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季節詩)감상

立秋 (입추) - 成俔 (성현)

-수헌- 2023. 8. 2. 18:01

立秋   입추      成俔   성현  

 

大火西流三伏餘 대화서류삼복여

삼복이 지나고 대화성이 서쪽으로 내려가니

梧桐一葉秋風初 오동일엽추풍초

가을바람에 오동잎 하나 떨어지기 시작하네

鳴蟬抱樹翠綃薄 명선포수취초박

나무 안고 우는 매미는 파란 날개 얇아지고

槐花香地黃金疎 괴화향지황금소

땅 위 향기로운 괴화는 누런 잎이 드물구나

砌冷莎鷄促紡績 체랭사계촉방적

차가운 섬돌에서 귀뚜라미 길쌈을 재촉하고

夜涼白露迎郊墟 야량백로영교허

서늘한 밤 성 밖 기슭에 흰 이슬이 내리네

一年光景已過半 일년광경이과반

한 해의 세월이 이미 절반이 지나갔는데

三農事業今何如 삼농사업금하여

삼농의 농사일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勞心算甕何太愚 노심산옹하태우

애써 항아리 계산함은 어찌나 어리석은지

不如點檢床頭書 불여점검상두서

책상머리에서 서책이나 점검함만 못하네

 

※大火(대화) : 대화(大火)는 이십팔 수(二十八宿) 중의 하나인 심성(心星)을 가리키는데, 음력 7월 이 되면 서쪽으로 내려가고 가을이 온다고 한다. 시경(詩經)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칠월에 심성이 서쪽으로 내려가면, 구월에는 겨울옷을 만들어 주네.〔七月流火 九月授衣〕’라고 하였다.

 

※三農(삼농) : 원지(原地)와 습지(濕地)와 평지(平地)의 모든 농사를 말한다. 전하여 여기서는 모든 농사에 종사하는 농부들을 의미한다.

 

※算甕(산옹) : 옛날 재산이라고는 항아리 하나밖에 없는 어느 가난한 사람이 밤에 그 항아리를 끼고 자면서 속으로 계산하기를 이 항아리를 밑천으로 큰 이문을 남기면 곧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기뻐서 춤을 추다가 그 항아리를 깨뜨리고 말았다는 고사가 있는데, 항아리를 계산한다는 것은 곧 쓸데없는 망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성현(成俔,1439~1504) : 조선 전기 허백당집, 악학궤범, 용재총화 등을 저술한 학자. 자는 경숙(磬叔), 호는 용재(慵齋)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시호는 문대(文戴)이다.