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霖歎 장림탄 蔡濟恭 채제공
오랜 장마를 탄식하다
不盡萬峯霧 불진만봉무
온 봉우리 낀 안개가 사라지지 않더니
訇然衆壑雷 굉연중학뢰
우렛소리가 골짜기에 크게 울리는구나
嶺南四月雨 영남사월우
영남 땅에는 사월부터 비가 내리더니
六月七月猶不開 유월칠월유불개
유월 칠월에도 오히려 개이지를 않네
秪疑北辰天柱乍傾側 지의북진천주사경측
북극의 하늘 기둥이 갑자기 기울어진 것 같이
倒瀉銀河萬斛天上來 도사은하만곡천상래
만 가마니 은하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하네
不然鳥王與龍鬪百場 불연조왕여룡투백장
아니면 조왕이 용과 함께 백번을 겨루는 것일까
快驅羽林千槍空中回 쾌구우림천창공중회
우림군이 말을 몰며 많은 창을 공중에 휘두르나
山谷揚濤百派集 산곡양도백파집
산골짝에 물이 넘쳐 백 갈래로 모여서
新江橫溢如箭急 신강횡일여전급
새 강을 이루어 화살처럼 급히 넘치네
顚倒何有萬章木 전도하유만장목
무엇 때문에 모든 나무들을 쓰러뜨리고
乘凌欲漱千尋嶽 승릉욕수천심악
천 길 높은 산을 덮쳐 씻어내려 하는가
千尋嶽漱猶可 천심악수유가
천 길 산 씻어내는 건 그래도 괜찮지만
禾溝麥壠皆飜覆 화구맥롱개번복
논밭의 벼와 보리도 모두 엎어 버렸구나
石燕身疲低不舞 석연신피저불무
제비도 지쳐서 춤추지 않고 낮게 날고
金鴉翅濕潛成伏 금아시습잠성복
날개 젖은 까마귀는 어디론가 숨었구나
長老長吁寡婦歗 장로장우과부소
노인들은 탄식하고 과부들은 한숨 쉬고
嗷嗷不絶秋原哭 오오불절추원곡
가을 들판에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구나
嚴惠之山石氣浮 엄혜지산석기부
엄혜의 산에는 바위 기운이 떠오르는데
九峯居士居赤壁 구봉거사거적벽
구봉거사는 붉은 흙벽 집에 살고 있어
霾氛膩衣几簟腥 매분니의궤점성
흙비에 옷 젖고 안석과 자리 퀴퀴하여
仰視乾宇一歎息 앙시건우일탄식
하늘을 우러러보며 오로지 탄식만 해도
百年朋黨盛戈戟 백년붕당성과극
백 년 붕당은 싸움만 왕성하게 하는구나
陰氣矗天天爲黑 음기촉천천위흑
하늘에 음기가 우거져 하늘이 독해졌나
不爾霖曀何太劇 불이림에하태극
아니라면 음산한 장마가 어찌 극심할까
我欲爲君親擁篲 아욕위군친옹수
내가 우리 임금 위해 빗자루 직접 들고
飛上靑天掃陰翳 비상청천소음예
하늘에 날아올라 어두운 구름 쓸어내어
永使豐隆屛翳不敢干 영사풍융병예불감간
영원토록 풍륭 병예가 간여하지 못하게 하고
大明揚輝黃道霽 대명양휘황도제
밝은 빛 비치는 황도를 개이게 하고 싶구나
※鳥王(조왕) : 인도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새인 금시조(金翅鳥). 원래 불과 태양을 신격화한 것인데, 하루에 용왕(龍王) 하나와 작은 용 500마리를 잡아먹고살며, 모습은 봉황처럼 아름다워서 조왕(鳥王)이라 한다.
※嚴惠之山(엄혜지산) :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와 단성면 묵곡리에 걸쳐져 있는 산인 엄혜산(嚴惠山)을 말하는 듯. 이 시의 초반에 영남 지방에 4월부터 비가 내렸다는 데서 유추한다.
※九峯居士(구봉거사) : 번암(樊巖) 자신을 지칭한다. 번암(樊巖)이 청양 구봉산(九峯山) 아래가 고향인 자신을 이렇게 부른 것이다.
※豐隆(풍융) 屛翳(병예) : 풍륭은 우레를 주관하는 신이고, 병예는 비바람을 주관하는 신이다.
*채제공(蔡濟恭) : 조선 후기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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