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347

大雪 (대설) - 申欽 (신흠)

大雪 대설 申欽 신흠 金帳羔兒酒力綿 금장고아주력면 금장 안에서 면면히 고아주 마시는데 힘쓰며 閑披鶴氅小樓前 한피학창소루전 작은 누대 앞에는 한가로이 학창의를 걸쳤네 長天遠岫空明裏 장천원수공명리 멀리 산봉우리는 긴 하늘 속에 밝게 빛나고 暝樹歸鴉滅沒邊 명수귀아멸몰변 까마귀는 어둑한 숲으로 돌아가 사라지네 謝女高才徒詠絮 사녀고재도영서 사씨녀는 높은 재주로 버들개지라 읊었고 王郞淸興漫回船 왕랑청흥만회선 왕랑은 맑은 흥취에 따라 뱃머리를 돌렸네 衰翁筆退無情思 쇠옹필퇴무정사 늙은이 필력이 떨어져서 느낌도 없으니 唯向昌辰祝有年 유향창진축유년 오직 좋은 때를 바라며 풍년을 기원하네 ※金帳羔兒酒力綿(금장고아주력면) : 금장은 금빛 휘장으로 화려한 휘장을 뜻하고, 고아주(羔兒酒)는 송나라 때 새끼 양을 잡아 고아서 만든..

宮詞 (궁사) - 李山海 (이산해)

宮詞 궁사 李山海 이산해 有一詩人作長信宮四時詞 兒童傳誦之 聞而效其體 유일시인작장신궁사시사 아동전송지 문이효기체 한 시인이 지은 장신궁 사시사를 아이들이 전해 외우기에 이를 듣고 본떠서 지어 보았다. 玉欄珠箔鎖重門 옥란주박쇄중문 옥 난간에 구슬 발을 치고 겹문도 잠기고 咫尺昭陽隔主恩 지척소양격주은 임금의 은총이 지척의 소양궁에 막혔네 鳳輦不來春又暮 봉련불래춘우모 봉련은 오지 않고 봄은 또 저물어 가고 碧桃紅杏自黃昏 벽도홍행자황혼 푸른 복숭아 붉은 살구에 황혼이 드네 安榴初發落薔薇 안류초발락장미 석류꽃 처음 피고 장미가 떨어질 즈음 白苧微凉透雪肌 백저미량투설기 시원한 모시옷에 눈 같은 살갗 비치네 睡起花鈿慵不整 수기화전용불정 잠 깨어 꽃 비녀는 정돈하지도 않고 却將金杏打鶯兒 각장금행타앵아 누런 살구로 꾀꼬리..

雪後戲作(설후희작) - 尹善道 (윤선도)

雪後戲作 辛丑 설후희작 신축 尹善道 윤선도 눈이 온 뒤에 장난으로 짓다 신축년 多少羽人遊十島 다소우인유십도 다소의 우인들이 십도에서만 노니니 玉京誰識在於斯 옥경수식재어사 옥경이 여기 있는 줄 그 누가 알까 樵蘇總是雲輧客 초소총시운병객 시골 남자들 모두 구름 수레 탄 듯하고 井臼無非練帨姬 정구무비련세희 고생하는 아낙들 모두 흰 수건 둘렀네 處處瓊宮開璧戶 처처경궁개벽호 곳곳마다 화려한 궁궐 옥문이 열렸고 家家珠帳擁瑤墀 가가주장옹요지 집집마다 진주 휘장처럼 옥섬돌을 가렸네 二年氷蘗盈肝肺 이년빙벽영간폐 이 년 동안 빙벽으로 내장을 채우다 보니 不記烹煎擾擾時 불기팽전요요시 어지럽게 지지고 볶던 때는 기억에도 없네 謫在三江二十蓂 적재삼강이십명 삼강에 귀양 온 지 이십 개월 되었는데 森森入眼不曾聆 삼삼입안불증령 전에..

