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47

秋分 - 李敏求 外

秋分日大雨 추분일대우 李敏求 이민구 추분에 큰 비가 내리다 八月將終秋始分 팔월장종추시분 팔월이 끝나가고 추분이 되었는데 重城風雨夜紛紛 중성풍우야분분 겹 성에 비바람이 밤새 어지러이 내리네 芙容水蕩蛟龍窟 부용수탕교룡굴 부용 연못의 물은 흐려져 교룡 굴이 되었고 草木雲霾虎豹群 초목운매호표군 초목은 호표무리 같은 먹구름에 가리었네 鉅野泥塗愁外望 거야니도수외망 근심스레 밖을 보니 너른 들이 진창 되었고 長江波浪夢中聞 장강파랑몽중문 긴 강의 물결 소리가 꿈속처럼 들리는구나 應嫌玉塞纏兵氣 응혐옥새전병기 아마도 변방에 얽힌 전란의 기운이 싫어서 爲注銀河洗虜氛 위주은하세로분 오랑캐 재앙 씻어 내려 은하수를 쏟는구나 偶書 우서 李植 이식 우연히 짓다. 春夏連秋旱 춘하련추한 봄 여름 가을 내내 계속 가물더니 秋分已降霜 추..

秋興十絶句 - 李敏求

秋興十絶句 추흥십절구 李敏求 이민구 가을 흥취. 열 수의 절구 西望東臺晴日光 서망동대청일광 서쪽에서 동대를 보니 개인 햇살이 빛나서 朝來不省曉來霜 조래불성효래상 아침이 와도 새벽 서리 내린 줄을 몰랐네 阿誰着此丹靑手 아수착차단청수 누가 언덕에다 이런 단청을 그려 입혀서 幻出高林赤又黃 환출고림적우황 높다란 숲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만들었나 日日來來得又抛 일일래래득우포 얻었다가 또 버리듯 매일 오던 날 들이 流光已涉九秋交 류광이섭구추교 빛처럼 흘러가서 벌써 가을도 다 지났네 今朝送盡南歸燕 금조송진남귀연 오늘 아침 남으로 가는 제비 다 보냈지만 猶爲明年護舊巢 유위명년호구소 그래도 내년을 위해 옛 둥지는 지켜야지 秋日燈前蟋蟀鳴 추일등전실솔명 가을날 등불 앞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常時入耳兩無情 상시입이량무정 평소 들..

中秋記故事 (중추기고사) - 尹愭 (윤기)

이 시는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가 지은 중추절(仲秋節)에 관한 장편 고시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달과 중추절에 관련된 고사를 인용하였는데, 토끼와 계수나무, 두꺼비, 항아와 불사약 같은 전설은 물론이고 불가와 도가의 고사까지 인용하였다. 그러다 보니 직역으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의역을 해도 의미 전달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부득이 주석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겠다. 그러나 그 주석에 인용된 고사마저도 정확한 의미가 전달될지 의문이니, 오류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中秋記故事 중추기고사 尹愭 윤기 중추절 옛 이야기를 적다 中秋端正月 중추단정월 중추절의 밝고 둥근 달을 終古表而稱 종고표이칭 예로부터 으뜸이라 했지 望夜皆圓滿 망야개원만 보름밤에는 모두 둥글게 찼지만 ..

中秋月( 한가위 달) 2

中秋月 四首 중추월 사수 黃玹 황현 중추월 4수 東峯欲短樹如茨 동봉욕단수여자 동쪽 봉우리 나지막한 지붕 같은 나무에 渺渺余懷月上時 묘묘여회월상시 때맞춰 달 떠오니 내 마음이 아득하구나 捲得人天秋色盡 권득인천추색진 세상과 천상의 가을 기운 모두 거머쥐고 冷淸淸地出來遲 랭청청지출래지 맑고 찬 모습으로 땅에서 천천히 떠오르네 層城帶白遠江黃 층성대백원강황 높은 성엔 희게 먼 강엔 누렇게 비치니 大地山河次第光 대지산하차제광 온 대지의 산하가 차례대로 빛나는구나 就彼極圓看自別 취피극원간자별 한껏 둥근 모습을 자별하게 볼 수 있는 건 十分徐轉到中央 십분서전도중앙 천천히 굴러서 충분히 중앙에 이른 때일세 非蟾非兎白團團 비섬비토백단단 두꺼비도 토끼도 아닌 희고 둥근 모습을 强喚名爲玉琢盤 강환명위옥탁반 억지로 이름 하자면..

中秋月 (한가위 달) - 徐居正

中秋前三夜望月 중추전삼야망월 徐居正 서거정 중추 3일 전날 밤에 달을 바라보다 娟娟中秋月 연연중추월 중추절 달빛이 곱고도 고와서 皎皎增光輝 교교증광휘 밝은 달빛이 더욱 빛나는구나 愛之不能眠 애지불능면 달빛이 좋아 잠을 이룰 수 없어 坐久亦忘歸 좌구역망귀 오랫동안 앉아 돌아가길 잊었네 淸風爽我襟 청풍상아금 맑은 바람은 내 옷깃 서늘케 하고 漙露霑我衣 단로점아의 흠뻑 내린 이슬이 내 옷을 적시네 更待三五夜 경대삼오야 십오야 달밤을 다시 만나게 되면 此興安可違 차흥안가위 이 흥취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中秋前一日 詠月 중추전일일 영월 徐居正 서거정 중추절(中秋節) 하루 전에 달을 읊다 嬋姸二七月 선연이칠월 곱디고운 열나흘 날 밤의 달이 待滿近中秋 대만근중추 중추가 가까우니 만월이 되려 하네 最愛金波灩 최애금..

