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譯』蓬萊詩集(완역 봉래시집)-楊士彦/賦, 文, 記. (부, 문, 기.)

寄淸虛書 (기청허서)

-수헌- 2025. 1. 29. 23:13

寄淸虛書 기청허서 

空靑桑海 玉雪蓬山 是合淸虛攸寓 有那魔障挽 無住九臘耶 儂於春仲 始出火湯 便入金剛 不見道顔只與然師珠師 吃吃不已 當時明月 分照君我 獨自忡悵 回首西傃 歔欷而已 思之不得已 則披詠碧松夢雲二贊 灑然若淸風動竹 霽月籠梅 何用吸三危寒露 茹五秀靈芝耶 君終不返蓬海 吾欲挺身西去 摻執道袂以東來 風雲往來 不惜顧答 書不能旣

淸虛不我待以南 往歲茹歡 到今不去 心曲未委 道體今乃萬吉 炎海北溟 雲樹杳渺 尋常面目 只憑夢想 每與然師珠師 吃吃稱道不已 神交馳情 唯碧空明月耳 儂雖繫官塞邑 糶余倘畢 開月間決欲解龜還向達忽海上 靡淸虛 誰與消遣餘生 竊念 淸虛亦換星甲 豈宜更往妙香 豈合終老頭流耶 嘗聞 彼二山豐厚 資生理有裕 故俗僧好居 亦何異暮林鳥獸 大澤魚龍耶 蓬萊天下一名山 而曉先 天下陽氣攸宗 生佛眞仙 君我今日 非萬幸中萬幸耶 淸虛昔誚我已忘白玉峯 自今視之 淸虛自道其已忘耳 如其不忘 必我見一錫之飄然 令沙彌義能保安 往迎玆兩僧 意義能得保安道體以來者也 細白布二端 爲時用資行小贐 勿却 投筆引領 跋俟跫音拜邀

 

寄淸虛書 기청허서

청허대사에 부치는 편지

 

空靑桑海 玉雪蓬山 是合淸虛攸寓 有那魔障挽 無住九臘耶

넓고 푸른 동해 바다와 옥설이 엉긴 봉래산은 청허대사가 머무르기에 적합한데 무슨 마귀가 막아서 9년이나 머물지 못했습니까?

儂於春仲 始出火湯 便入金剛 不見道顔只與然師珠師 吃吃不已

나는 중춘에 비로소 속세에서 나와 금강산으로 들어가 대사는 보지 못하고 다만 연사 주사와 더불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當時明月 分照君我 獨自忡悵 回首西傃 歔欷而已 思之不得已 則披詠碧松夢雲二贊

당시에 밝은 달이 그대와 나를 나누어 비췄는데 나 홀로 걱정스럽고 슬퍼지면 머리를 서쪽으로 돌려 흐느낄 뿐입니다. 그리운 생각이 간절하면 벽송 몽운 두 분이 지은 시를 펴놓고 읊어 봅니다.

灑然若淸風動竹 霽月籠梅 何用吸三危寒露 茹五秀靈芝耶

그러면 시원스럽기가 대숲에 맑은 바람이 부는 듯하고, 개인 달이 매화를 감싸듯 하니 어찌 삼위산의 찬 이슬을 마시며 오수의 영지를 먹어야만 하겠습니까?

君終不返蓬海 吾欲挺身西去 摻執道袂以東來

그대가 끝내 봉래산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몸을 일으켜 서쪽으로 가서 대사의 소매를 잡고 동쪽으로 올 것입니다.

風雲往來 不惜顧答 書不能旣

바람과 구름처럼 떠돌아다니셔도 답서하기를 아끼지 마십시오. 편지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습니다.

淸虛不我待以南 往歲茹歡 到今不去 心曲未委 道體今乃萬吉 炎海北溟 雲樹杳渺

청허가 나를 기다리지 않고 남쪽으로 가도 지난해의 기쁨이 남았으니 애틋한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지금 도체는 모두 좋으신가요. 남쪽 바다와 북쪽 바다의 그리운 정이 아득할 뿐입니다.

尋常面目 只憑夢想 每與然師珠師 吃吃稱道不已 神交馳情 唯碧空明月耳

평소의 면목은 꿈속에서도 그리워할 것인데, 하물며 항상 연사와 주사와 더불어 웃으며 대사를 칭송함이 그치지 않으니, 정신으로 사귀는 그리운 정은 푸른 하늘에 밝은 달과 같습니다.

