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20

思歸 (사귀) - 徐居正 (서거정)

思歸   사귀     徐居正   서거정  고향에 돌아갈 생각 하다 杜老行藏逈莫齊 두로행장형막제두보는 행적이 매우 순탄치가 않았으니 晩年身世瀼東西 만년신세양동서만년에는 신세를 양수 동서에서 보냈네有田不去何顔面 유전불거하안면밭이 있어도 체면 때문에 가지 않으니 却怕依違到死迷 각파의위도사미망설이다가 미혹하여 죽을까 봐 두렵네 昨夢分明到夢村 작몽분명도몽촌어젯밤 꿈에 분명히 몽촌에 이르러 보니 稻畦麥壟接蔬園 도휴맥롱접소원벼논과 보리밭이 채마밭과 접해 있었네 覺來獨坐翻惆悵 각래독좌번추창잠을 깨어 홀로 앉았으니 문득 서글퍼져 心事何人細討論 심사하인세토론이 걱정을 누구와 자세히 의논해야 하나 野人籬落快新晴 야인리락쾌신청시골 마을에 비가 막 그쳐 쾌청해지니 舍北舍南打麥聲 사북사남타맥성집 남북에서 보리타작 소리 들리는구나..

打麥二絶 (타맥이절) - 金正喜 (김정희)

打麥二絶 寄北靑明府便面   타맥이절 기북청명부편면     金正喜 김정희  보리 타작 두 절구. 북청부사의 편면에 부치다  福星十九社中光 복성십구사중광복성이 온 마을에 비쳐서 빛을 발하니 大麥坌黃四野香 대맥분황사야향보리가 누렇게 익어 온 들이 향기롭네 近日官家無外事 근일관가무외사관가에서는 요즘 바깥에 일이 없으니婆娑樹下午眠長 파사수하오면장한가로이 나무 아래 낮잠이 한창이네 大好新晴碌碡場 대호신청록독장맑게 갠 좋은 날 마당을 평평하게 고르니兩岐何似去年長 양기하사거년장두 갈래 진 보리이삭이 작년처럼 길구나空中不斷連耞響 공중불단련가향도리깨 소리가 공중에서 끊이지 않으니 天上人間麥飯香 천상인간맥반향천상이나 인간에서나 보리밥이 향기롭네 ※福星(복성) : 길한 별이라는 뜻으로, 목성을 이르는 말. 세성(歲星)이라고도..

刈麥行 (예맥행) - 金履萬 (김이만)

刈麥行 예맥행 金履萬 김이만보리 베기 노래 四月五月天氣燠 사월오월천기욱 사월 지나 오월에 더운 날씨가 이어지니黃雲遍地麥初熟 황운편지맥초숙 누런 구름 깔리듯 보리가 익기 시작하네北郊延袤十里餘 북교연무십리여 북쪽 들판은 십여 리나 길게 이어졌는데高下萬畦森如束 고하만휴삼여속 위아래 많은 밭둑들이 복잡하게 얽혔네 富家爛熟刈自遲 부가란숙예자지 부잣집은 농익어도 느지막이 보리를 베지만貧家半熟刈何速 빈가반숙예하속 가난한 집은 반만 익어도 서둘러 베는구나富家舊麥猶在囷 부가구맥유재균 부잣집 묵은 보리는 곳간에 아직 남았는데貧家新麥不盈斛 빈가신맥부영곡 가난한 집 햇보리는 섬을 채우지도 못하네貧家一春恒苦飢 빈가일춘항고기 가난한 집은 봄마다 항상 굶주림에 시달려도富家之犬猶飽肉 부가지견유포육 부잣집 개는 오히려 고기를 배불리 ..

