閱雲亭記 열운정기
館驛 古也 鄭公孫僑毁晉館 可見矣 國家一遵中制 境內諸路皆有傳館 而踰駒峴 自生陽至義州十三驛 乃朝騁上國之路 寓望迎勞之禮 什倍他道 且檢下价私挾銀鐵 故察訪例遣儒臣 如唐之御史使館 驛也 大同館在箕子城中 東廂下有小衙 察訪居焉 衙上有小亭 察訪廳事素無號 以山亭呼之 丙辰冬 吾友淸溪翁來 歎其無稱 請余名 余以閱雲告之 溪翁喜曰 余志也卽手作三大字 釘愒壁上 又請余記 余謂 觸石而起 膚寸而合者 泰山之雲也 秖可自怡悅 不可持贈君者 隴上之雲也 古之人有取於雲者如是 吾何見以名之 嗚呼 雲者 太空中一無物也 其出也無心 其散也無迹 蒼狗也 白衣也 須史變改 卒歸於無形 吾於此有感焉 茫茫長路 投館而往來 日幾千人 有霓旌龍節逶迤而來 郵官犇候厥命者 單騎馳命 告至告去 而傳吏執牘 閱其物者 傴僂荷擔 與館夫爾汝而相罵詈者 發傳而馳去者 考卷而餼饋者 負譴謫罰黯然而行者 升車緩復慘然而歸者 來者去 去者來 歌而送 哭而別 人間世死生窮達 悲歡雖合 康莊於一路之中 而盡閱於一亭之下 畢竟是何物爲 天地逆旅 世事浮雲 坐此了然 何異老仙閱世不死 巋然獨存 此吾所以名之也 或曰 雲猶馬也 今名郵亭以雲而不言馬 執天上之孤雲以譬之 何耶 曰 一片浮雲 何間物我 圉人之廐 駿馬連蹄 風鬃霧鬣 望若雲錦 編錢作埒 食之棗脯 金鞍寶鞭 御之以上賓 物亦榮也 一朝 纏牽長而不能致千里 蒭豆耗 而不能飽其腹 絶姿骨瘦 斥在於外棧鹽車 垂耳仰天而長鳴 繁華消歇 臭腐新奇 此非馬之浮雲歟 嗚呼 徒知人與物爲雲於一亭之下 而不覺吾身已爲亭上一浮雲也 此意 吾誰與道 與淸溪翁 一笑於亭上 完丘子識 嘉靖丁巳天中前一日
閱雲亭記 열운정기
館驛 古也 鄭公孫僑毁晉館 可見矣
관역은 예부터 있었으니, 정나라의 공손교가 진나라의 역관을 헐어버린 데서도 볼 수 있다.
國家一遵中制 境內諸路皆有傳館 而踰駒峴 自生陽至義州十三驛 乃朝騁上國之路 寓望迎勞之禮 什倍他道
우리나라는 오로지 중국의 제도를 따라 경내의 모든 길에 역관을 두었는데 구현을 넘어서 생양관으로 부터 의주에 이르기까지 열세 곳의 역은 중국에 조회하고 빙문 가는 길에, 머무르며 사신을 기다려 맞이하며 힘쓰는 예가 다른 길보다 열 배나 된다.
且檢下价私挾銀錢 故察訪例遣儒臣 如唐之御史使館驛也
또 종사관들이 개인적으로 은과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을 검사해야 하기 때문에 찰방은 으레 유학에 조예가 있는 신하를 보내니, 마치 당나라에서 어사를 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 관역이다.
大同館在箕子城中 東廂下有小衙 察訪居焉
대동관은 기자성(평양) 안에 있고, 동쪽 행랑 아래에 작은 관아가 있어 찰방이 거처한다.
衙上有小亭 察訪廳事素無號 以山亭呼之
관아 위에는 작은 정자가 있는데, 찰방의 청사로 본래 이름이 없이 산정이라고 불렀다.
丙辰冬 吾友淸溪翁來 歎其無稱 請余名
병진년 겨울에 나의 벗 청계옹이 와서 이름이 없는 것을 한탄하며 나에게 이름을 청했다.
余以閱雲告之 溪翁喜曰 余志也卽手作三大字 釘愒壁上 又請余記
나는 열운이라 지었다. 청계옹이 기뻐하며 말하기를‘내 마음과 같다.’고 하면서 즉시 크게 세 글자를 손수 써서 못을 박아 벽 위에 걸고 또 나에게 기문을 청했다.
余謂 觸石而起 膚寸而合者 泰山之雲也 秖可自怡悅 不可持贈君者 隴上之雲也
나는 말하기를, 돌에 부딪혀 일어나서 점점 모이는 것이 태산의 구름이고, 편안히 즐길 수 있어도 그대에게 가져다가 줄 수 없는 것이 고개 위의 구름이다.
古之人有取於雲者如是 吾何見以名之
옛사람들이 구름에서 취한 것이 이와 같으니 내가 무엇을 보고 이름을 지었겠는가?
嗚呼 雲者 太空中一無物也
아! 구름이란 공중의 하나의 무물이다.
