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시(漢詩)

四禽言 (사금언) - 權韠 (권필)

-수헌- 2026. 5. 3. 10:44

四禽言   사금언     權韠   권필

네 가지 새가 하는 말

 

姑惡姑惡 고악고악

시어미가 나쁘다 시어미가 나쁘다는데

姑不惡婦還惡 고불악부환악

시어미가 아니고 오히려 며느리가 나쁘네

摻摻之手可縫裳 섬섬지수가봉상

부드럽고 가녀린 손은 옷을 지을 수 있고

桑葉滿筐蠶滿箔 상엽만광잠만박

뽕잎은 광주리에 누에는 잠박에 가득하니

但修婦道致姑樂 단수부도치고락

그저 며느리의 도리로 시어미 즐겁게 하지

何須向人說姑惡 하수향인설고악

무엇하러 남에게 시어미 나쁘다 말하느냐

<右姑惡 우고악

위는 까마귀〔姑惡〕이다.>

 

鼎小也鼎小也 정소야정소야

솥이 작다 솥이 작다는데

秋禾如雲滿原野 추화여운만원야

가을 벼가 들판에 구름처럼 가득하구나

今年鼠壤有餘蔬 금년서양유여소

올해는 쥐구멍에도 채소가 남아 있으니

買羊釃酒讌同社 매양시주연동사

양을 사고 술 걸러 함께 모여 잔치하네

主婦炊黍客滿座 주부취서객만좌

주부는 밥 짓고 손님은 자리에 가득하니

鼎小也釜亦可 정소야부역가

솥이 작으면 가마솥에 밥 지어도 좋으리

<右鼎小也 우정소야

위는 소쩍새〔鼎小〕이다.>

 

我欲死我欲死 아욕사아욕사

나 죽고 싶네 나 죽고 싶네라는데

四月千山萬山裏 사월천산만산리

사월이 되니 천산 만산 안에는

食有果兮巢有枝 식유과혜소유지

먹이로는 열매 있고 깃들 가지도 있는데

生無所苦死奚爲 생무소고사해위

살아 고생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죽느냐

爾不見 이불견

너는 못 보았느냐

去歲東郡避甲兵 거세동군피갑병

지난해 동쪽 고을 피난민들이

苦辛到骨猶願生 고신도골유원생

고생이 뼈에 사무쳐도 오직 살기 바라던 것을

<右我欲死 우아욕사

위는 아욕사(我欲死; 두견이)이다.>

 

布穀布穀 포곡포곡

씨 뿌려라 씨 뿌려라

布穀聲中春意足 포곡성중춘의족

씨 뿌리라는 소리 중에 봄기운 가득하네

健兒南征村巷空 건아남정촌항공

사내들은 전쟁터로 가고 마을이 비었으니

落日唯聞寡妻哭 낙일유문과처곡

해 질 무렵에 과부들의 곡소리가 들리네

布穀啼誰布穀 포곡제수포곡

씨 뿌리라고 울어본들 누가 씨를 뿌리랴

田園茫茫煙草綠 전원망망연초록

드넓은 시골 들판에는 풀빛만 푸르구나

<右布穀 우포곡

위는 뻐꾹새〔布穀〕이다.>

 

 

※禽言(금언) :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말하는데, 금언체(禽言體)의 시가 생긴 것은 송나라 시인 매요신(梅堯臣, 자는 성유(聖兪) )사금언(四禽言)에서 비롯되었다. 소식(蘇軾)  오금언오수(五禽言五首) 시를 지으며 서(序)에 ‘매성유가 일찍이 사금언을 지었다. 내가 황주에 유배되어 정혜원에 우거 하는데, 집 주위가 모두 무성한 숲에 빼어난 대나무와 황폐한 못가의 갈대 부들로 둘러싸여 봄여름 사이에는 울어 대는 새들이 종류가 매우 많아서, 그 지방 사람들이 흔히 그 새소리와 비슷한 말로 그 새를 이름하고 있으므로, 매성유의 시체를 사용하여 오금언을 짓는다. 〔梅聖兪嘗作四禽言 余謫黃州寓居定惠院 遶舍皆茂林脩竹 荒池蒲葦 春夏之交 鳴鳥百族 土人多以其聲之似者名之 遂用聖兪體作五禽言〕’ 하였다.

※今年鼠壤有餘蔬(금년서양유여소) : 서양(鼠壤)은 쥐구멍 안의 땅을 말한다. 장자(莊子) 천도(天道)에 ‘쥐구멍의 땅에도 채소가 남아 있다. 〔鼠壤有餘蔬〕’ 하였는데, 풍년이 들어 곡식과 채소가 풍성함을 비유한 것이다.

 

*권필(權韠, 1569~1612) : 조선시대 석주집(石洲集)을 저술한 시인.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마쳤으며, 강화 오천(五川) 가에 초당을 짓고 칩거하며 많은 유생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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