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露日鄕人餉新稻 백로일향인향신도 李敏求 이민구
백로에 고을 사람이 햅쌀을 보내오다
野割黃雲夕 야할황운석
들의 누런 벼를 베어낸 저녁에
舂分白露秋 용분백로추
가을 백로에 방아 찧어 나눴네
投珠比重惠 투주비중혜
구슬 던진 큰 은혜에 비견되고
炊玉散窮愁 취옥산궁수
밥 지으니 시름이 다해 흩어지네
口腹秪相累 구복지상루
입과 배가 다만 서로 짐이 되는데
菑畬未自由 치여미자유
묵정밭도 마음대로 일구지 않고
豈應關塞外 기응관새외
어찌 응당 변방의 관문 밖에서
偏合稻粱謀 편합도량모
곡식 한 홉 구하려고 기웃거리나
※投珠比重惠(투주비중혜) : 중국 당 태종(唐太宗)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옛날 요순(堯舜) 임금은 벽옥을 산속에 버리고 주옥을 골짜기에 버림으로써 숭고한 명성이 천년동안 이어졌다. [昔堯舜抵碧於山林 投珠於淵谷 由是崇名美號 見稱千載]’고 하였는데, 햅쌀을 나눠 준 것을 과장되게 요순(堯舜)의 은혜에 비유하였다.
※炊玉散窮愁(취옥산궁수) : 나눠준 햅쌀로 맛있는 밥 지어[炊玉] 먹으니 모든 근심이 흩어다는 말이다.
※偏合稻粱謀(편합도량모) : 도량(稻粱)은 곡식을 표현하는 말이다. 도량모(稻粱謀)는 새들이 모이를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전하여 사람이 의식(衣食)을 탐하여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것을 말한다.
秋日 추일 李敏求 이민구
林木蒼蒼白露繁 임목창창백로번
숲 속 푸른 나무에 흰 이슬이 흠뻑 내리고
葦花蘆葉遍郊原 위화로엽편교원
들판에는 갈대꽃과 갈대 잎이 뒤덮였구나
空留夜月懸虛牖 공류야월현허유
쓸쓸히 있는 밤에 달만 빈창에 걸렸는데
又送秋風入故園 우송추풍입고원
또 가을바람 불어와 고향생각 들게 하네
客舍悲歡隨節序 객사비환수절서
절서에 따라 객사의 기쁨과 슬픔이 바뀌고
人家歌哭自朝昏 인가가곡자조혼
민가의 노래와 곡소리는 조석으로 바뀌네
天涯幸接南宗老 천애행접남종로
하늘 끝에서 다행히 남종의 노승 만나서
淨品禪經一細論 정품선경일세론
선경의 정품을 한번 자세히 논해 보네
<南僧覺性來講圓覺 남승각성래강원각
남종(南宗)의 선승(禪僧) 각성(覺性)이 와서 원각경(圓覺經)을 강론하였다.>
※覺性(각성) : 남종의 노승으로 속성은 김(金), 자는 징원(澄圓), 호는 벽암(碧巖)이다.
*이민구(李敏求,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또는 관해(觀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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