燈夕感舊 (등석감구) - 李睟光 (이수광)

燈夕感舊 등석감구 李睟光 이수광 完 등석에 옛날의 감회가 일어.昔李起夫邀我與崔汝瞻 作觀燈會 竟夜極歡而罷 至今廿年 已迫老境 獨坐無賴 慨然以書 석이기부요아여최여첨 작관등회 경야극환이파 지금입년 이박로경 독좌무뢰 개연이서 예전에 이기부(李起夫)가 나와 최여첨(崔汝瞻)을 불러서 관등놀이를 하였는데 밤새도록 매우 즐겁게 지내다 파하였다. 이제 20년이 지나 이미 노경에 닥치니 홀로 앉아 무료하여 슬퍼하며 쓴다. 丁亥年中四八日 정해년중사팔일해는 정해년이요 사월이라 초파일에 謫仙堂上作良辰 적선당상작량진적선당 위에서 좋은 시간 가졌었지 一場歡會燈前面 일장환회등전면등 앞에 모여서 한바탕 즐겁게 노니 三影團欒月下人 삼영단란월하인달빛 아래 세 그림자 단란도 하였지 荏苒流光空似夢 임염류광공사몽덧없이 흐르는 세월 꿈같이 허무하..

四月八日 松都觀燈 (사월팔일 송도관등) - 李植 (이식)

四月八日 松都觀燈 次梁子漸懷古絶句韻 사월팔일 송도관등 차양자점회고절구운 李植 이식사월 초파일에 송도에서 관등놀이를 구경하며 양자점의 회고 절구시에 차운하다.   廢苑喬松掛兎絲 폐원교송괘토사폐원의 소나무 높은 가지에 토사가 걸렸고 橐駝橋下水聲悲 탁타교하수성비탁타교 아래 흐르는 물소리 또한 슬프구나今宵故事猶堪記 금소고사유감기오늘 밤 옛날 있었던 일도 기억할 만한데 萬樹銀花月半規 만수은화월반규수많은 나무의 밝은 등불이 반달을 비추네 ※梁子漸(양자점) :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교리(校理)를 거쳐 이조참의에 추증된 양경우(梁慶遇, 1568~?). 자점(子漸)은 그의 자이고 호는 제호(霽湖). ※兎絲(토사) : 겨우살이처럼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한해살이 기생식물. 실처럼 부드럽고 약효가 좋아 허리가 부러진 토끼를 ..

南樓夕燈 (남루석등) - 車天輅 (차천로)

南樓夕燈 남루석등 車天輅 차천로  남루의 저녁 등불 八日觀燈舊俗存 팔일관등구속존초파일에는 관등하는 옛날 풍속이 있으니 南樓淸景萬家昏 남루청경만가혼남루 경관은 찬란하고 모든 집은 어둡구나 蓮花綴葉星光亂 련화철엽성광란가지에 달린 연꽃등이 별빛처럼 현란하고 龍腦飄香鶴燄繁 용뇌표향학염번용뇌는 향기를 풍기고 학염이 무성하구나天上月明疑不夜 천상월명의불야천상의 달처럼 밝아 밤 아닌 줄 착각하고 人間雪映欲無坤 인간설영욕무곤세상을 눈처럼 덮어 땅이 없어진 것 같네太平氣象看如此 태평기상간여차태평한 기상을 이와 같이 바라보았으니何似當年重上元 하사당년중상원그 당시의 중요한 상원과는 무엇이 같은가  ※龍腦飄香鶴燄繁(용뇌표향학염번) : 용뇌(龍腦)는 용뇌 향나무의 줄기에 함유한 유지의 결정체로 맛이 향기로운데, 여기서는 양초 타..

初夏獨吟 二首 (초하독음 이수) - 徐瀅修 (서형수)

初夏獨吟 二首   초하독음 이수     徐瀅修   서형수  초여름에 홀로 읊다   2수  艸屩簑衣滿四坪 초교사의만사평짚신에 도롱이 쓴 농부 온 들판에 가득하니 村南村北室如傾 촌남촌북실여경남촌 북촌 사람들 다 쏟아져 나온 듯하구나 鸎啼柳樾留春色 앵제류월류춘색꾀꼬리 우는 버들 그늘은 봄빛이 남아있고 鵲語松簷報晩晴 작어송첨보만청소나무 끝의 까치는 개인 저녁을 알려주네 天與耐窮愁不解 천여내궁수불해하늘이 곤궁을 참게 하니 시름 풀리지 않고人知忘世謗漸平 인지망세방점평사람은 세상 잊을 줄 알아 비방도 잦아드네 楞嚴卷盡香烟了 능엄권진향연료능엄경 읽기를 마치니 향연도 사그라들고怕走睡魔幾失明 파주수마기실명수마가 두려워 달아나다 실명할 뻔하였네 阿那律陀 多樂睡眠 如來訶云 咄咄胡爲睡 螺螄蚌蛤類 一睡一千年 不聞佛名字 那律於是徹..

