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中元有感 (중원유감) - 盧守愼 (노수신)

-수헌- 2023. 8. 26. 11:19

음력 7월 15일은 백중절(百中節)이다. 통상 처서(處暑)를 전후해서 드는데 올해는 윤 2월의 영향으로 8월 30일이다. 이 때는 세벌 논매기가 모두 끝난 후 고생한 머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호미씻이라고 하여 머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기도 한다. 백중(百中)절은 백종(百種), 중원(中元),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하며, 불교에서는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우란분회(盂蘭盆會)를 봉행하여 오미 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민가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조상의 혼을 위로한다 하여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부른다.

 

中元有感 중원유감 盧守愼 노수신  

중원날에 느낌을 읊다

 

天時人事罷農功 천시인사파농공

계절에 맞춰 사람들이 농사일을 끝내고

萬里懽娛俗節同 만리환오속절동

온 마을이 민속절을 맞아 함께 즐기네

秔酒隨家應倒甕 갱주수가응도옹

집집마다 응당 쌀 술동이를 기울이고

紙錢何寺不飛空 지전하사불비공

지전을 날리지 않는 절이 어디 있을까

一身牢落關樑月 일신뢰락관량월

이 몸 변방의 달 아래 쓸쓸히 지내는데

羣盜縱橫嶺海風 군도종횡령해풍

도적떼 영해 바람처럼 종횡으로 날뛰네

但得遄歸九泉下 단득천귀구천하

다만 내가 속히 구천으로 돌아간다면

明年此日任西東 명년차일임서동

명년 오늘은 동서를 맘대로 다니겠지

 

<俗傳中元 冥府洞開地獄放囚云 故戱之 속전중원 명부동개지옥방수운 고희지

세속에 전하는 바에 의하면 중원절에는 저승에서 지옥문(地獄門)을 열고 죄수들을 방면한다고 한다. 그래서 장난삼아 한 말이다.>

 

※紙錢(지전) : 지전(紙錢)은 종이를 돈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옛날 풍속에는 제사를 마친 다음, 이것을 불태우거나 공중에 날려서 귀신이나 망자의 노자로 삼게 하였다. 여기서는 사찰(寺刹)에서 백중절에 선조(先祖) 및 부모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 우란분회(盂蘭盆會)를 거행하고 지전을 날리는 풍속을 말한다.

 

※牢落(뇌락) : 마음이 넓고 출중함. 드문드문 성김. 적적하고 쓸쓸함.

 

※關樑(관량) : 관량(關樑)은 관문(關門)과 교량(橋樑)을 말한 것으로, 외진 변방을 의미한다.

 

*노수신(盧守愼,1515~1590) : 조선전기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학자. 자는 과회(寡悔), 호는 소재(穌齋) 이재(伊齋) 암실(暗室) 여봉노인(茹峰老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