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20

歲暮와除夜

除夜吟 제야음 高適 고적 제야에 읊다 旅館寒燈獨不眠 여관한등독불면 찬 등불 아래 여관에서 홀로 잠 못 드니 客心何事轉凄然 객심하사전처연 나그네 마음 어찌 이리 처연해지는가 故鄕今夜思千里 고향금야사천리 오늘 밤 고향생각하니 천리 밖인데 霜鬢明朝又一年 상빈명조우일년 귀밑머리 흰데 내일 아침 또 새해가 되네 *고적(高適;707-765)은 잠참(岑參)과 더불어 성당(盛唐)의 대표적 시인으로 두보와 가까이 지냈다. 歲暮 세모 白居易 백거이 已任時命去 이임시명거 운명은 이미 세월 가는 대로 맡겼기에 亦從歲月除 역종세월제 또한 세월 흘러가는 대로 따라갔네 中心一調伏 중심일조복 마음속의 악덕을 모두 떨쳐 버리고 外累盡空虛 외루진공허 세상의 얽힌 번뇌 모두 비워버렸네 名宦意已矣 명환의이의 좋은 벼슬 하려는 뜻 이미 버렸..

궤세(饋歲), 별세(別歲), 수세(守歲) - 소식(蘇軾)

송나라 때의 문인으로 우리에게 소동파(蘇東坡)로 잘 알려진 소식(蘇軾)은 세모의 풍속에 대하여 1062년 세모에 궤세(饋歲), 별세(別歲), 수세(守歲)의 연작시 삼수(三首)를 지었다. 이 시의 서문에 “세모에 서로가 방문하여 대접하는 것을 ‘궤세(饋歲)’라고 하고,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을 집안 식구가 앉아서 술을 마시며 밝히는 풍습을 ‘별세(別歲)’라고 하며, 제야에 자지 않고 날을 밝히는 것을 ‘수세(守歲)’라고 하는 촉(蜀)의 풍속은 이와 같다. 나는 기산 아래에서 관직에 있으므로 세모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여 세 수를 지어 동생 자유(子由:蘇轍)에게 보낸다 [歲晚相與饋問 爲饋歲 酒食相邀 呼爲別歲 至除夜 達旦不眠 爲 守歲 蜀之風俗如是 餘官於岐下 歲暮思歸而不可得 故爲此三詩以寄子由 (세만상여궤문 위궤세..

歲暮 除夕 除夜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의 절기가 지나면 다시 24절기가 시작되는 입춘(立春)이 오는데, 이 시기는 음력 12월 곧 섣달에 해당하며, 섣달은 세모(歲暮) 또는 궁랍(窮臘), 세만(歲晩), 세말(歲末)이라고도 한다. 음력 섣달 그믐밤을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고도 한다. 歲暮 세모 茶山 丁若鏞 다산 정약용 歲暮樓山雪正深 세모루산설정심 한해 저무는 누산에 눈이 매우 쌓이니 絶無車馬到溪陰 절무차마도계음 개울가 응달에 찾는 거마 하나 없네 恒存洒脫塵埃氣 항존쇄탈진애기 항상 풍진 세상 벗어날 생각 가지니 遂有硏窮宇宙心 수유연궁우주심 우주의 진리 탐구할 마음이 생겼네 富貴極天終有盡 부귀극천종유진 하늘에 닿은 부귀도 다할 때가 있고 風煙滿地可相尋 풍연만지가상심 땅에 가득한 풍연도 서로 찾을 수 있네 休將妄念..

小寒 -申翼相 外

小寒前日雪後大風 소한전일설후대풍 申翼相 신익상 소한 하루 전 눈이 내린 뒤에 바람이 크게 불었다 雪風終日打窓扉 설풍종일타창비 눈보라 종일 불어 사립과 창을 때리니 窮巷無人鳥不飛 궁항무인조불비 궁벽진 골목에 인적 없고 새도 날지 않네 白髮老翁塊獨坐 백발로옹괴독좌 백발 늙은이는 흙덩이처럼 홀로 앉았으니 寂廖唯與病相依 적료유여병상의 오로지 병든 몸에 외로움만 더하네 *申翼相(신익상, 1634~1697) : 조선 후기 평안도 관찰사, 대사성, 우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숙필(叔弼), 호는 성재(醒齋). 小寒馬上 소한마상 申光洙 신광수 소한에 말 위에서 짓다 靑衫獨犯小寒行 청삼독범소한행 청삼 차림으로 홀로 소한 날 길을 가니 月色鷄聲蒲曉程 월색계성포효정 새벽길 달빛 속 초가에서 닭소리 들리네 一馬凍蹄聞寂歷 ..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동지(冬至)가 지나면 한해 중 절기는 소한(小寒)과 대한(大寒)만 남는다. 이 시기는 음력 새해와 입춘(立春)을 앞두고 있어 새해를 맞이하는 희망, 봄을 기대하는 마음, 그리고 한해를 마감하는 감회가 뒤 섞이는 시기이다. 아마도 이 시기가 가장 추운 시기라서 절기의 명칭도 소한과 대한으로 했나 보다. 옛 시인들의 시에도 이 시기에는 눈과 세월, 매화, 술 같은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至後入城宿版泉 지후입성숙판천 南尙敎 남상교 동지후 서울에 들어와 판천에서 자다 人生聚散摠雲烟 인생취산총운연 인생은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안개 같으나 且可相逢一燦然 차가상봉일찬연 또다시 한번 찬연히 서로 만날 수 있네 作客因緣多雪夜 작객인연다설야 눈 많이 오는 밤을 인연으로 손님이 되어 吟詩次第到梅天 음시차제도매천 매화꽃 필 ..

