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5

次立夏日有感韻 (차입하일유감운) - 金尙憲 (김상헌)

次立夏日有感韻   차입하일유감운     金尙憲   김상헌 입하일 유감 시의 운을 차운하다 炎帝其君火正臣 염제기군화정신 염제는 임금이고 화정은 그의 신하인데 縓幢絳節御朱輪 전당강절어주륜분홍 깃대 붉은 깃발로 해를 몰고 가네 葭灰一點先吹律 가회일점선취률갈대 재 한 점 먼저 율관 위에 날리고 梅雨三更斷送春 매우삼경단송춘삼경에 매우가 그쳐 봄날을 보내는구나 世路已忘天外客 세로이망천외객세상은 하늘가의 나그네를 이미 잊었고 韶華又負鏡中人 소화우부경중인소화 또한 거울 속의 사람을 저버렸네 愁邊只喜宵籌促 수변지희소주촉수심 속에 밤이 빨리 가는 것만 기뻐서 坐聽隣鷄早報晨 좌청린계조보신이른 새벽 이웃집 닭 우는 소리를 듣네  ※炎帝其君火正臣(염제기군화정신) : 염제(炎帝)는 고대 중국 신화에서 여름철을 맡은 신(神)이다...

初夏卽事 (초하즉사) - 徐居正 (서거정)

初夏卽事 초하즉사 徐居正 서거정   曲檻疎欞燕語慵 곡함소령연어용굽은 난간 트인 처마의 제비소리 게으르고 楊花撩亂透簾櫳 양화료란투렴롱버들 꽃이 요란하게 발 친 창을 통해 드네細君剪紵裁新服 세군전저재신복아내는 모시 베를 잘라서 새 옷을 짓는데 婢子穿針學細縫 비자천침학세봉계집종은 촘촘히 꿰매며 바느질을 배우네 屋頭初唱午鷄聲 옥두초창오계성지붕 꼭대기애서 낮닭이 울기 시작하고 庭院深深晝景淸 정원심심주경청깊숙한 정원의 낮 풍경이 맑기만 한데 稚子移書防燕汚 치자이서방연오아이는 제비가 더럽힐까 책을 옮겨놓고 老婆臨紙看蠶生 노파림지간잠생노파는 종이 옆에서 누에 생장 살피네

初夏 五首 (초하 오수) - 成俔 (성현)

初夏 五首 초하 오수 成俔 성현  초여름 다섯 수 風捲疏簾晝夢驚 풍권소렴주몽경바람이 발을 걷어 낮 꿈에서 놀라 깨니 床頭書籍亂從橫 상두서적란종횡책상 위 서적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네 黃鸝憐我苦岑寂 황리련아고잠적 적막하여 괴로운 내가 꾀꼬리도 불쌍해飛上庭柯啼一聲 비상정가제일성가지 위를 날면서 소리 내어 울어 주네  四月淸和暖氣融 사월청화난기융사월이라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한데도病身猶在土床中 병신유재토상중병든 몸은 아직도 온돌방 안에 있구나開牕喜快東南豁 개창희쾌동남활창 열고 동남쪽이 툭 트인 걸 기뻐하며 臥看飛鳶點太空 와간비연점태공누워서 하늘을 나는 한 점 솔개를 보네  落盡園花不賦詩 낙진원화불부시뜰에 꽃이 다 지도록 시를 짓지 못하니簡齋詩句豈余欺 간재시구기여기간재의 시구가 어찌 나를 업신여길까 病翁詩吻枯將涸..

崔門壽席見贈 (최문수석견증) - 楊士彦 (양사언)

崔門壽席見贈 최문수석견증  최씨 문중의 수연을 보고 드리다. 種玉一山森似竹 종옥일산삼사죽산에다 뿌린 옥 씨앗이 대처럼 우거지고棲霞雙鶴髮如煙 서하쌍학발여연노을에 깃든 쌍학의 머리가 안개 같구나斷將織女機中素 단장직녀기중소베 짜던 여인이 베틀의 베를 끊어내니更獻人間五百年 경헌인간오백년인간세상의 오백 년을 다시 바치는구나 ※種玉(종옥) : 옥의 씨앗을 뿌린다는 말이다. 양백옹(楊伯雍)이라는 사람이 3년 동안 무종산(無終山)에서 목마른 행인들에게 물을 길어다 마시게 해 준 결과, 이에 감동한 선인(仙人)으로부터 한 말의 옥 씨를 받아 수많은 미옥(美玉)을 생산하여 부유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는 선행을 많이 하였다는 의미이다. ※斷將織女機中素(단장직녀기중소) : 맹자의 어머니가 베틀의 베를 끊어 학업을 중도..

書玄緝詩軸 (서현집시축) - 楊士彦 (양사언)

書玄緝詩軸 서현집시축 현집의 시축에 쓰다 東華吾欲辭 동화오욕사 나는 조정의 직책을 사퇴하고 衣塵吾欲拂 의진오욕불 의복의 먼지를 떨쳐내 버리고 隨汝入名山 수여입명산 너를 따라서 명산에 들어가서 茹芝駐壯髮 여지주장발 지초 먹으며 장발로 살고 싶네 ※東華(동화) : 동화(東華)는 송나라 궁성의 동쪽 문 이름인데, 입조(入朝)할 때 이 문을 이용했다. 전하여 도성이나 조정을 의미한다. ※壯髮(장발) : 이마에까지 내려와서 머리털이 난 것으로 제왕의 기상을 갖춘 것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굳센 머리카락이란 뜻으로 늙지 않고 젊음을 의미한다.

