리 붉은 새가 도리를 잘 알아서

昇高必自卑 승고필자비

반드시 낮은 데부터 높이 오르네

攀枝長啄蠹 반지장탁두

가지에 매달려 늘 벌레를 쪼으니

除害亦能知 제해역능지

해로운 것 없앨 줄도 잘 아는구나

 

從達 俗號金從達鳥鳴有欲歸之聲 종달 속호금종달조명유욕귀지성

종달새. 세상에서 금종달로 불리는데, 울음에 ‘돌아가고 싶다’는 소리가 있는 듯하다.

 

碧羽黃金觜 벽우황금자

푸른 깃털에다 황금빛 부리가 하는

思歸語自明 사귀어자명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자명하구나

人傳棄婦魄 인전기부백

인간에 전하길 버려진 아낙의 넋이

憑鳥說心情 빙조설심정

심정을 새에 의탁해 말한다고 하네

 

武鳥 鳥聲似發矢聲 무조 조성사발시성

무조. 새소리가 흡사 화살을 쏘는 소리와 같다.

 

逄蒙善學射 방몽선학사

방몽은 활쏘기를 잘 배웠으니

妙技人知名 묘기인지명

사람들이 오묘한 재주를 알았네

死作林中鳥 사작임중조

그가 죽어서 숲 속의 새가 되어

長爲發矢聲 장위발시성

늘 화살 쏘는 소리를 내는구나

 

※敎坊(교방) : 고려 시대, 기녀들에게 가무 따위를 가르치는 관청.

※旌目(정목) : 흉년에 굶어 죽은 사람의 이름이다. 열자(列子) 열부(說符)에 ‘동방에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이 원정목(爰旌目)이다. 장차 어디로 가는 길에서 굶어 죽었다.’ 하였다. 굶어 죽은 사람의 혼이 변하여 소쩍새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於陵吐鶃鶃(오릉토예예) : 오릉(於陵)은 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진중자(陳仲子)를 말한다. 그의 형은 만종(萬鍾)의 녹봉을 받고 있었는데, 형의 녹봉을 의롭지 못하다고 여겨 오릉(於陵)에 은둔하여 오릉중자(於陵仲子)로 불린다. 훗날 집에 돌아와 어머니가 요리해서 먹던 거위 고기가 형이 뇌물로 받은 거위라는 것을 알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먹은 것을 토해 버렸다고 한다.

※呼蘆稷粥(호로피죽) : 직박구리를 말한다. 우는 소리가 ‘호로록 피죽[稷粥]’이라고 죽 먹는 소리 같다고 하여, 옛 문헌에 제호로(提葫蘆) 제호(提壺) 직죽(稷粥) 호로록(葫蘆祿) 등으로 전해온다.

※不得(부득) : 여기서는 임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屈平(굴평) : 전국시대 초(楚) 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을 말한다. 그의 자가 평(平)이므로 이렇게 부른다. 그가 일찍이 소인배들의 참소를 입고 회왕(懷王)의 미움을 받아 조정에서 쫓겨나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였다.

※疏棄攝(소기섭) : ‘버리고 갔으니 보살펴 달라.’는 뜻이 된다.

※布穀(포곡) : 뻐꾸기 울음소리를 문자화했는데, 곡식을 뿌리라는 뜻이 된다.

※願死(원사) : 주걱새라고도 하는 두견이. 울음소리가 ‘죽고 싶다 [願死]’처럼 들려서 다른 사람의 시에는 욕사(欲死) 아욕사(我欲死) 사거(死去) 등으로 울음소리를 형용하여, 죽고 싶다는 의미로 표현하였다.

※昭君遠別魂(소군원별혼) : 소군(昭君)은 중국 4대 미인의 한 사람으로 한 원제(漢元帝)의 후궁인 왕소군(王昭君)을 말한다. 화공(畫工)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초상화를 밉게 그려서 원제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흉노(匈奴)의 선우(單于)에게로 보내져서 오랑캐 추장의 아내로 살며 고향을 그리다가 죽었다.

※曾聞諸葛公(증문제갈공) : 촉(蜀) 나라 승상 제갈량(諸葛亮)이 지은 후 출사표(後出師表)에 ‘몸을 굽히고 수고로움을 다하여 [鞠躬盡瘁]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입니다.’ 하는 구절이 있는데, 비둘기가 ‘구구’하고 우는 것을 ‘국궁(鞠躬)’에 비유하여 이 구절을 인용하였다.

※胡逃(호도) : 후투티가 우는 ‘후두 후두’하는 소리를 표현하였다. 뽕나무 숲에서 많이 보인다고 하여 오디새라고도 한다. 호도(胡逃)는 오랑캐가 도망간다는 뜻이 된다.

※昇高必自卑(승고필자비) : 은(殷) 나라 재상(宰相) 이윤(伊尹)이 ‘높은 곳에 오를 때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먼 곳을 갈 때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 [若升高 必自下 若陟遐 必自邇]’ 한 것을 인용하여 딱따구리가 낮은 곳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도리를 안다고 한 것이다.

※逄蒙善學射(방몽선학사) : 방몽(逄蒙)은 활쏘기의 명수로 예(羿)로부터 활쏘기를 배웠는데, 천하에 자기보다 나은 자는 오직 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스승인 예(羿)를 쏘아 죽였다 한다.

 

*이응희(李應禧, 1579∼1651) : 조선 중기의 문인. 자는 자수(子綏), 호는 옥담(玉潭). 조정에서는 그의 학식이 고명함을 알고 중용하려 했으나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黃鳥 黃鸎 (황조 황앵) 황조 꾀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