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居有感 촌거유감 李稷 이직
시골에 살면서 느끼는 감회
何用浮名絆此身 하용부명반차신
어찌 뜬구름 같은 명예에 이 몸을 얽매리오
每吟斯句每傷神 매음사구매상신
매번 이 시구 읊을 때마다 마음 상하는구나
黃扉昨日靑雲滿 황비작일청운만
벼슬살이하던 지난날에는 꿈이 가득했는데
明鏡今朝白髮新 명경금조백발신
오늘 아침 거울을 대하니 백발이 새롭구나
三逕陶窓曾寄傲 삼경도창증기오
도연명은 이미 당당하게 은거지로 돌아갔고
一瓢顏巷不違仁 일표안항불위인
안회는 비록 가난해도 인을 저버리지 않았네
想看賢聖得眞趣 상간현성득진취
성현이 참된 길을 걸었던 뜻을 생각하니
山木野花同是春 산목야화동시춘
산의 나무 들꽃에도 한 가지로 봄이로구나
※黃扉(황비) : 정승의 직위 말한다. 옛날 승상이나 삼공(三公) 등의 집무실에는 황색으로 문을 칠했는데, 이를 황비(黃扉)라 하였다. 여기서는 단순히 벼슬살이를 의미한 듯하다.
※三逕陶窓曾寄傲(삼경도창증기오) : 삼경(三逕)은 세 개의 오솔길이라는 뜻이나, 전하여 은자의 집 안에 있는 뜰 또는 주거를 말한다.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오솔길이 황폐해졌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 〔三逕就荒 松菊猶存〕’라는 표현에서 유래한다. 기오(寄傲)는 세속을 떠나 초연한 자유인의 경지를 마음껏 펼친다는 말이다. 역시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남쪽 창가에 기대어 의기양양해하니. [倚南窓以寄傲]’라는 구절이 있다.
※一瓢顏巷(일표안항) : 안항(顏巷)은 안자누항(顔子陋巷)의 준말로 공자(孔子)의 제자인 안연(顔淵)이 벼슬하지 않고 시골에 있으며 매우 가난했던 것을 말한다. 안연(顔淵)은 한 소쿠리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一簞食 一瓢飮〕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결코 도를 즐기는 마음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직(李稷,1362~1431) : 조선전기 이조판서,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우정(虞庭), 호는 형재(亨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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