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刈麥行 (예맥행) - 金履萬 (김이만)

-수헌- 2024. 5. 17. 11:22

刈麥行 예맥행 金履萬 김이만

보리 베기 노래

 

四月五月天氣燠 사월오월천기욱

사월 지나 오월에 더운 날씨가 이어지니

黃雲遍地麥初熟 황운편지맥초숙

누런 구름 깔리듯 보리가 익기 시작하네

北郊延袤十里餘 북교연무십리여

북쪽 들판은 십여 리나 길게 이어졌는데

高下萬畦森如束 고하만휴삼여속

위아래 많은 밭둑들이 복잡하게 얽혔네

 

富家爛熟刈自遲 부가란숙예자지

부잣집은 농익어도 느지막이 보리를 베지만

貧家半熟刈何速 빈가반숙예하속

가난한 집은 반만 익어도 서둘러 베는구나

富家舊麥猶在囷 부가구맥유재균

부잣집 묵은 보리는 곳간에 아직 남았는데

貧家新麥不盈斛 빈가신맥부영곡

가난한 집 햇보리는 섬을 채우지도 못하네

貧家一春恒苦飢 빈가일춘항고기

가난한 집은 봄마다 항상 굶주림에 시달려도

富家之犬猶飽肉 부가지견유포육

부잣집 개는 오히려 고기를 배불리 먹는구나

 

忍死待麥秋 인사대맥추

죽을 지경 견디며 보리 수확 기다려도

幾何入余腹 기하입여복

주린 뱃속에 들어가는 건 얼마나 될까

官倉有積逋 관창유적포

관아 창고에 낼 세금이 밀렸는데도

太半償不足 태반상부족

갚기에는 절반 이상 모자라는구나

 

噫嗟嗟安得井田人百畝 희차차안득정전인백무

정전 백무를 경작하는 사람이 탄식만 하고 있으니

人無貧富有餘穀 인무빈부유여곡

빈부 간에 곡식 여유 있는 사람이 없구나

 

※井田百畝(정전백무) : 정전(井田)은 고대 중국의 하, 은, 주에서 실시된 토지 제도이고, 백무(百畝)는 정전제에서, 한 사람의 남자가 받아 경작하는 땅을 말한다. 경작지를 우물 정(井) 자 형태로 나누어 한 정(井)을 구백 무(畝)로 하고 백무씩 아홉으로 나누어 중앙의 백무는 공전(公田)으로 삼고, 주위의 팔백 무는 여덟 가구에 나누어 주어 사전(私田)으로 경작하게 하였다. 공전은 주위의 여덟 가구가 공동으로 경작하여 그 수확을 조세로 바쳤다.

 

*김이만(金履萬, 1683~1758) : 조선후기 집의, 통정대부, 첨지중추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중수(仲綏), 호는 학고(鶴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