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20

穀雨(곡우)

竹枝曲 죽지곡 兪好仁 유호인 城南城北鬧鷄豚 성남성북료계돈 닭과 돼지 소리 시끄러운 성의 남과 북쪽에서 賽罷田神穀雨昏 새파전신곡우혼 토지 신에게 고사 끝내니 곡우 날이 저물었네 太守遊春勤勤課 태수유춘근근과 태수는 봄놀 이 삼아 부지런히 농사일 권하다가 肩與時入杏花村 견여시입행화촌 때가 되니 가마 타고 살구꽃 핀 마을로 들어가네 ※竹枝曲(죽지곡) : 당나라 시인 유유석(劉禹錫)이 낭주(朗州로) 귀양 가서 그 지방의 풍속을 읊은 악부(樂府)로서, 후세에 지방 토속의 장단 일을 읊은 것을 말한다. ※杏花村(행화촌) : 살구꽃이 만발한 마을이란 뜻이나, 杜牧의 淸明詩에 ‘술집을 물어보니 목동은 말없이 행화촌을 가리키네. [借問酒家何處有, 牧童搖指杏花村]’라고 한 이후로 행화촌은 술을 파는 집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곡우(穀雨)와 차(茶)

곡우(穀雨)는 봄철의 마지막 절기로서 곡우가 지나면 다음 절기는 바로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이다. 이 무렵은 농촌에서 씨를 뿌리고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로, 농사의 근원이 되는 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곡우란 이름도 곡식에 필요한 비를 기원하는 뜻에서 유래한 것 같다. 논밭에서는 농부들의 일손이 바빠지지만, 우리네 선비님들은 새로이 돋아나는 어린 찻잎으로 차를 끓여 마시는 즐거움에 취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시기를 노래한 시에는 차(茶)를 마시며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노래한 시가 많이 보인다. 穀雨日始雨 곡우일시우 李敏求 이민구 곡우에 비로소 비가 내리다 拓戶條風好 척호조풍호 문을 활짝 여니 봄바람 불어 좋아서 巡簷穀雨妨 순첨곡우방 처마 밑 거닐려니 곡우가 훼방하네 煎茶蘇病肺 전다소병폐 차 달..

청명 한식 그리고 삼짇날

上巳日 追到鳳山 聞遠接使在黃州 錄奉戲語 兼示諸從事 申光漢 신광한 상사일 추도봉산 문원접사재황주 록봉희어 겸시제종사 상사일에 뒤따라 봉산에 당도하여 원접사가 황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희어를 적어 보내며 여러 종사관에게도 아울러 보이다. 淸明寒食又三三 청명한식우삼삼 청명과 한식 그리고 또 삼월 삼짇날까지 佳節相仍客興酣 가절상잉객흥감 거듭된 명절에 나그네 흥이 일어나는구나 老子風流元不淺 노자풍류원불천 늙은이 풍류도 본래 가벼운 게 아니건만 諸公鋒穎儘難堪 제공봉영진난감 여러 공의 예봉은 감당하기가 어렵구나 江山好處詩爲壘 강산호처시위루 강산 좋은 곳에는 지은 시들이 쌓여 가고 罇酒開時戰必戡 준주개시전필감 술자리 벌여 놓으면 반드시 이기려 하네 可咲蹇跚空殿後 가소건산공전후 우습게도 비틀거리다 전각을 비운 뒤에 醉..

한식(寒食) 이곡 (李穀)

壬午歲寒食 임오세한식 李穀 이곡 임오년 한식에 宦路從來足是非 환로종래족시비 벼슬길은 예로부터 시비가 많은 법인데 更堪親老遠庭闈 경감친로원정위 다시 늙으신 어버이를 멀리 떠나 있다네 已從客路逢寒食 이종객로봉한식 이미 나그네 길 가다가 한식을 만나니 也任京塵染素衣 야임경진염소의 많은 서울 먼지가 흰옷을 물들이는구나 細雨忽來驚節換 세우홀래경절환 홀연히 가랑비 오니 바뀐 계절에 놀라고 落花如掃惜春歸 낙화여소석춘귀 낙화를 쓸어 낸 듯 가는 봄이 아쉽구나 忍貧要趁良辰醉 인빈요진량진취 가난은 참더라도 명절엔 취하고 싶은데 鬢髮多情心事違 빈발다정심사위 귀밑머리가 다정한 심사를 그르치는구나 ※庭闈(정위) : 부모가 거처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어버이를 이르는 말. ※京塵染素衣(경진염소의) : 서울에서의 고달픈 타향살이에 ..

청명(淸明), 한식(寒食)- 서거정(徐居正)

4월 5일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인 청명(淸明)이고 다음날인 6일은 한식(寒食)이다. 또 이때가 음력으로 2월 말 또는 3월 초에 해당하여 삼짇날(음력 3월 3일)도 이시기에 있다. 한식은 춘추 시대 진(晉) 나라의 충신 개자추(介子推)가 면산(綿山)에서 불에 타 죽은 것을 애도하는 뜻에서 화식(火食)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었던 데서 유래하였는데 이날이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라 항상 4월 5일이나 6일에 해당한다. 청명도 동지로부터 105일 또는 106일째 되는 날이라 한식과 하루차이거나 같은 날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식날에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풍습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청명일에 성묘한다고 한다. 한식 전날에는 모든 불씨를 금하기 때문에 한식날에 대궐에서 새로운 불씨를 ..