初夏 (초하) - 李應禧 (이응희)

初夏   초하      李應禧   이응희초여름   四月南風至 사월남풍지사월이 되어 남풍이 불어오니 田家日正長 전가일정장농가에는 해가 정말 길어졌네提壺鳴近岸 제호명근안제호는 가까운 언덕에서 울고 布穀喚無方 포곡환무방뻐꾸기는 사방에서 소리치네農餉燒山蕨 농향소산궐농가는 양식으로 고사리를 삶고 蠶功掇陌桑 잠공철맥상누에 치려고 밭두둑의 뽕을 따네 衰年驚節序 쇠년경절서늙어 가며 계절 변화에 놀라니 雙鬢覺添霜 쌍빈각첨상양쪽 귀밑털에 서리만 늘었구나  ※提壺(제호) : 제호로(提壺蘆)라고 하는 새이다. 옛사람들은 이 새의 울음소리를 ‘호로록 피죽’으로 듣고 한자로 제호로(提壺蘆), 직죽(稷粥) 등으로 표현하였다. 한자로 제호로(提壺蘆)는 술병을 들라는 뜻이 된다. 구양수(歐陽修)의 제조(啼鳥)라는 시에 ‘꽃 위에 홀로..

夏日卽事 (하일즉사) - 李奎報 (이규보)

夏日卽事 二首 하일즉사 이수 李奎報 이규보  簾幕深深樹影廻 염막심심수영회나무 그늘 돌아드는 깊숙한 주렴장막에 幽人睡熟鼾成雷 유인수숙한성뢰깊은 잠든 은자의 코 고는 소리 요란하고日斜庭院無人到 일사정원무인도해 기우는 정원에는 오는 사람도 없는데 唯有風扉自闔開 유유풍비자합개오직 바람에 사립문만 절로 여닫히는구나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바람 부는 난간 대자리에 홑적삼으로 누웠다가夢斷啼鶯三兩聲 몽단제앵삼량성꾀꼬리 우는 두서너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니 密葉翳花春後在 밀엽예화춘후재봄 지난 뒤에도 무성한 잎에 가린 꽃은 남았고 薄雲漏日雨中明 박운루일우중명엷은 구름에 새어 나는 햇빛이 빗속에도 밝구나 夏日卽事 三首 하일 즉사 3수 李奎報 이규보   風曉床琴咽 풍효상금인아침 바람에 거문고도 목이 메이고 陰天柱礎津 음천주..

次韻 立夏翌日 (차운 입하익일) - 金尙憲 (김상헌)

次韻 立夏翌日 차운 입하익일 金尙憲 김상헌  입하 다음 날에 차운하다. 病起三更白髮臣 병기삼경백발신백발 신하 병들어서 삼경 밤에 일어나니 樓頭缺月半成輪 루두결월반성륜누각 위 이지러진 달 바퀴의 반만 채웠네 何家買醉他鄕酒 하가매취타향주타향 어느 집에서 술을 사 마시고 취하고 幾處追思昨日春 기처추사작일춘어디에서 지난날 봄 생각하며 그리워할까 長抱百年無限恨 장포백년무한한백 년 동안 끝없는 한을 길이 품고 있으니獨憐千里未歸人 독련천리미귀인멀리서 돌아가지 못한 사람만 애처롭구나 豊城紫氣干牛斗 풍성자기간우두풍성의 자색 기운이 우두성을 침범했으니誰遣雷生候及晨 수견뢰생후급신누가 뇌생을 보내어서 새벽까지 기다릴까 ※豊城紫氣干牛斗(풍성자기간우두) 誰遣雷生候及晨(수견뢰생후급신) : 뇌생(雷生)은 진(晉)나라의 뇌환(雷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