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冬夜 (동야) - 尹愭 (윤기)

-수헌- 2024. 12. 27. 10:44

冬夜   동야     尹愭   윤기 

겨울밤

 

冬夜似靳人 동야사근인

사람을 옭아매는 듯한 겨울밤이

待明不肯明 대명부긍명

밝아오길 기다려도 밝지를 않네

衆雞互唱酬 중계호창수

닭들이 번갈아 서로 울어대어도

斜月猶自淸 사월유자청

기운 달은 여전히 밝기만 하구나

遙疑日輪凍 요의일륜동

멀리 있는 태양이 얼어붙어서

苦難昇天行 고난승천행

하늘 위로 떠 오르기 어려운가

縱使幸而朝 종사행이조

행여 다행히 아침이 온다 해도

幾何還晦盲 기하환회맹

얼마 뒤엔 다시 어두워지겠지

此時天下人 차시천하인

이러한 때에 천하의 사람들에게

應多悲苦情 응다비고정

응당 슬픔과 괴로움이 많으리라

窮民失恒業 궁민실항업

곤궁에 처한 백성들 생업을 잃고

遠客數歸程 원객수귀정

나그네는 돌아갈 길을 헤아리네

波吒卒枕戈 파타졸침과

창을 벤 군졸은 덜덜 떨고 있고

啼怨嫠抱嬰 제원리포영

아이 안은 과부는 한탄하며 우네

堯舜病博濟 요순병박제

요순도 박시제중을 근심하였으니

咫尺殊枯榮 지척수고영

쇠락과 영화는 가까우며 다르네

窶人未知命 구인미지명

곤궁한 사람은 명을 알지 못하니

強欲鳴不平 강욕명불평

억지로 불평하며 울어보려 하네

安得黃綿襖 안득황면오

어떻게 하면 황면오자를 얻어서

一齊覆蒼生 일제복창생

창생을 모두 덮어줄 수 있을까

 

※波吒(파타) : 파(波)는 벌벌 떠는 모양이고, 타(吒)는 이빨이 딱딱 마주치는 소리이다. 불경(佛經)에서도 ‘파파타타(波波吒吒)는 추위를 참는 소리이다.’ 하였다.

※博濟(박제) : 박시제중(博施濟衆)에서 온 말로 인정을 널리 베풀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만약 인정을 널리 베풀고 백성을 구제할 수 있다면, 그런 분은 어떠한 분입니까. 어진 분이라 할 수 있습니까. 〔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何如 可謂仁乎〕’라고 묻자, 공자가 ‘그러한 일은 요순께서도 애태우셨던 일이다.’ 하였다고 한다.

※黃綿襖(황면오) : 황면오자(黃綿襖子). 누런 솜옷이 추위를 가려 준다는 뜻에서 겨울철의 태양을 말한다.

송(宋) 나라 때 정월에 10여 일을 연이어 눈이 내리다가 갑자기 날이 활짝 개자, 마을의 남녀 노인들이 나와 서로 축하를 하면서 ‘황면오자가 나왔다. 〔黃綿襖子出矣〕’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冬夜   동야     尹愭   윤기  

겨울밤  

 

冬夜貧偏苦 동야빈편고

가난한 집에 겨울밤이 더 괴로워

爐寒未點燈 노한미점등

화로는 식고 등잔도 켜지 못하네

難當衾似鐵 난당금사철

쇠처럼 찬 이불을 덮기도 어렵고

叵忍堗如氷 파인돌여빙

온돌도 얼음장 같아 못 견디겠네

自爾皮膚賴 자이피부뢰

스스로 살갗의 온도에 의지하여

偶然夢寐能 우연몽매능

우연히 잠이 들 수 있었지마는

朝來衣強攬 조래의강람

아침에 억지로 옷을 입으려 하면

心骨更凌兢 심골경능긍

다시 뼛속까지 덜덜 떨리는구나

 

※凌兢(능긍) : 몹시 무섭거나 두려워 몸이 벌벌 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