蝸牛角上(와우각상)

蝸牛角上(와우각상)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달팽이 뿔 위라는 뜻인데 채근담(菜根譚) 후집에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온다. 石火光中 爭長競短 幾何光陰 석화광중 쟁장경단 기하광음 부싯돌에서 튄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 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蝸牛角上 較雌論雄 許大世界 와우각상 교자론웅 허대세계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 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그 어원은 장자(莊子) 칙양편(則陽篇)에 나온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 나라 혜왕(惠王)과 제(齊) 나라 위왕(威王)이 우호조약을 맺었는데 제(齊) 나라가 일방적으로 조약(條約)을 어겼다. 화가 난 위 혜왕(魏惠王)이 제 위왕(齊威王)에 대한 보복을 대신들과 논의했는데, 혜왕(惠王)은 재상(宰相) 혜자(惠子)가 추천한 대진인(戴晉人)에게 ..

나의 이야기 2024.04.19

雀舌 (작설) - 金時習 (김시습)

雀舌 작설 金時習 김시습 南國春風軟欲起 남국춘풍연욕기 남국의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오려 하니 茶林葉底含尖觜 다림엽저함첨자 차 숲의 잎 밑에도 뾰족한 부리 머금었네 揀出嫩芽極通靈 간출눈아극통령 무척 신령에 통한 어린 싹을 가려 뽑으니 味品曾收鴻漸經 미품증수홍점경 맛과 품격은 일찍이 홍점경에 수록되었네 紫筍抽出旗槍間 자순추출기창간 자순은 잎과 줄기 사이에서 뽑혀 나왔고 鳳餠龍團徒範形 봉병룡단도범형 봉병과 용단차는 모두 모양만 흉내 냈네 碧玉甌中活火烹 벽옥구중활화팽 불을 피워서 푸른 옥 다기로 달여 내니 蟹眼初生松風鳴 해안초생송풍명 물 끓는 거품이 생겨 솔바람처럼 울리네 山堂夜靜客圍坐 산당야정객위좌 산집의 고요한 밤에 손님들과 둘러앉아서 一啜雲膄雙眼明 일철운수쌍안명 운수차 한 모금 마시니 두 눈이 밝아지네 黨..

煮茶 二首 (자다 이수) - 金時習 (김시습)

煮茶 二首 자다 이수 金時習 김시습 차를 끓이며 松風輕拂煮茶煙 송풍경불자다연 솔바람이 차 끓이는 연기를 가볍게 흔들어 褭褭斜橫落澗邊 뇨뇨사횡락간변 시냇가를 하늘거리며 비껴 가로지르는구나 月上東窓猶未睡 월상동창유미수 동창에 달 떠 올라도 오히려 잠 못 이루어 挈甁歸去汲寒泉 설병귀거급한천 작은 병들고 샘물을 길러 갔다가 돌아오네 自怪生來厭俗塵 자괴생래염속진 속세를 싫어하며 살아오니 스스로 괴이하여 入門題鳳已經春 입문제봉이경춘 문에 들어가 봉자 쓰니 이미 청춘이 다 갔네 煮茶黃葉君知否 자다황엽군지부 황엽 차 끓이는 걸 그대는 아는가 모르는가 却恐題詩洩隱淪 각공제시설은륜 숨어 살며 시 쓰는 일을 누가 알까 두렵네 ※題鳳(제봉) : 진(晉) 나라 혜강(嵇康)과 여안(呂安)은 서로 절친한 사이였는데, 한 번은 여안..

草衣茶 外 (초의차 외) - 覺岸 (각안)

草衣茶 초의차 覺岸 각안 穀雨初晴日 곡우초청일 곡우에 날이 개이기 시작하는데 黃芽葉未開 황아엽미개 노란 싹 잎은 아직 펴지 않았네 空鐺精炒出 공당정초출 빈 솥에다 정성스레 잘 덖어서 密室好乾來 밀실호건내 밀실에서 아주 잘 말려내었구나 栢斗方圓印 백두방원인 잣나무 상자에 방원인을 찍어서 竹皮苞裹裁 죽피포과재 대껍질 잘라서 잘 꾸려 싼 다음 嚴藏防外氣 엄장방외기 외기를 단단히 막아 잘 간수하니 一椀滿香回 일완만향회 찻잔에 향기가 가득 감도는구나 茶藥說 다약설 覺岸 각안 차가 약이라는 이야기. 一椀腹心小安 일완복심소안 첫 잔 마시니 뱃속이 조금 편안해지고 二椀精神爽塏 이완정신상개 둘째 잔 마시니 정신이 맑아지는구나 三四椀渾身流汗 삼사완혼신류한 서너 잔을 마시니 온몸에 땀이 흐르고 淸風吹骨 청풍취골 뼈에서 맑은..

和陶詩 勸農 (화도시 권농) - 申欽 (신흠)

勸農 권농 申欽 신흠 和韻 少而竊位 소이절위 젊어서 맞지 않은 자리에 있다가 老而爲民 노이위민 늙어서 다시 백성으로 돌아가니 夢幻泡沫 몽환포말 환상이 변하여 물거품이 되니 誰僞誰眞 수위수진 누가 거짓이고 누가 진실인가 去何所歸 거하소귀 떠나간들 돌아갈 곳은 어디이며 來何所因 내하소인 돌아오면 어디에서 오는 건가 我有密印 아유밀인 나에게도 밀인이 있다는 것을 聞諸至人 문제지인 도를 통한 사람에게서 들었네 其二 기이 丹田有種 단전유종 단전에다 뿌리는 씨앗은 匪黍匪稷 비서비직 메기장도 찰기장도 아니네 玉池神水 옥지신수 옥지에서 나는 신령한 물을 可灌可殖 가관가식 넉넉히 대면 잘 자라는데 昧者何知 매자하지 우매한 자는 그것을 모르니 不耕不穡 불경불색 가꾸지도 수확도 않는구나 天光泰宇 천광태우 마음이 안정되면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