儂雖繫官塞邑 糶余倘畢 開月間決欲解龜還向達忽海上 靡淸虛 誰與消遣餘生

나는 비록 변방 고을 수령에 매였으나, 쌀을 나누어 주는 일은 모두 마쳤습니다. 다음 달에는 관직을 버리고 달홀 바닷가로 돌아오고자 하는데 청허가 아니면 누구와 더불어 여생을 보내겠습니까?

竊念 淸虛亦換星甲 豈宜更往妙香 豈合終老頭流耶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청허도 또한 해가 바뀌었는데 어찌 묘향산으로 가지 않고, 두류산에서 늙어 죽으려 하십니까?

嘗聞 彼二山豐厚 資生理有裕 故俗僧好居 亦何異暮林鳥獸 大澤魚龍耶

일찍이 들으니, 저 두 산은 풍후하여 의지해서 생활하기에 여유가 있어 속승들이 거처하기를 좋아한다 하니, 어찌 저무는 숲의 새나 짐승, 큰 못의 고기나 용과 무엇이 다릅니까?

蓬萊天下一名山 而曉先 天下陽氣攸宗 生佛眞仙 君我今日 非萬幸中萬幸耶

봉래산은 천하제일의 명산이라 새벽에는 양기가 천하에서 뛰어나니, 생불과 진선인 그대와 나에게 오늘날 불행 중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淸虛昔誚我已忘白玉峯 自今視之 淸虛自道其已忘耳

청허께서는 옛날에 나를 꾸짖기를‘이미 백옥봉을 잊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보면 청허 자신이 백옥봉을 잊은 것을 스스로 말한 것입니다.

如其不忘 必我見一錫之飄然 令沙彌義能保安

만일 잊지 않았다면 꼭 석장을 집고 표연히 나를 찾아주면, 사미승인 의능과 보안으로 하여금 가서 맞게 하겠습니다.

往迎玆兩僧 意義能得保安道體以來者也 細白布二端 爲時用資行小贐 勿却

이 두 스님이 맞이하러 가는 것은, 능히 도체를 편히 모시고 올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세백 포 두 단을 보내니 여행하는 데 쓰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리치지 마십시오.

投筆引領 跋俟跫音拜邀

붓을 던지고 고개를 들고 기다리다가 발자국 소리가 나면 절하고 맞이하겠습니다.

 

※春仲(춘중) : 봄의 두 번째 달, 즉 음력 2월을 말한다.

※然師珠師(연사주사) : 주사(珠師)는 조선 명종(明宗)~선조(宣祖) 때의 승려로, 명종 때 과거에 입격하고 네 곳의 명산(名山)에서 주지(住持)를 지냈으며, 양사언(楊士彦) 등과 교유하였다. 연사(然師)도 당시의 승려로 추정되나 행적은 불분명하다.

※碧松夢雲(벽송몽운) : 벽송(碧松)은 조선 성종(成宗)~중종(中宗) 때의 승려인 벽송당(碧松堂) 지엄(智嚴). 청허대사(淸虛大師) 휴정(休靜)이 선조 2년(1569)에 지엄의 가송(歌頌) 20수를 모아서 벽송집(碧松集)을 간행하였다. 몽운(夢雲)은 행적이 불분명하다.

※三危山(삼위산) : 전설 속의 선산(仙山). 삼위산(三危山)의 위(危) 자는 높다 엄(嚴)하다는 뜻으로, 신도(神道)의 최고권위(最高權威)를 내포(內包)한 삼신산(三神山)의 뜻을 가진다.

※五秀靈芝(오수영지) : 오수(五秀)는 오행(五行)을 뜻하니, 곧 오행의 기운을 타고난 영지란 뜻이다.

※雲樹(운수) : 운수지회(雲樹之懷)에서 나온 말로 그리운 친구를 의미한다, 운수지회(雲樹之懷)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생각할 때 흔히 쓰는 시적(詩的) 표현이다. 두보(杜甫)의 시 ‘봄날에 이백을 생각함[春日憶李白]’의 ‘나는 위수 북쪽 봄날의 나무, 그대는 강동 저녁의 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이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解龜(해귀) : 귀(龜)는 손잡이가 거북 모양으로 된 관인(官印)을 말한다. 귀인(龜印)을 푼다는 것은 관직을 그만둔다는 의미이다.

※達忽(달홀) : 강원도 고성군의 옛 이름.

※白玉峯(백옥봉) : 손곡(蓀谷) 이달(李達),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는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