春分 춘분

이틀 뒤(21일)면 춘분(春分)인데 전국에 비가 내리고 강원 산간지방엔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한다. 춘분(春分)은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며 춘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봄 날씨가 깃들기 시작한다. 보통 양력 3월 21일경인데 아직까지 추위는 완전히 물러가지 않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며 때늦은 눈이 내리기도 한다. 춘분 무렵부터 농부들은 물꼬를 손질하고 논밭에 뿌릴 씨앗 종자를 고르는 등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한다. 따라서 춘분에 날씨를 보고 한 해 농사와 길흉을 점치는 풍속이 있었다. 춘분에 비가 내리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춘분에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는 속설이 있다. 또 이 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들고, 서풍이 불면 보리가 흉년으로 귀하며, 남풍이..

四季詩 사계시 朱喜 주희

四季詩 사계시 朱喜 주희 曉起坐書齋 효기좌서재 새벽에 일어나 서재에 앉으니 落花推滿俓 낙화추만경 떨어진 꽃이 길에 가득하구나 只此是文章 지차시문장 다만 이것이 문장이 되리니 揮毫有餘興 휘호유여흥 붓 휘두르니 흥취가 남는구나 古木被高陰 고목피고음 고목이 높이 솟아 그늘을 덮으니 晝坐不知暑 주좌부지서 한낮에 앉아도 더위를 모르겠네 會得古人心 회득고인심 옛사람의 마음을 모아서 얻고자 開襟靜無語 개금정무어 옷깃 열고 조용히 말없이 있노라 悉率鳴床頭 실솔명상두 귀뚜라미 침상 머리에서 우니 夜眠不成廂 야면불성상 밤잠을 이루지 못 하겠구나 起閱案前書 기열안전서 일어나 책상 앞에서 책을 보는데 西風拂庭桂 서풍불정계 서풍이 마당의 계수나무를 스치네 瑞雪飛瓊瑤 서설비경요 서설이 옥구슬처럼 나르는데도 梅花靜相倚 매화정상의 ..

四時詞 사시사 許蘭雪軒 허난설헌

四時詞 許蘭雪軒 허난설헌 春 춘 院落深沈杏花雨 원락심침행화우 정원은 살구꽃비에 잠겨 깊이 가라앉고 流鸎啼在辛夷塢 유앵제재신이오 목련 핀 언덕에는 꾀꼬리 울음 흐르네 流蘇羅幕襲春寒 유소라막습춘한 오색 수실 비단 장막에 봄추위 스며들고 博山輕飄香一縷 박산경표향일루 박산향로에 한 가닥 향이 가볍게 피네 美人睡罷理新粧 미인수파리신장 미인은 잠에서 깨어나 새로이 단장하고 香羅寶帶蟠鴛鴦 향라보대반원앙 원앙 수놓은 향기로운 비단 띠를 두르네 斜捲重簾帖翡翠 사권중렴첩비취 드리운 겹 발 거두고 비취 휘장 치고서 懶把銀箏彈鳳凰 나파은쟁탄봉황 시름없이 은쟁을 잡고 봉황곡을 타네 金勒雕鞍去何處 금륵조안거하처 황금 재갈 화려한 안장으로 어딜 가셨나 多情鸚鵡當窓語 다정앵무당창어 앵무새만 다정하게 창가에서 지저귀네 草粘戱蝶庭畔迷 ..

四時詞 사시사 - 陳溫 진온

四時詞 사시사 陳溫 진온 春 봄 玉帳牙床別院中 옥장아상별원중 별당 안 아름다운 장막 상아 침상에서 閑吟隨意繞花叢 한음수의요화총 꽃떨기 두르고 뜻대로 한가히 읊다가 忽聞杏杪鶯兒囀 홀문행초앵아전 홀연 살구나무 끝의 꾀꼬리 소리 듣고 手放金丸看落紅 수방금환간락홍 손으로 금환을 던져 떨어지는 꽃을 보네 夏 여름 金盤紅縷聳氷峯 금반홍루용빙봉 금반의 붉은 실에 얼음봉우리가 솟았고 畫閣陰陰樹影籠 화각음음수영롱 화려한 누각 짙은 나무 그늘에 싸였네 半岸烏紗欹玉枕 반안오사의옥침 오사모 반쯤 젖히고 옥 베개에 기대어 互敎纖手扇淸風 호교섬수선청풍 고운 손 번갈아 시켜 맑은 바람 부치네 秋 가을 釦砌微微着淡霜 구체미미착담상 섬돌에 희미하게 엷은 서리가 내리니 裌衣新護玉膚涼 겹의신호옥부량 겹옷으로 옥처럼 맑은 피부 새로 감싸네..

田家四時 전가사시 金克己 김극기

田家四時 전가사시 金克己 김극기 春 춘 草箔遊魚躍 초박유어약 풀 섶 발 속에는 고기들이 뛰어놀고 楊堤候鳥翔 양제후조상 버드나무 둑에는 철새가 높이 나네 耕臯菖葉秀 경고창엽수 밭 가는 둑에는 창포 잎이 우거지고 饁畝蕨芽香 엽무궐아향 점심 먹는 이랑에 고사리 순 향기롭네 喚雨鳩飛屋 환우구비옥 비둘기는 지붕 위에 날며 비를 부르고 含泥燕入樑 함니연입량 진흙을 문 제비는 들보로 들어오네 晩來芧舍下 만래서사하 저물녘 돌아온 초가집 방 안에서 高臥等羲皇 고와등희황 베개 높이 누우니 희황과 같구나 ※羲皇(희황) : 희황상인(羲皇上人)의 준말로 복희씨(伏羲氏) 이전 즉 태고(太古) 때의 사람을 말하며, 전하여 번잡한 세속을 버리고 편히 숨어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진(晉)의 도잠(陶潛)은 항상 말하기를 “오뉴월에 북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