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次第三踏靑日韻 (차제삼답청일운) - 金尙憲 (김상헌)

-수헌- 2025. 3. 28. 10:06

次第三踏靑日韻   차제삼답청일운     金尙憲   김상헌 

답청일 시의 운을 세 번째 차운하다 

 

高管繁絃蕩客心 고관번현탕객심

시끄러운 풍악이 나그네 마음 흔드는데

靑鞋碧草細相侵 청혜벽초세상침

짚신으로 가늘고 푸른 풀을 서로 범하네

歌終金縷綺席散 가종금루기석산

금루곡이 다 끝나자 좋은 연회도 끝나고

酒盡玉壺山日陰 주진옥호산일음

산에 그늘지니 옥 항아리 술도 비었구나

北海看羊漢使節 북해간양한사절

한나라의 사절은 북해에서 양을 길렀고

西河守館越人吟 서하수관월인음

서하의 관지기는 월나라 소리로 앓았네

世間苦樂無窮事 세간고락무궁사

이 세상에서 고락은 끝이 없는 일인데

誰染詩牋費翰音 수염시전비한음

누가 괜히 시를 적어 한음을 허비하나

 

※踏靑日(답청일) : 답청절(踏靑節)은 음력 3월 3일, 삼월 삼짇날을 말한다. 이날 들에 나가 파랗게 난 풀을 밟으며 즐기는 풍속이 있었다.

 

※靑鞋(청혜) : 삼이나 노끈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신. 흔히 날을 여섯 개로 한다.

 

※金縷(금루) : 옛날 악곡 이름으로, 금루곡(金縷曲) 또는 금루의(金縷衣) 등으로도 불린다. 남자를 유혹하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금루의(金縷衣)는 금실로 짠 아름다운 옷이란 뜻인데, 당나라 이기(李錡)의 악부 금루의(金縷衣)에 ‘그대여 금루의를 아끼지 말고 그대여 젊은 날을 아낄지어다. [勸君莫惜金縷衣 勸君惜取少年時]’ 라고 하였다.

 

※綺席(기석) : 비단을 깐 자리라는 뜻이나, 전하여 좋은 연회를 말한다.

 

※北海看羊漢使節(북해간양한사절) : 한사절(漢使節)은 흉노에 사신으로 갔던 소무(蘇武)를 말한다. 소무는 귀순시키려는 흉노 선우(單于)의 갖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큰 구덩이 속에 갇혀 눈을 먹고 가죽을 씹으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북해(北海)로 보내며 숫양이 새끼를 낳으면 한 나라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여 양을 치면서 19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다가 소제(昭帝) 때 흉노와 화친하게 되면서 비로소 한나라로 돌아왔다.

 

※西河守館越人吟(서하수관월인음) : 월인(越人)은 월나라 장석(莊舃)을 말한다. 장석이 초(楚) 나라에서 벼슬하였는데 병이 나서 누워 있자, 초왕(楚王)이 ‘장석은 예전에 월나라에서는 미천하였지만 지금 초나라에서 높은 벼슬을 하고 부귀하니 월나라 생각은 하지 않겠지.’ 하며 사람을 시켜 살펴보게 하였더니 여전히 월나라 소리로 앓고 있었다 한다.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은 1639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요구한 출병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에 압송되어 6년 후 풀려났는데 이 시에서도 소무(蘇武)와 장석(莊舃)의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심정에 비유하였다.

 

※翰音(한음) : 허공으로 날아가는 소리라는 뜻으로, 전하여 헛소리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김상헌(金尙憲,1570∼1652) :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교리, 응교, 직제학을 거쳐 동부승지가 되었다. 자는 숙도(叔度), 호는 청음(淸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