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雀舌 (작설) - 金時習 (김시습)

-수헌- 2024. 4. 17. 16:25

雀舌 작설 金時習 김시습

 

南國春風軟欲起 남국춘풍연욕기

남국의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오려 하니

茶林葉底含尖觜 다림엽저함첨자

차 숲의 잎 밑에도 뾰족한 부리 머금었네

揀出嫩芽極通靈 간출눈아극통령

무척 신령에 통한 어린 싹을 가려 뽑으니

味品曾收鴻漸經 미품증수홍점경

맛과 품격은 일찍이 홍점경에 수록되었네

紫筍抽出旗槍間 자순추출기창간

자순은 잎과 줄기 사이에서 뽑혀 나왔고

鳳餠龍團徒範形 봉병룡단도범형

봉병과 용단차는 모두 모양만 흉내 냈네

碧玉甌中活火烹 벽옥구중활화팽

불을 피워서 푸른 옥 다기로 달여 내니

蟹眼初生松風鳴 해안초생송풍명

물 끓는 거품이 생겨 솔바람처럼 울리네

山堂夜靜客圍坐 산당야정객위좌

산집의 고요한 밤에 손님들과 둘러앉아서

一啜雲膄雙眼明 일철운수쌍안명

운수차 한 모금 마시니 두 눈이 밝아지네

黨家淺斟彼粗人 당가천짐피조인

술 잔 얕게 따르는 당가의 거친 사람들이

那識雪茶如許淸 나식설다여허청

이처럼 맑은 설차를 어찌 알 수 있을까

 

※雀舌(작설) : 참새 혓바닥처럼 뾰족한 어린잎을 따서 만든 차. 이때 차를 만들면 맛 향 등 다섯 가지 맛이 동시에 풍긴다고 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작설이란 이름을 지어 붙었고 작설차를 찬미하는 시를 지었다.

 

※鴻漸經(홍점경) : 당나라 시대 차의 대가인 육우(陸羽7, 33~804)의 역작 다경(茶經)을 말한다. 차(茶)에 대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육우(陸羽)의 자가 홍점(鴻漸)이어서 홍점경(鴻漸經)으로도 불린다.

 

※紫筍(자순) : 자순(紫筍)은 붉은색을 띤 차 싹을 말한다. 자순차(紫筍茶)는 육우(陸羽)가 안사의 난을 피해 호주에 갔을 때 자순차(紫筍茶)의 우수성을 인정한 명차(名茶)로 이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차를 의미하는 상징어가 되었다.

 

※旗槍(기창) : 옛날 누런빛이나 붉은빛의 작은 기를 단 창(槍) 모양의 의장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차나무의 줄기를 창(槍)에 잎을 깃발에 비유하였다.

 

※鳳餠龍團(봉병용단) : 당대(唐代)의 차는 찻잎을 쪄서 절구로 찧어 건조시킨 떡차[餠茶]중심이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용단 봉병차(龍團鳳餠茶)이다. 그중 용단차는 황제를 비롯해 왕자 왕손의 전용이 되고 봉병차는 그 밖의 왕족 중신 학사 장수들에게 하사되었다 한다.

 

※蟹眼(해안) : 물이 끓을 때 생기는 거품.

 

※雲膄(운수) : 운수차(雲膄茶). 구름처럼 파리하다는 뜻으로 작설차(雀舌茶)의 깊은 맛을 에둘러 표현한 것임.

 

※黨家淺斟彼粗人(당가천짐피조인) : 송(宋) 나라 때 도곡(陶穀)의 첩(妾)은 원래 당진(黨進)의 시희(侍姬)였는데, 어느 눈 내리는 날 도곡(陶穀)이 첩을 시켜 눈 녹인 물로 차를 끓이게 하면서 당진(黨進)의 집에도 이런 풍류가 있는지 물었다. 첩이 대답하기를 ‘그 예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찌 이 같은 풍류를 알겠습니까. 단지 화려한 장막아래서 술 조금 따라놓고 양고주 마시며 노래할 뿐이지요.’라고 했다는 고사를 말한다. 조인(粗人)은 거칠고 예절을 모르는 사람이란 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