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處暑日苦熱行 (처서일고열행) - 蔡濟恭 (채제공)

-수헌- 2023. 8. 21. 15:56

處暑日苦熱行   처서일고열행      蔡濟恭   채제공 

처서날의 무더위

 

節有處暑書曆日 절유처서서력일

절기에 처서가 있다고 달력에 쓰여 있으니

所以斷送人間熱 소이단송인간열

인간 세상 더위를 꾾어서 보내기 위함이네

今年處暑卽今辰 금년처서즉금진

올해의 처서 절기는 바로 오늘인데

熇勢不肯絲毫折 고세불긍사호절

뜨거운 기세는 전혀 꺾이려 하지 않는구나

火輪爀爀當天衢 화륜혁혁당천구

이글대는 붉은 태양이 하늘 거리를 지키니

草木如醉翔鳥絶 초목여취상조절

초목은 술 취한 듯하고 새도 날지 않는구나

我思逃遁遁不得 아사도둔둔불득

내가 달아날 생각을 해도 달아날 수가 없어

單衫挂體狂欲裂 단삼괘체광욕렬

몸에 걸친 홑적삼도 미친 듯이 찢고 싶구나

四序平分帝之權 사서평분제지권

사계절을 공평하게 나눔은 천제의 권한이니

進退疇敢逞其術 진퇴주감령기술

나가고 물러남에 누가 감히 술수를 부릴까

無乃炎神勢威立 무내염신세위립

어쩌면 더위 귀신의 기세가 위엄을 세워서

視天藐藐恣屯結 시천막막자둔결

막막한 하늘을 보며 마음대로 진을 쳤구나

一張一翕是帝則 일장일흡시제칙

펼쳤다 모았다 하는 건 하느님의 법칙이니

風師雨伯皆森列 풍사우백개삼렬

풍사와 우백이 모두 빽빽이 줄지어 섰구나

且搖手中白羽扇 차요수중백우선

손에 든 백우선을 우선 슬슬 부치면서

朗讀羲易心神悅 낭독희역심신열

주역을 낭랑히 읽으니 심신이 즐거워지네

 

※無乃(무내) : (어찌) …하지 않은가? …이 아니겠는가?

 

※羲易(희역) : 易(역)은 자연과 우주의 변화를 해석한 중국 사상으로 주(周) 나라 시대에 성하였기에 통상 주역(周易)으로 알려졌으며, 희역(羲易)은 중국 고대의 복희씨(伏羲氏)에 의해 성립된 사상을 의미한다.

 

*채제공(蔡濟恭,1720~1799) : 조선 후기 강화유수, 우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백규(伯規), 호는 번암(樊巖) 번옹(樊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