五川草堂四時詞 (오천초당사시사) - 權韠 (권필)

五川草堂四時詞 오천초당사시사 權韠 권필 爲尹而性 孝止 題 위윤이성 효지 제 윤이성 효지를 위해 짓다. 春 봄 池塘水綠柳絲斜 지당수록류사사 못 둑에 물은 푸르고 버들가지 휘늘어졌는데 沙上新蒲欲吐芽 사상신포욕토아 창포는 모래 위로 새싹을 드러내려 하는구나 睡美不知連夜雨 수미불지련야우 단잠이 들어 밤새도록 비가 온 줄도 몰랐는데 曉看紅濕滿山花 효간홍습만산화 새벽에 보니 산에 가득한 붉은 꽃이 젖었구나 夏 여름 簾外雲山雨乍晴 렴외운산우사청 주렴 너머 구름 낀 산에 내리던 비 문득 개니 北牕筠簟午風淸 북창균점오풍청 북창 가 대자리에 부는 낮 바람이 시원하구나 靑苔滿院人無事 청태만원인무사 집에는 푸른 이끼 가득 끼고 할 일이 없어서 臥聽流鶯一兩聲 와청류앵일량성 누워서 꾀꼬리 울음소리 한두 마디를 듣노라 秋 가을 茅..

大雪 二首 (대설 이수) - 張維 (장유)

大雪 二首 대설 이수 張維 장유 대설 두 수 朔風驅雪滿天來 삭풍구설만천래 삭풍이 눈을 몰고 하늘 가득 내려오니 一夜茅簷壓欲摧 일야모첨압욕최 하루 밤새 초가지붕 눌려 무너질 듯하네 枯樹乍聞寒響急 고수사문한향급 고목에 찬바람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고 小窓全覺曙光催 소창전각서광최 작은 창에 새벽빛이 비쳐 옴을 느끼네 村童晚汲通新徑 촌동만급통신경 아이는 새 길로 느지막이 물 길어오고 竈婦晨炊撥舊灰 조부신취발구회 아낙네 아궁이 재 걷어 내고 아침 짓네 遍壠靑苗埋不凍 편롱청묘매불동 보리 싹 깊이 묻혀 얼어 죽지 않을 테니 豐年賸待麥秋迴 풍년승대맥추회 보리 가을 돌아오면 풍년이 기대되는구나 海天漠漠海雲垂 해천막막해운수 큰 구름이 드리워 하늘 바다도 막막한데 雪勢風威倂一時 설세풍위병일시 눈보라에 바람까지 일시에 위세 부..

四時詞 六言 (사시사 육언) - 李應禧 (이응희)

四時詞 六言 사시사 육언 李應禧 이응희 春 雨後緗桃灼灼 우후상도작작 비 온 뒤에 붉은 복사꽃 환히 피었고 烟中細柳絲絲 연중세류사사 안개 속에 실버들이 하늘거리는구나 滿眼靑春寂寂 만안청춘적적 적적한 푸른 봄기운이 눈에 가득하고 中天白日遲遲 중천백일지지 하늘에 밝은 해가 느릿느릿 가는구나 夏 樑間燕雛解語 양간연추해어 들보 사이 제비 새끼 지저귈 줄 알고 樹梢鸎母嬌音 수초앵모교음 나무 끝의 어미 꾀꼬리 소리 아리땁네 堂上氷盤錯玉 당상빙반착옥 당상의 쟁반에는 옥과 얼음이 섞였고 天衢火日流金 천구화일류금 하늘의 불타는 해는 쇠를 녹이는구나 秋 一塢金錢露浥 일오금전로읍 언덕에 가득한 국화는 이슬에 젖었고 千林赤葉霜飛 천림적엽상비 숲마다 붉은 잎은 서리 맞아 흩날리네 白酒床頭已熟 백주상두이숙 이미 익은 백주는 상 위..