雪後 설후 - 柳方善 유방선 外

雪後 설후 柳方善 유방선 눈 내린 뒤 臘雪孤村積未消 납설고촌적미소 외딴 마을 섣달 눈이 쌓여 녹지 않으니 柴門誰肯爲相敲 시문수긍위상고 그 누가 사립문을 두드리려고 할까 夜來忽有淸香動 야래홀유청향동 밤이 되어 갑자기 맑은 향이 느껴지니 知放寒梅第幾梢 지방한매제기초 겨울 매화가 가지 끝에 맺혔음을 알겠네 ※臘雪(납설) : 섣달에 내리는 눈. 동지부터 입춘 전까지 내리는 눈. *柳方善(유방선, 1388~1443) : 조선 전기의 학자. 자는 자계(子繼). 호는 태재(泰齋). 유일(遺逸; 과거를 거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제도)로 천거되었으나 벼슬하지 않았고, 시문(詩文)과 여러 학문에 능하여 서거정 등 이름난 선비를 키웠다. 저서로 ≪태재집≫이 있다 雪夜 설야 鐵船 惠楫 철선 혜즙 눈 오는 밤 一穗寒..

冬至 동지 - 卞季良 변계량 外

冬至 동지 卞季良 변계량 繡紋添線管灰飛 수문첨선관회비 수놓는 시간 길어지니 관회를 날리고 冬至家家作豆糜 동지가가작두미 동짓날에 집집마다 팥죽을 쑤는구나 欲識陽生何處是 욕식양생하처시 양의 기운이 어디서 나는지 알고 싶었는데 梅花一白動南枝 매화일백동남지 매화 남쪽 가지에 흰 꽃망울 하나 움트네 ※繡紋添線(수문첨선) : 동짓달 밤이 길어 수놓는 바느질 시간이 길어진다는 의미. 첨선은 실이 길어진다는 뜻으로 바느질 시간이 많아진다는 뜻으로 해석됨. ※管灰飛(관회비) : 옛날에는 가부(葭莩; 갈대 잎 속의 작은 막)를 태워 그 재를 율관(律管; 음악에서 율려를 측정하기 위한 관)에 넣어두면 동짓날 동쪽으로 날아가는데 그 날리는 모습[葭管灰飛]을 보고 그해의 기후를 점쳤다고 한다. 冬至 동지 韓龍雲 한용운 昨夜雷聲..

동지 팥죽 - 李穀(이곡), 李穡(이색)

내일(22일)이 동지(冬至)인데... 예전에는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사당에 올리고, 액막이로 집안 곳곳에 뿌리고. 이웃 간에도 나눠 먹었다. 특히 동지는 아세(亞歲) 즉 작은 설날이라 하여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삼고 동지 팥죽을 먹어야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줄 알았다. 그것도 팥죽의 새알심을 나이만큼 먹어야 한다고 세어가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핵가족시대 아파트 생활이라 집에서 팥죽을 쑤는 집이 거의 없고, 프랜차이즈 죽 집에서 사 먹거나 혹 절에 가면 점심공양으로 먹을 수 있을듯한데 그 마저도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절에서는 먹지 못한다고 하며, 나눠는 준다고 한다. 고려시대 대 문장가 목은(牧隱) 이색(李穡)과 그의 부친인 가정(稼亭) 이곡(李穀) 선생의 시에 동지 팥죽에 대한 이야기를 ..

동지(冬至) - 목은(牧隱) 이색(李穡)

동지(冬至)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예전에는 이 날부터 한 해가 새로이 시작되는 걸로 생각해서 동지를 작은설[小新正, 亞歲]이라고도 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먹는 습관이 있는데,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리고 대문이나 집안에 액막이로 뿌리는 풍습도 있었다. 대개 귀신이 붉은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생긴 풍속일 것이다. 또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훈훈한 풍습이 있었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속은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은 목은시고(牧隱詩藁)에서 동지에 얽힌 사연을 다음과 같이 시로 읊었다. 冬至陰乃極 동지음내극 동지에는 음이 극에 이르러 故有一陽生 고유일양생 그래서 양이 조금씩 생겨나네 聖人喜之甚 성인희지심 성인들은 이를 크게 기뻐하여 考卦以復名 고괘이..

중국 시인들의 눈[雪]

夜雪 야설 白居易 백거이 밤에 내리는 눈 已訝衾枕冷 이아금침냉 이부자리 싸늘하여 깜짝 놀라 復見窓戶明 부견창호명 다시 보니 창문이 환하구나 夜深知雪重 야심지설중 깊은 밤 눈 많이 내린걸 알리려고 時聞折竹聲 시문절죽성 때때로 대 꺾이는 소리 들렸구나 *白居易(백거이,772~846) : 당나라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 부패한 사회상을 풍자 비판하고, 서민적이고 쉬운 필치로 문학의 폭을 확대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한가, 비파행, 진중음(秦中吟), 신악부(新樂府), 두릉의 노인 등이 있다 江雪 강설 柳宗元 유종원 강에 내리는 눈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온 산에 날던 새들 자취 끊기고 萬徑人踪滅 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자취 사라졌네 孤舟簑笠翁 고주사립옹 외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