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秋事五絶句 (추사오절구)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4. 10. 24. 14:03

秋事五絶句   추사오절구     李敏求   이민구  

가을걷이. 다섯 수의 절구.

 

雨裏秋禾結不牢 우리추화결불뢰

빗속에 가을 벼가 튼튼하게 맺지 못해

熟來零落滿蓬蒿 숙래영락만봉호

익으면서 떨어지고 쑥대만 우거졌네

奴丁出市田收晩 노정출시전수만

노비는 저자에 나가 수확 늦어지는데

任過西風一夜高 임과서풍일야고

한밤에 멋대로 부는 서풍이 거세구나

 

春枯夏澇早霜兼 춘고하로조상겸

봄 가뭄 여름 장마에 서리도 일찍 내리니

膏露何曾百物霑 고로하증백물점

어찌 이슬이 만물을 기름지게 적신다 할까

秋芋冬菁蕪穢盡 추우동청무예진

가을 토란 겨울 순무도 모두 황폐해졌으니

終年不厭水晶鹽 종년불염수정염

일 년 내내 수정염을 싫어할 수가 없구나

 

劇雨經時注濁河 극우경시주탁하

소나기 지나가자 내에 흐린 물이 불어나니

溪中水物摠隨波 계중수물총수파

시내의 수중생물 모두 물결 따라 움직이네

應知蟹甲輸芒早 응지해갑수망조

게에 까끄라기 일찍 생긴 건 알고 있으나

不見漁丁擧網多 불견어정거망다

그물 치는 어민을 그다지 보지 못하겠네

 

常苦更長擁褐視 상고경장옹갈시

긴 밤이 괴로워 늘 이불 끼고 내다보는데

通宵冷雨益凄然 통소냉우익처연

밤사이에 찬비가 내려서 더욱 쓸쓸하구나

朝來隔戶聞人語 조래격호문인어

아침이 되어 문밖의 말소리를 들어보니

今日寒威欲折綿 금일한위욕절면

오늘 추위가 솜옷이 꺾일 것 같다는구나

 

新衣未授一寒忙 신의미수일한망

새 옷을 받지 못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니

故絮無溫挾更涼 고서무온협갱량

묵은 솜옷은 온기 없어 입어도 썰렁하네

尙倚纏綿堪卒歲 상의전면감졸세

그나마 입어야만 한 해를 보낼 수 있으니

朝來着意曬秋陽 조래착의쇄추양

아침이 되면 마음먹고 가을볕 쬐어야지

 

※水晶鹽(수정염) : 수정처럼 투명한 소금을 말한다. 이백(李白)의 시에 ‘손님이 오면 취하여 머물게 할 줄만 알고, 소반에는 단지 수정염이 있을 뿐이네. 〔客到但知留一醉 盤中祗有水精鹽〕’라고 하였다. 이는 안주가 없어 소금으로 안주 삼는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수확을 못 해 소금을 반찬으로 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蟹甲輸芒早(해갑수망조) : 당나라 때의 학자 단성식(段成式)이 지은 유양잡조(酉陽雜俎)에 ‘게는 8월에 배 속에 까끄라기가 있으니, 이것은 틀림없는 벼 까끄라기이다. 길이는 한 치쯤 되는데, 이것을 동쪽의 해신에게 바친다. 이것을 바치기 전에는 게를 먹을 수 없다. 〔蟹 八月腹中有芒 芒眞稻芒也 長寸許 向東輸與海神 未輸不可食〕’라고 하였다.

 

※折綿(절면) : 모진 추위를 말한다. 강추위에 솜옷도 얼어붙어 부딪히면 부러진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