其出也無心 其散也無迹 蒼狗也 白衣也 須史變改 卒歸於無形 吾於此有感焉
무심히 나타났다가 자취 없이 흩어져 푸른 개처럼 되었다가 흰옷처럼 되었다가 갑자기 변하여 마침내 무형으로 돌아가니, 나는 여기에서 느낀 바가 있다.
茫茫長路 投館而往來 日幾千人
아득한 먼 길에 역관에 투숙하며 오고 가는 사람이 하루에 몇천 명이나 될까.
有霓旌龍節逶迤而來 郵官犇候厥命者 單騎馳命 告至告去 而傳吏執牘 閱其物者 傴僂荷擔 與館夫爾汝而相罵詈者 發傳而馳去者 考卷而餼饋者 負譴謫罰黯然而行者 升車緩復慘然而歸者
무지개 용무늬의 정절을 가진 일행이 구불구불 오면, 역관이 분주히 그 명을 받은 자의 시중을 들고, 한 마리 말을 타고 달려 문서를 가지고 오고 감을 알리면 아전들이 문서를 가지고 그의 물건을 검사하는 자도 있고, 허리 구부러지도록 물건을 지고 역의 하인들과 너나 하면서 서로 꾸짖는 자도 있고, 역마를 몰아가는 자와, 증명을 조사하고 먹여 주는 자, 죄를 지어 슬피 귀양 가는 자, 수레에 올라 애처롭게 천천히 오는 자도 있다.
來者去 去者來 歌而送 哭而別 人間世死生窮達 悲歡雖合 康莊於一路之中 而盡閱於一亭之下 畢竟是何物爲
왔던 자는 가고 갔던 자는 오고, 노래하며 보내고 곡하며 이별하는 인간 세상의 사생 궁달과 슬픔과 기쁨의 만남이 큰길 가운데서 이루어지고, 한 정자 아래에서 모두 볼 수 있으니 결국 이것이 무엇이겠는가
天地逆旅 世事浮雲 坐此了然 何異老仙閱世不死 巋然獨存 此吾所以名之也
천지가 여관이며, 뜬구름 같은 세상사가 여기에 앉으면 모두 그러하니, 늙은 선인이 죽지 않고 세상 구경하며 우뚝 홀로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것이 내가 이름을 그렇게 붙인 까닭이다.라고 했다.
或曰 雲猶馬也 今名郵亭以雲而不言馬 執天上之孤雲以譬之 何耶
혹자는 구름은 말[馬]과 같다. 지금 그대가 우정의 이름을 지으면서 구름만 말하고, 말[馬]은 말하지 않으니, 하늘의 외로운 구름만 잡고 비유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했다.
曰 一片浮雲 何間物我
나는 답하기를, 한 조각의 뜬구름이지만 어찌 사물과 나와의 간격이 있을 수 있는가.
圉人之廐 駿馬連蹄 風鬃霧鬣 望若雲錦 編錢作埒 食之棗脯 金鞍寶鞭 御之以上賓 物亦榮也
마부의 마구간에 연이어지는 준마가 바람에 날리는 말갈기를 바라보면 구름이나 비단 같고, 돈 들여 울타리를 치고 조포를 먹이고 황금 안장에 보배 채찍으로 귀한 손님이나 보물을 실으니 이 또한 영광이네.
一朝 纏牽長而不能致千里 蒭豆耗而不能飽其腹 絶姿骨瘦 斥在於外棧鹽車 垂耳仰天而長鳴 繁華消歇 臭腐新奇 此非馬之浮雲歟
그러나 하루아침에 굴레에 메이고 끌려 천리를 달릴 수도 없고, 꼴이나 콩을 먹어도 배불리 먹을 수도 없고, 자질이 좋아도 수척해져서 마구간 밖이나 소금을 실은 수레에 있으면서 귀를 늘어뜨리고 하늘을 우러러 우니 화려한 시절은 사라지고 썩은 냄새만 새로워 이는 말의 뜬구름 신세가 아닌가? 했다.
嗚呼 徒知人與物爲雲於一亭之下 而不覺吾身已爲亭上一浮雲也 此意 吾誰與道
아! 사람과 사물이 한 정자 아래에서 구름이 되는 것만 알고, 내 몸이 이미 정자 위 하나의 뜬구름임을 알지 못하니, 이러한 생각을 나는 누구와 더불어 말할까.
與淸溪翁 一笑於亭上
청계옹과 함께 정자 위에서 크게 웃었다.
完丘子識
완구자가 기록하다.
嘉靖丁巳天中前一日
가정 정사(1557)년 천중절 하루 전날
※公孫僑(공손교) : 춘추시대 정(鄭)나라의 대부. 정간공(鄭簡公)을 도와 진(晉)나라에 조회를 갔을 때 진평공(晉平公)이 노양공(魯襄公)의 상사(喪事)가 있다고 하며 조회를 받지 않고, 수행자도 받지 않자 역(驛)의 담장을 부수고 수레와 말을 넣었다 한다.
※棗脯(조포) : 말린 대추를 설탕에 절인 것을 말하는데, 귀한 음식 즉 좋은 먹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에 초장왕(楚莊王)이 좋아하는 말이 있었는데, 수놓은 비단옷을 입히고, 화려한 집에 두고 장막이 없는 침대에서 자게 하며 설탕에 절인 대추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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