秋雨 [가을비]

秋雨 추우 徐居正 서거정 秋雨連三日 추우련삼일 가을비가 삼 일을 연이어 내리니 乾坤萬里陰 건곤만리음 천지간의 온 세상이 축축하구나 飛騰前日夢 비등전일몽 날아오른 건 전 날의 꿈속이었고 去住此時心 거주차시심 가고 머무름은 지금의 심정이구나 謾作鷦鷯賦 만작초료부 부질없이 초료부를 짓는가 하면 空悲蟋蟀唫 공비실솔금 공연히 귀뚜라미 울음이 슬퍼지네 柴桑松菊在 시상송국재 시상에는 소나무와 국화가 있으니 寧憶兩疏金 영억양소금 편안히 양소의 금을 생각하는구나 ※鷦鷯賦(초료부) : 진(晉) 나라 때의 문인 장화(張華)가 지은 부(賦)인데, 초료는 뱁새를 가리킨 다.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

山居四時各四吟 (산거사시각사음) - 李滉 (이황)

山居四時各四吟 共十六絶 산거사시각사음 공십륙절 李滉 이황 산속에 거주하며 사계절을 각 네 번씩 읊다. 모두 열여섯 절구이다. 이 시(詩)는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산 속에 은거하면서 주위 풍경과 느낀 감회를 노래한 시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의 풍경과 감회를 아침 낮 저녁 밤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칠언 절구로 노래하였다. 그래서 이 시는 모두 16수의 칠언 절구로 이루어졌다. 春朝吟 춘조음 봄날 아침 霧捲春山錦繡明 무권춘산금수명 안개 걷힌 봄 산은 수놓은 비단처럼 밝고 珍禽相和百般鳴 진금상화백반명 진기한 온갖 새들 서로 응하며 울어 대네 山居近日無來客 산거근일무내객 산에 사는 요사이 찾아오는 손도 없으니 碧草中庭滿意生 벽초중정만의생 안 마당 가득 푸른 풀이 제멋대로 돋았네 春晝吟 춘주..

處暑 (처서) - 李敏求

七月大旱處暑日小雨卽止用杜詩韻 칠월대한처서일소우즉지용두시운 李敏求 이민구 칠월에 매우 가물었는데 처서일에 비가 조금 내리다 곧 그쳐 두보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 亢陽過三伏 항양과삼복 가뭄 속에서도 삼복은 지나가고 涼候颯已至 량후삽이지 서늘한 날씨가 어느덧 다가왔네 小雨殊卒暴 소우수졸폭 갑자기 가랑비 내리다 끊어지고 流雲度江駛 류운도강사 구름은 빠르게 강을 건너 흐르네 民者天所哀 민자천소애 하늘이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서 稼穡未宜棄 가색미의기 마땅히 농사일 버리지 않겠지만 風吹霾翳卷 풍취매예권 바람 불어 흙비를 말아서 덮으니 莫測神靈意 막측신령의 신령의 뜻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久旱滋液難 구한자액난 오래 가물어 흠뻑 젖기는 어렵고 微潤焦枯易 미윤초고역 살짝 젖어 마르기 쉬워 애가 타네 赤煇滿空宇 적휘만공우 온..

處暑 (처서) - 尹愭, 趙絅

七月二十三日處暑 洪判尹宅 拈唐律韻共賦 時淸風適至甚快 尹愭 칠월이십삼일처서 홍판윤댁 념당률운공부 시청풍적지심쾌 윤기 7월 23일 처서에 홍 판윤 댁에서 당시의 운을 따서 함께 읊다. 이때 마침 맑은 바람이 불어와서 매우 상쾌했다. 背郭堂高爽氣新 배곽당고상기신 성 밖 높은 집의 기운이 새로워서 상쾌하고 蒼林礙日隔紅塵 창림애일격홍진 푸른 숲이 해를 가려 홍진 세상과 떨어졌네 愁城忽破憑歡伯 수성홀파빙환백 술에 의지하니 괴로운 처지도 문득 사라지고 酷吏纔過見故人 혹리재과견고인 가을바람 불어와 비로소 무더위가 사라지네 空使壯心羞白髮 공사장심수백발 젊은 마음에 부질없이 흰머리가 부끄러워서 任敎才子樂靑春 임교재자악청춘 재주 있는 젊은이 청춘을 즐기도록 맡겨두네 淸閒富貴難兼得 청한부귀난겸득 청한과 부귀를 한꺼번에 얻기는..

苦熱 (무더위) - 尹愭 (윤기)

오늘이 말복(末伏)이라 곧이어 처서(處暑)가 다가오고, 무더위도 이젠 물러갈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불볕더위는 극성이고 심지어는 때 아닌 늦장마 폭우까지 겹쳐 난리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시(詩)처럼 은하수라도 기울여서 더위를 식히고 싶은 심정이나 또 수해를 입을까 봐 이럴 수도 없을 것 같다. 처서가 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고 했는데, 극성인 파리나 모기같은 벌레들도 함께 사라지겠지.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시에 무더위와 파리 모기 같은 벌레들의 극성에 시달리는 심정을 잘 표현하였다. 苦熱 고열 尹愭 윤기 무더위 陽烏赫烈一何威 양오혁렬일하위 맹렬한 붉은 태양이 어찌나 위세가 센지 火傘張空爐四圍 화산장공로사위 불 일산을 펼치고 화로로 둘러싼 듯하네 道上行人多暍病 도상행인다갈병 길 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