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燈夕感舊 (등석감구) - 李睟光 (이수광)

-수헌- 2024. 5. 15. 10:40

燈夕感舊 등석감구 李睟光 이수광

등석에 옛날의 감회가 일어.

昔李起夫邀我與崔汝瞻 作觀燈會 竟夜極歡而罷 至今廿年 已迫老境 獨坐無賴 慨然以書

석이기부요아여최여첨 작관등회 경야극환이파 지금입년 이박로경 독좌무뢰 개연이서

예전에 이기부(李起夫)가 나와 최여첨(崔汝瞻)을 불러서 관등놀이를 하였는데 밤새도록 매우 즐겁게 지내다 파하였다. 이제 20년이 지나 이미 노경에 닥치니 홀로 앉아 무료하여 슬퍼하며 쓴다.

 

丁亥年中四八日 정해년중사팔일

해는 정해년이요 사월이라 초파일에

謫仙堂上作良辰 적선당상작량진

적선당 위에서 좋은 시간 가졌었지

一場歡會燈前面 일장환회등전면

등 앞에 모여서 한바탕 즐겁게 노니

三影團欒月下人 삼영단란월하인

달빛 아래 세 그림자 단란도 하였지

荏苒流光空似夢 임염류광공사몽

덧없이 흐르는 세월 꿈같이 허무하고

蕭疏兩鬢已無春 소소량빈이무춘

이미 가버린 청춘 귀밑살만 성기었네

多情獨有書窓燭 다정독유서창촉

다정하게 홀로 있는 서창의 촛불만이

猶照當時見在身 유조당시견재신

그때나 지금도 내 몸을 비춰주는구나

 

※三影團欒月下人(삼영단란월하인) : 삼영(三影)은 원래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서 ‘잔 들어 밝은 달 맞아 그림자를 대하니 세 사람이 되었네.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한 데서 온 말로, 달과 달에 비치는 그림자와 자신을 합하여 셋이 됨을 말한 것이다. 여기서는 지봉 자신과 이기부, 최여첨 세 사람의 그림자를 의미한다.

 

*이수광(李睟光, 1563~1628) : 조선시대 공조참판, 대사헌, 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윤경(潤卿), 호는 지봉(芝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