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旱熱 (한열) - 李敏求 (이민구)

-수헌- 2023. 8. 1. 22:42

旱熱   한열     李敏求   이민구  

가뭄 속의 더위

 

暑月人氣燥 서월인기조

여름철 사람의 기도 말라가는데

兇遭旱魃纏 흉조한발전

끔찍하게 가뭄까지 얽혀 만났네

披衣偃枕席 피의언침석

옷 헤치고 자리에 쓰러져있어도

膏火日夜煎 고화일야전

밤낮을 기름불로 달이는 듯하네

寒泉舊漱玉 한천구수옥

예부터 옥 씻은 듯이 찬 샘물이

滌齒氷雪鮮 척치빙설선

이 닦으면 빙설처럼 시원했는데

炎波沸如湯 염파비여탕

더위에 물결이 탕처럼 끓어올라

枯涸在目前 고학재목전

물이 바짝 마르기 직전에 있네

游魚鬐鬣焦 유어기렵초

물고기의 지느러미도 말라붙고

草木欲生煙 초목욕생연

초목에서는 연기가 나려고 하네

我閑無外事 我閑無外事

나는 한가하여 바깥 볼 일 없어

動靜隨所便 동정수소편

편안함을 좇아 조용히 사는데도

尙當三伏際 상당삼복제

오히려 삼복더위를 만나게 되어

執熱浩沈綿 집열호침면

무더위에 계속 크게 시달리네

言念荷鋤夫 언념하서부

생각해 보니 호미를 멘 농부들은

炙背死耘田 자배사운전

등이 굽혀서 죽도록 김을 매겠네

皇穹薄下民 황궁박하민

하늘이 백성들에게 정이 박하여

降災莽連年 강재망련년

해마다 재앙을 연이어 내리는구나

不辭糜爛酷 불사미란혹

썩어 문드러진 혹독함도 불사하니

何以瞻百廛 하이첨백전

어찌 백전의 수확을 기대하겠는가

洪壚與溝壑 홍로여구학

큰 화로와 더불어 구렁텅이에서

畢命等後先 필명등후선

목숨 다하기는 선후가 같으리라

蝗螟助虐戾 황명조학려

황명까지도 사납게 기승부리는데

烈焰徒赫然 열염도혁연

뜨거운 불꽃은 왕성하게 빛나네

惜哉壟上麥 석재롱상맥

밭이랑의 보리도 안타까우며

慘慘歲功捐 참참세공연

한 해 농사를 망쳐서 참담하구나

願聞扇暍仁 원문선갈인

선갈의 어진 정사 들리길 바라고

兼陳雲漢篇 겸진운한편

운한편이 아울러 베풀어졌으면

颯颯萬里風 삽삽만리풍

만 리 밖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飄颻洒南阡 표요쇄남천

남쪽 밭두렁에 휙휙 뿌려줬으면

甘霖濯嘉禾 감림탁가화

단비 내려서 곡식을 적셔 주고

群槁鬱芊芊 군고울천천

마른 식물들 무성하게 우거졌으면

豈惟蓬室內 기유봉실내

그러면 다만 오두막 안의 사람들이

得遂坦腹眠 득수탄복면

배 깔고 드러누워 잘 수 있을텐데

流逋各沒業 류포각몰업

떠도는 백성들 각각 생업에 몰두하여

盛德歌周宣 성덕가주선

주나라 선왕의 성덕가를 노래할 텐데

深衷正在此 심충정재차

깊은 충정이 바로 여기에 있으니

悵望冥茫天 창망명망천

멍하니 아득한 하늘만 바라보네

 

※糜爛(미란) : 썩거나 헐어서 문드러짐.

 

※蝗螟(황명) : 메뚜기나 이화명충 등 곡식을 해치는 곤충을 말한다. 전하여 인간의 각종 탐욕이나 탐욕을 부리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赫然(혁연) : 빛나서 성한 모양.

 

※扇暍(선갈) : 옛날 주 무왕(周武王)이 더위에 지친 사람을 나무 그늘에 뉘어 놓고 부채로 부쳐 더위를 식혀 준 고사(故事)애서 온 말로, 곧 백성의 고통을 덜어 주는 어진 정사를 이른다.

 

※雲漢篇(운한편) :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편명으로, 주(周) 나라 대부(大夫) 잉숙(仍叔)이 가뭄을 당해 노심초사하는 주 선왕(周宣王)을 찬미하여 지은 시이다. 운한(雲漢)은 원래 은하수(銀河水)라는 뜻이나 은하수가 밝게 빛나면 날씨가 맑아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坦腹(탄복) : 배를 깔고 엎드려 누움. 배를 드러내고 눕다.

 

*이민구(李敏求,1589~1670) : 조선시대 부제학, 대사성, 도승지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자시(子時), 호는 동주(東州) 또는 관해(觀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