次東坡四時詞韻 (차동파사시사운) - 朴世堂 (박세당)

이 시는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이 소동파(蘇東坡)의 시 사시사(四時詞)를 차운하였는데 서계집((西溪集)에는 春 夏 秋 3首 밖에 전하지 않아 조금 아쉽다. 次東坡四時詞韻 차동파사시사운 朴世堂 박세당 동파의 사시사에 차운하다 春 봄 小庭寥寥深院落 소정요요심원락 깊숙한 집안 작은 뜰이 적막하고 쓸쓸한데 春早輕寒籠翠幕 춘조경한롱취막 이른 봄 꽃샘추위가 푸른 장막처럼 덮었네 繞渠晴煙惹細草 요거청연야세초 도랑을 두른 안개 개이니 가는 풀이 엉켰고 滿簾紅日媚小萼 만렴홍일미소악 주렴에 가득한 예쁜 꽃에 붉은 햇살 비치네 玉人緘恨暗銷肌 옥인함한암소기 미인은 한을 봉해 남몰래 몸속에서 녹이며 一點香心訴向誰 일점향심소향수 한 점 향기로운 마음을 뉘에게 하소연할까 東風十日淚不乾 동풍십일루불건 봄바람 부는 열흘 동안 눈..

效崔國輔四時詞 (효최국보사시사) - 申翊聖 (신익성)

效崔國輔四時詞 효최국보사시사 申翊聖 신익성 최국보의 사시사를 본받아 짓다 其一 春 기일 춘 그 첫 번째 봄 簾掛蝦鬚細 염괘하수세 새우 수염처럼 가는 주렴을 걸고 香燒鳳尾團 향소봉미단 한 덩어리의 봉미 향을 사르니 梨花一株雪 이화일주설 한 그루 배나무의 눈 같은 배꽃이 吹入玉欄干 취입옥란간 옥 난간에 날아들어 오는구나 其二 夏 기이 하 그 두 번째 여름 燕乳雕梁畔 연유조량반 제비는 추녀 끝에서 새끼 먹이고 蜂喧玉砌陰 봉훤옥체음 벌들은 옥섬돌 그늘에서 시끄럽구나 宜男新鬪草 의남신투초 의남초는 다투어 새로이 돋아나는데 刺繡倦停針 자수권정침 수를 놓다 피곤하여 바늘 질을 쉰다 其三 秋 기삼 추 그 세 번째 가을 淸霜凋錦樹 청상조금수 찬 서리 내려 고운 나무 시들고 新月映銀鉤 신월영은구 은빛 고리 같은 초승달이 ..

和閨秀許氏四時詞(화규수허씨사시사) - 申欽(신흠)

이 시는 상촌(象村) 신흠(申欽)이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사시사(四時詞)를 보고 그 운(韻)을 그대로 차운하여 지은 시이다. 허난설헌의 사시사는 그녀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친정에 닥친 화 등으로 평생을 불우하게 살아온 심정을 섬세한 필치와 감성으로 사계절의 풍치에 비유하여 잘 묘사하였는데, 상촌(象村) 신흠(申欽)은 그녀의 운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허난설헌의 심정을 대변하여 오히려 더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閨秀許氏四時詞 行於世 余見而和之 규수허씨사시사 행어세 여견이화지 申欽 신흠 규수 허씨의 사시사가 세상에 유행하므로 내가 보고 거기에 화답하다 春 봄 西樓昨夜經微雨 서루작야경미우 어젯밤 서쪽 누각에 적은 비가 지나가니 宿露滴滴滋蘭塢 숙로적적자란오 둑의 난초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있네 緗簾鉤盡十二重 상..

十月朔記故事 (시월삭기고사) - 尹愭 (윤기)

이 달 25일은 음력으로 시월 초하루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석모는 동국세시기에서, 인가에서는 10월을 상달이라 하여 집안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성주고사(城主告祀)를 지낸다고 했다. 예부터 10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 고구려(高句麗) 때는 동맹(東盟)이라 하여 사당(祀堂)을 세워 귀신(鬼神), 사직(社稷)에 제사 지내는 제천의례(祭天儀禮)가 있었고, 근대에 와서도 10월이면 상달 고사를 비롯하여 개천제(開天祭)와 시제(時祭)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이는 온갖 햇곡식들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조상과 신에게 감사하는 행사로 생각된다. 十月朔記故事 시월삭기고사 尹愭 윤기 시월 초하루 고사를 적다 十月丁初吉 십월정초길 시월 초하루는 길한 날이어서 舊風亦可觀 구풍역가관 옛 풍속이 또한 볼만했었지 禮家拜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