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시(田園詩)

田居 (전거) - 吳瑗 (오원)

-수헌- 2025. 7. 15. 16:47

田居   전거     吳瑗   오원  

시골 생활  

 

田居自幽適 전거자유적

시골 생활 절로 그윽하고 쾌적한데

不必有巖泉 불필유암천

꼭 바위와 샘이 있을 필요는 없네

百感依松梓 백감의송재

선영에 의탁하여 백번 감사하고

孤懷待簡編 고회대간편

마음이 외로우면 서책에 의지하네

榮華非素分 영화비소분

부귀영화는 나의 본분이 아니기에

出處愧高賢 출처괴고현

나가는 곳은 옛 성현에 부끄럽네

欵曲來鄰叟 관곡래린수

이웃한 노인을 간곡하게 모셔와서

悲懽語昔年 비환어석년

희로애락 지난날을 이야기하려네

 

其二 두 번째

步屧多林沼 보섭다임소

숲과 못을 허다하게 돌아다니다가

書籤共弟兄 서첨공제형

형제들과 더불어 서첨을 붙이는데

綠陰宜永晝 녹음의영주

녹음이 짙으니 의당 낮이 길어지고

黃鳥故新聲 황조고신성

꾀꼬리는 짐짓 새로운 소리로 우네

應世存吾拙 응세존오졸

세상 응하기엔 내게 졸렬함이 있고

憂時賴主明 우시뢰주명

밝은 임금 힘입어 시대를 근심하며

安閒慙飽飯 안한참포반

편안하게 배불리 먹는 게 부끄럽고

惜雨急農情 석우급농정

비가 아까워서 농사일을 서두르네

<時麥旱殊甚 시맥한수심

이때 보리 가뭄이 매우 심하였다.>

 

其三 세 번째

田家喧賀語 전가훤하어

농가에서 축하의 말 떠들썩한 건

甘雨二宵多 감우이소다

단비가 이틀 밤을 흠뻑 내려서네

恰可穌枯麥 흡가소고맥

말랐던 보리도 충분히 되살아나고

眞能作穉禾 진능작치화

참으로 모내기를 할 수 있겠구나

林鳩啼不歇 임구제부헐

숲의 비둘기 쉬지 않고 울어대고

泥鷰捷頻過 이연첩빈과

진흙 문 제비 자주 빨리 지나가네

樂意如相會 낙의여상회

즐거운 뜻이 서로 만난 듯하여

鋤歸處處歌 서귀처처가

곳곳에서 호미 메고 돌아오며 노래하네

 

其四 네 번째

野蔌堪朝飽 야속감조포

들의 나물은 아침 배를 채워주고

床書禦晝眠 상서어주면

책상 위 책은 낮잠을 막아주네

桑麻添靜課 상마첨정과

뽕과 삼은 조용히 일과를 더하고

鶯燕度流年 앵연도류년

꾀꼬리와 제비가 세월을 보내네

雨足陂塘水 우족피당수

비는 방죽 못물 풍족하게 하고

晴多里落煙 청다이낙연

갠 날은 마을 연기가 자욱하네

逍遙信藜杖 소요신려장

지팡이 가는 대로 거닐다 보니

未覺過前川 미각과전천

나도 모르게 앞 냇물 건넜구나

 

※百感依松梓(백감의송재) : 송재(松梓)는 소나무와 가래나무는 선조의 무덤가에 많이 심기에 선영(仙塋)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곧 조상의 가호에 의지한다는 의미인 듯.

※書籤(서첨) : 책 겉장에 제목을 써서 붙이는 종이를 말한다.

 

*오원(吳瑗, 1700~1740년) : 조선후기 이조좌랑, 부제학, 공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옥(伯玉), 호는 월곡(月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